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이냐 주변부의 차이
로봇저널리즘은 기레기를 물리치고 고담시의 배트맨이 될 수 있을까? 영화 '내부자들'과 '특종 량첸살인기'를 관통하는 쓰레기 같은 기자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디어의 메시아로 군림할 것인가? 더 나아가 '영화 나이트 크롤러'에서 비추는 불편한 현실을 분쇄할 수 있는 극적인 단초가 될 것인가?
21일 한 편의 기사가 화제였습니다. 경제지 파이낸셜뉴스에서 로봇이 쓴 기사를 정식으로 포털에 송고했기 때문입니다. [로봇저널리즘]이라는 명패를 단 본 기사는 코스피 시황과 업종 현황을 제법 정확히 분석했습니다. 2014년부터 관련 연구를 이어 온 서울대학교 이준환, 서봉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사 작성 알고리즘 로봇인 IamFNBOT 기자가 썼으며, 바이라인에도 'IamFNBOT 기자'가 붙어 있습니다.
놀라움을 뒤로하고 로봇저널리즘을 살펴보죠. 간단하게 말해 로봇이 기사를 쓰는 겁니다. '미래는 우리 곁에 이미 다가와있다'는 명언처럼 해외에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개념이에요. 현재 로이터와 AP통신은 간단한 단신뉴스를 모두 로봇이 쓰고 있으며 LA타임스는 에서는 지진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퀘이크봇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기사를 씁니다. 영국의 가디언은 로봇이 편집하는 주간지를 발행하고 있어요. 심지어 오토메이트 인사이트라는 기업은 워드스미스라는 로봇 기사 작성 서비스를 각 언론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로봇은 어떻게 기사를 쓸까요? 일단 로봇저널리즘 자체가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특정 알고리즘이 설정된 상태에서 이에 기반해 기사를 쓰는 거죠. 로봇이 기사를 쓰려면 먼저 설정된 알고리즘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그곳에서 통계적 기술을 통해 핵심을 찾아내죠. 이후 알고리즘의 데이터 분석을 더해 '시각'을 설정하고(언론사의 경우 논지) 세부 기사를 나열한 후 자연어로 기사를 씁니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눈치를 채야 합니다. 맞아요. 마지막 단계를 제외하고 나머지 4단계 모두 데이터가 정교하게 활용됩니다.
이렇게 작성되는 기사는 속도와 데이터 분석에 있어 인간의 능력을 훨씬 상회합니다. 어뷰징에 나서는 기자들과 비교하겠습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연예 및 스포츠 아이템이 뜨면 바로 기사를 쓰죠.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언제 어떻게 이벤트가 발생할지 모르고요. 하지만 로봇 기자는 다릅니다. 정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벤트의 시점까지 잡아낼 수 있습니다. 속도요? LA타임즈의 지진 관련 속보는 10초 이내에 작성됐습니다. 질과 양 모두 인간 기자가 당해낼 수 없어요.
하지만 단언하건대, 로봇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언론의 역사와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통칭 페니신문이라 통칭되는 신문의 역사는 말 그대로 자극적이고, 황당한 기사의 집합체였습니다. 분석? 그딴 거 없어요. 1833년 9월 3일 뉴욕 시에서 인쇄업을 해온 벤저민 데이가 거리에서 1센트를 받고 파는 조그마한 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하며 신문은 극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로봇기사는 이 수준입니다. 물론 질과 양적인 측면이 아니라, 분석이 깃들어있지 않은 현대적 의미의 저널리즘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 이유로 로봇저널리즘은 보완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속보와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활용되는 거에요. 그리고 심층적이고 인문학적인 부분을 인간이 책임지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간 기자의 실력은 올라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로봇저널리즘이 기레기를 몰아내는 거죠. 하지만 시각이 담긴 뉴스는 더욱 심각한 기레기의 가능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순간, 미디어는 대격변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