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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아 Aug 10. 2018

행복의 조각, 한 조각의 행복

행복은 완제품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생각에, 행복은 완벽과 동일한 말이었다. 행복하다는 건 건전지까지 빈틈없이 끼워진 완제품 같은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버튼만 누르면 바로 작동할 수 있는, 아니 이미 버튼마저 눌려져 있는.

행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나를 겨우 그럴듯하게 다듬어놓았나 싶으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겼고, 또 그걸 어떻게든 해결해 놓고 나면 엉뚱한 곳에서 사고가 터졌다.

진이 빠졌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쉽지. 나는 이렇게 안간힘을 써도 균형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억지로 균형을 맞춰도 그것이 흐트러질까 온 몸에 힘을 주고 벌벌 떠느라 저렇게 웃을 여유가 없는데.

그렇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세어 보다, 문득 내가 가진 것들을 생각했다. 언젠가는 갖고 싶어 안달복달했지만, 얻고 나니 또 다른 것을 갖고 싶어져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한켠에 밀어 두었던 것들.

그걸 얻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여전히 그것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누군가들을 생각했다. 또 내가 서러우리만치 갖고 싶어하는 조각들을 뒷주머니에 꽂고도 다른 곳을 바라보며 불행해할 사람들을 상상했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은 행복의 조각이 아니라, 한 조각의 행복이었다. 최소한 그것을 갖고 있는 동안 나는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한 번에 모든 조각들을 모으는 건 불가능하리라고, 이제 와서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안심해도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더 행복해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하고 살짝 안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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