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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r 30. 2018

"홍준표 대표가 카풀을 막아줄 것"

카풀은 삐끼?

국회 의원회관에서 30일 승용차 24시간 카풀제 도입 문제점 및 택시정책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와 관련된 기사는 따로 정리했습니다. 무료하실 때 한 번 찾아주세요.무슨 내용이 나왔는지는 기사에 다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전 현장의 분위기에서 읽어낼 수 있는 특이점과, 관련 소회를 풀어보겠습니다.


[관련기사 - 카풀 도입하자 vs 카풀앱 즉각 폐지하라]


자유한국당
이번 토론회는 자유한국당이 주최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정치적인 색이 풍기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입니다. 택시기사들로 이뤄진 청중들은 삼삼오오 피켓을 들고 모였는데, 카풀을 비난하거나 카풀의 등장으로 택시기사들의 생계가 어려워진다는 팻말도 있었지만 홍준표, 김성태 등 자유한국당 유력 정치인의 이름이 적힌 팻말도 많았습니다. 예전 다른 행사에서 청중들이 팻말을 들고 입장하자 국회 직원들이 제지했던 기억이 나는데...이날 그런건 없더군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피켓

행사 시작 전. 보좌관이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분위기는 투쟁의 열기로 끓어올랐습니다. 보좌관은 마이크를 잡고 "의원님들이 입장하시면 크게 이름을 연호해 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는 구호를 선창했습니다. 카풀앱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청중들은 주먹을 불끈쥐고 구호를 외쳤고요.


투쟁가도 불렀습니다. 현장에서 나눠준 자료집 맨 뒷장에 '단결투쟁가'와 '파업가' 가사가 적혀있었습니다. 청중들은 보좌관의 선창에 따라 팻말을 흔들고 주먹을 휘두르며 단결투쟁가와 파업가를 노래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자료집에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더군요...

토론회 자료집 하단 부록자료

김태황 전국택시노조 사무총장이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택시업계를 '종'으로 보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성토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좋지도, 싫지도 않지만"이라는 전제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카풀앱을 막아줄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좌중에 박수가 터져나오며 고함도 나왔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말. "서울시장은 자유한국당이 해야 한다!" 청중 일부는 "아!!!! 열받는다!!!!"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또 아직 행사를 시작도 하기 전, 기념촬영을 먼저 하더라고요? 뭐 그럴수도 있겠나 싶었지만 저에게는 흥미롭게 보였습니다. 

행사시작 전
구호를 외치다

여기까지가 행사 전입니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고 나온 멘트들은 기사에 정리되어 있으니 넘어가고요. 전 사회자를 말하고 싶네요. 토론회 사회를 누가 봤느냐. 석호연 자유한국당 화성시장 예비후보자가 나타났습니다. 도대체 지방선거 예비후보자가 왜 택시업계 토론회에....? 그 이유는 여러분도 알고 저도 알고 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이 역시 여담이지만 행사 중반 석 예비후보자는 사라졌고 어느샌가 사회자는 보좌관이...

구호를 외치다


토론회 자체는 철저하게 택시기사들의 입장이 반영됐습니다. 기사에 있으니 간단하게만 요약하면 '카풀이 택시보다 좋은 것은 요금이 저렴하다는 것 뿐'과 '택시업계 지원이 있어야 한다' '카풀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삐끼일 뿐' '카풀은 범죄에 취약하다' 입니다. 뭔가 토론회에 임하는 패널들은 살짝 주눅들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택시업계에 좋은 이야기를 했는데 살짝 핀트가 나간 발언을 하자 청중에서 즉각 항의가 들어왔고, 나중에 패널이 '그런뜻은 아니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패널의 실수?에 즉각 항의하는 청중

청중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택시가 카풀을 해보자'는 말도 재미있었습니다. 아, 카풀은 원래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지 카풀 사업자를 키우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흥미롭고, 카풀은 한국인의 '정'이 깃들어있는 분야라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비판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주장은 카카오 모빌리티에 대한 비판인데요.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통해 택시기사들로부터 막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해 사용하고 버리려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놀랐습니다. 그리도 하나 더. 카카오택시 유료화에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진짜 의도를 자아알 알겠습니다.

토론회


거친 복마전, 그리고 약간의 이해
지방선거를 앞둔 자유한국당은 최근 경찰을 '미친개'로 묘사한 논평을 발표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즉각 사과했지만 그 여파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하는 택시업계와는 단단히 손을 잡으려는 행보를 구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나간 해석일까요.


택시업계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만 믿는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전략이에요. 카풀 논란의 발단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에서 카풀의 유상운행 가능성을 열어둔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풀앱 서비스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우버를 물리친' 택시업계는 또 한 번 승리를 거두는 겁니다. 승기를 잡은 상태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손을 내밀어 준 자유한국당만 믿고 가면,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내세운 현 정부와의 대결구도도 완성됩니다. 승기는 잡았으니, 우리편과 함께! 얼마나 감미롭습니까. "서울시장은 자유한국당에서!" 


승기를 잡았으니 국토교통부, 서울시, 국민의당 주최 토론회에 굳이 나올 필요가 없고 반발만 하면 됩니다. 해커톤? 그거 먹는 건가요? 괜히 말빨에서 밀리면 피곤하니 거리를 두는 걸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모두가 모인 토론은 역시 필요합니다. 택시업계에 제안하고 싶습니다. 30일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들고 반대편과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승기를 잡았다고 너무 무책임한 것은 아닌지. 큰 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것저것 말하지만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요즘 뭐하십니까...


답답한 마음에 국회를 나서는데 문득 생각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제 옆에 앉아있던 한 택시기사 분. 토론회 내내 열을 올리는 분들과는 달리 조용히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더군요. 스마트폰에는 택시 운전석에 앉아서 봐야할 수많은 콜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행사 말미 조심스럽게 빠져나가시더군요. 그 메마른 눈. 앙상한 손등이 유난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

택시업계는 대화의 폭을 넓히고 더 큰 상생과 발전을 택하십시요. 반대편도 마냥 '우리가 최고이며 진리야'라는 오만함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설득..필요하다면 몸이라도 낮춰주십시요. 그리고 제3자. 작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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