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법
“이모~ 이모~”
은콩이가 어항앞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요즘은 창가 어항 앞이 은콩이의 고정석이 되었다.
행여 기운이 없을 새라, 물이 탁해질 새라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어항을 들여다 본다.
그러다 아이가 환하게 외쳤다.
“이모 드디어 밥을 먹어.”
무슨 밥이냐고?
우리집에 처음 온 날, 베타 물고기 벨벳은 먹이를 먹는 듯하다가도 뱉어내어 은콩이의 애를 태웠다.
먹이가 큰가 싶어 작게 빻아줘도 한 번 더 씹듯 머금었다가 이내 내뱉었다.
그런데 그날은 한입에 쏙 받아먹었다.
“오, 진짜네.”
“아까는 내 손가락도 깨물었어.”
먹이를 주다가 손 끝에 닿은 벨벳의 입,
은콩이는 그 생소한 느낌이 좋다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제 우리 집에 적응했나보다. 프린스 벨벳.”
내 말에 은콩이가 고개를 젓는다.
“내가 부담스러웠었나봐.”
“은콩이가 왜?”
“내가 맨날 보고 있으니까. 나는 좋아서 그런 건데, 내가 벨벳이라면 싫었을 것 같아. 그래서 밥도 뱉어낸 거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벨벳이 내가 오면 바위나 나무 뒤로 숨었잖아. 그건 안 보고 싶다는 거잖아.”
그 말을 한 뒤부터 은콩이는 아주 가끔만 어항 앞에 앉았다.
“얼마나 가끔?”
“밥 줄때만 한 5분?”
흠, 5분보다는 훨씬 오래 있는 것 같은데, 라며 나는 속으로 웃었지만, 아이가 스스로 배운 그 깨달음이 대견했다.
사랑은 때로 너무 가까우면 짓누르고
너무 빠르면 겁나게 만든다.
사람 사이도 그렇다.
내게도 서툰 첫사랑이 있었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일분 일초가 궁금해서 끊임없이 전화를 하고
기쁘게 해주려고 용돈을 모아 선물공세를 벌이고
내 마음만큼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면
서운해하며 사랑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땐 그게 솔직함이라 믿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면
상대도 같은 진실로 응답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속도가 달랐다.
내 마음은 시속 100km로 질주했지만
그는 20km도 버거운 사람이었다.
아무리 좋은 마음도 상대의 리듬을 넘어서는 순간 부담이 된다.
나는 내가 다가가는 이유만 생각했고
그 다가섬이 상대에게 어떤 무게였는지 보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로 마음을 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편안함을 배운다.
누군가는 쉽게 가까워지고
누군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린다.
어떤 관계는 구조적으로 가까워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빠르기를 강요하지 않는 것.
사랑한다면 기다림도 필요하다.
너와 나 사이에도
적당한 리듬과 거리를 찾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가까워도
빨라도
강해도
나와 상대의 속도가 맞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 짐이 된다.
나는 그것을 첫사랑에게서 배웠고
은콩이는 벨벳에게도 배우는 중이다.
그 이후로 은콩이가 어항 앞에 앉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다.
벨벳이 숨지 않을 만크의 거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편안하게 곁에 있을 수 있을 만큼만.
“이모, 벨벳은 밥 줄 때 딱 5분 정도만 신경 써주면 좋아해.”
은콩이는 벨벳과의 적당한 거리를 찾은 듯 했다.
아이 말처럼 그 5분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벨벳이 은콩이 곁에 조용히 머무는 날도 오겠지.
사람 사이도 아마 비슷하다.
너무 다가가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는 작은 배려
상대가 숨지 않을 만큼의 관심
그리고 두사람이 맞춰가는 적당한 리듬
결국 사랑은
내 속도를 강요하는 감정도
상대에게 맞추라 요구하는 마음도 아니다.
서로를 위해 리듬을 조율하며
편안한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