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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y 23. 2018

현재의 MCN은 지속가능성이 있을까?

투자받고, 연계하고, 상품 팔면 될까?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시장이 활발해지며 이들의 몸값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MCN 업체들은 얼마를 벌고 있을까? 유튜브 기준으로 지난해 팜팜 토이즈는 약 31억6000만원의 수익을 올렸고 캐리앤토이즈가 19억3000만원, 도티TV가 15억9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장이 뜨니 자연스럽게 돈도 몰리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블루홀 투자로 유명한 넵튠은 23일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총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핵심 크리에이터가 도티입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넵튠의 투자로 2015년 6월 설립 후 총 15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자랑하게 됐습니다.


CJ의 다이아TV부터 샌드박스네트워크에 몰리는 자금, 지금 이 순간에도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크리에이터의 화려한 행보와 그들의 입 떡 벌어지는 수익. MCN 업계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것일까요? 약간 건방져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뭘 보여줄겁니까?
유명 크리에이터의 등장에 따른 MCN 사업의 행보는 보기에는 참 화려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유튜브를 통해 대박 영상을 만들고, 멋지게 사표를 낸 후 10대들의 우상으로 변신해 수십 억원의 돈을 벌어들이는 장면은 상상만해도 흐뭇합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현재 크리에이터 중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대부분의 수익을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대목부터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유튜브를 기준으로 삼으면 최소 10만명의 구독자가 있어야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총 수익의 55%는 유튜브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크리에이터가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이 자체로는 나쁘지 않겠지만, 문제는 말 그대로 '대부분의 수익이 광고수익'이라는 점입니다. 시장의 파이가 지나치게 한정적입니다. 물론 광고수익만으로 적정 수준의 조직은 꾸려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이 되는 규모의 경제는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콘텐츠로 돈을 버는 일이 어렵습니다. 특히 플랫폼에 완전한 종속이 이뤄진 상태에서는 더욱 어렵습니다.


다행히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브랜디드 콘텐츠입니다. SNS의 발전과 기술 인프라의 등장으로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보다 뉴미디어 플랫폼을 찾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 간극을 MCN 업체들이 노리며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브랜디드 콘텐츠는 시작부터 종속을 의미하기에 문제가 됩니다.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의 지상파 방송사와 외부제작사의 관계를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바꿨을 뿐, 그 이상의 확장은 어렵습니다.


미디어 커머스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으로 특히 관심을 받고있는 영역입니다.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82피플, Z세대가 난무하는 지금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의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눈길을 끕니다. 크리에이터가 자동차 PPL(간접광고)를 하든, 자리에 앉아 특정 회사의 빵으로 먹방(먹는 방송)을 찍든 제작 자유도도 높은 편입니다. 재미있게 만들어 구독자를 매혹시켜 지갑을 열게 만들면 됩니다. 다만 미디어 커머스는 그 자체로 상업화를 전제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MCN 비즈니스 모델과 상극입니다. 사람들은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며 친근함을 가지기를 원하지, 크리에이터가 상술로 무장해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팬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를 따라 상품을 구매할 수는 있을겁니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가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MCN 업계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일반적인 의미로 정의한다는 측면에서 산업을 둘러보면 규모도 협소하고 파급력도 제한적입니다. 지금 유명 크리에이터의 영역을 보십시요. 게임, 뷰티, 키즈, 먹방 등이 대부분입니다. 좁습니다. 좁기때문에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MCN 업계의 제작 스타일도 묘합니다. 이들은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합니다. 특히 MCN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줄 수 있는 곳들은, 유튜브에서 방송국 흉내를 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조명 멋지게 터트리고 자막 훌륭하게 만들어주며 '우리도 방송국 못지않아'라고 말합니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도대체 왜?'라는 생각도 듭니다.


IP(지식재산권)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키우는 사례도 있습니다. 고무적이지만, 이 역시 예상가능한 범주입니다. 무엇보다 한계가 뚜렷합니다. 왜? 시장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MCN에 대한 규제도 존재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정부 기관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는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과 비교하면 규제는 자유로운 편입니다. 문제는 규제가 자유로우니 일탈도 심하다는 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일베 논란이나, 광주 민주화 운동 비하 발언이 심심치않게 유명 크리에이터의 입에서 나오는 세상입니다. 콘텐츠 표절 논란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업계의 가이드 라인이 흐릿하니 카피가 난무합니다.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콘텐츠 표절이 적나라하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미디어 커머스에서 보여준 연결의 가치를 내세우는 곳이 생깁니다. 넵튠의 샌드박스네트워크 투자가 좋은 사례입니다. 게임과 중계의 만남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습니다. 역으로, 아직 보여주고 입증해야할 지점이 많습니다. 


이 외에도 MCN 파급력을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클릭과 공유로만 파급력을 측정하다보니 동남아시아 유령 계정이 판을 칩니다. 지난해 캐리소프트의 캐리 언니 교체 소동은 MCN의 저력이 기획력인가, 아니면 크리에이터의 유무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만약 후자라면 MCN의 절반 이상은 무너질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대형 MCN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MCN 업체들은 '투자만이 살 길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갈 길이 멀다
CJ 다이아 TV는 레거시 미디어가 뉴미디어의 시장안으로, 문법속으로 들어온 사례입니다. 그러나 현재 MCN 업계는 레거시 미디어가 그냥 진입해도 금방 장악할 것 같습니다.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을 꿈꾸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원조인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이 뭔가 보여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노하우? 인재? 단숨에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이 이들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오만에 가깝습니다.


도티가 15억원을 벌어도, 지상파는 수조원을 법니다. 단순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일부 크리에이터의 성공이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으로 오해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아직 MCN 업계는 갈 길이 멉니다. 이대로는 지속가능성이 없습니다.

없기때문에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답이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늘리는 것일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 죽는다는 연예 웹드라마만 주구장창 만드는 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약간 건방진 말이지만, MCN 업계가 뉴미디어의 미래라고 믿는 저에게 화끈한 한 방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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