은콩이에게 동생이 생겼어요

은콩이의 세계에 아주 작은 생명이 들어온 날

by 서사이


** 지난 주는 가족 모두 독감에 걸려 한주 쉬었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이모, 나한테도 동생이 생겼다. 동생이 아닌가?”


작은 두 손 안에는 물고기 채집통이 들려 있었다.


“이게 뭐야?”
“얘는 베타야.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 안돼?”


방과 후 수업에서 아이들이 물고기를 한 마리씩 분양받은 모양이었다.
작은 플라스틱 통 안에서는 짙푸른 벨벳 치마를 두른 듯한 물고기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잠깐 망설였다.


물고기 한 마리를 제대로 돌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혹시 작은 실수 하나로 아이가 상처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떠올랐다.


“베타는 예민한 아이라서, 더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


말이 끝나자마자 은콩이의 눈이 금세 촉촉해졌다.

아이는 이미 베타를 마음속에 들인 상태였다. 동생이자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 그럼 며칠만 키워보자. 어렵겠다 싶으면 안전한 곳으로 보내고?”


그렇게 약속하자 은콩이는 몇 시간 동안이나 어항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를 옆에 앉혀두고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마치 두번째 보호자로 나를 지정해 두기라도 하듯이.


“얘는 수컷이야.”
“선생님이 물은 일주일 후에 갈아주래.”

“베타는 수명이 2, 3년밖에 안 된대.”


“그럼 동생이 아니라 오빠 아니야?”
“그런가? 그래도 내가 보호해줘야 하니까 동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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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아름다운 동생에게 ‘프린스 벨벳’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은콩이는 책임감에 잔뜩 들뜬 얼굴이었다.

어느 순간 보니 아이는 채집통을 들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은콩이, 거기서 뭐해?”

“쉿.”


아이는 벨벳이 듣기라도 하는 듯 속삭였다.


“벨벳은 공격성이 강해서 미러링을 시켜줘야 한대.”


전문 용어로는 플레어링이다.
베타는 본래 성격이 강해 이런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준다고 했다.
은콩이는 동생 공부에도 진심이었다.


조용한 생명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아이의 세계가 또 그만큼 넓어졌다.


학교 가기 전 10분 일찍 일어나더니

벨벳의 상태를 확인하고
새모이보다 작은 먹이 세 알을 정성껏 떨어뜨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큰 방을 만들어줘야겠어.”


며칠 지나지 않아 벨벳의 집은 더 큰 어항으로 바뀌었다.
수초를 넣고, 여과기도 달아주었다.
살림이 차츰 늘어갔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는 벨벳의 성장일기를 찍기 시작했다.
하교 후 가방을 벗기도 전에 어항 앞으로 달려가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프린스 벨벳, 오늘도 재밌게 놀고 있었어?”
“자, 보자. 오늘은 얼마나 자랐는지.”


화면은 흔들리고 초점은 자꾸 어항 밖으로 도망가지만
그 속에는 어른이 놓치는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변화의 속도

작은 생장의 결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아이의 마음.


편집하며 영상을 돌려보던 은콩이가 말했다.

“이모, 벨벳이 새집이 좋은가 봐. 키가 자랐어.”


나는 웃음이 나왔지만 아이는 진지했다.

“봐봐. 진짜라니까.”

아이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어쩌면 이 작은 물고기는
은콩이에게 ‘보살핌’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존재인지도 모른다.


아이는 저녁이면 어항 앞에 서서 인사를 한다.

“잘 자. 내일도 찍을 거야. 나는 너의 하루하루를 기록할 거야.”


그 말투가 어쩐지 은콩이를 품에 안고 그 성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던 엄마와 닮아있다.


아이의 책임감은 때로 어른보다 반짝이고 솔직하다.


은콩이가 편집해 올린 영상은 제법 그럴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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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자막오타도 있고 절반은 물결뿐일 때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아이가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이고
누군가를 돌보며 자라는 마음이다.
은콩이에게 동생이 생긴 것은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도착한 사건이 아니라
아이의 세계가 한 번 더 넓어진 순간이었다.

나는 그 변화를

오늘도 조용히 곁에서 지켜본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성장과정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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