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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un 29. 2018

배달료 문제, 만만한 것이 플랫폼이죠 뭐...

누구의 문제일까

배달료 문제가 논란입니다. 교촌치킨이 본격적으로 불을 댕겼고, 사람들은 아우성입니다. 언제나처럼 배달의민족이 폭격을 당하고 있네요. 배달료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많은 이야기들을 자세히 보면 각자의 의견이 다 일리가 있습니다. 요 부분에 대해, 걍 두서없이 끄적여봅니다.


모든 논란의 시작은 최저임금인상
배달료 문제의 이슈는 최저임금인상에서 시작됐습니다. 인건비가 올라가니 매장 운영이 어려워지고, 점주는 가격을 인상해야 하니까 배달료를 더 받는 구조입니다. 원래 최저임금인상은 노동자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주고, 그 돈이 소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다시 사업장에 이득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하지만 모든 일이 생각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죠. 최저임금이 올라가자 직원의 숫자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겼고, 돈을 더 벌어서 좋아야 할 노동자는 소비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서 아우성이네요. 선순환 구조와 비교해보면 분명 비슷한 패턴인데 상황은 180도 다른 현상. 아이러니합니다. 노동자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소비시장 진입장벽이 그에 맞게 조정되는 신의 한 수가 필요한 때입니다.


논의의 범위를 좁혀서 배달비 문제를 봅시다. 점주들은 최저임금인상의 후폭풍으로 배달비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 플랫폼을 문제의 원흉 중 하나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네요. 여기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결제 수수료 0%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배달의민족이 분명 일정 수수료를 챙기고 광고 사업을 하고 있지만, 배달의민족이라는 플랫폼에 점주들이 들어간 것은 본인들의 선택이니까요.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주의 생각이 먼저고, 배달의민족 입점은 그 다음의 선택이라는 겁니다. 매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해서 배달의민족을 택한 것 아닌가요? 배달의민족 살 찌워주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부하려고 점주들이 입점하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배달비 인상 이슈에서 배달의민족은 사실 거론할 가치가 없습니다.


물론 배달의민족에 입점하지 않으면 뒤쳐지고, 사업을 할 수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입점해 플랫폼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점주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은 아직 배달음식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지 않았고, 분명한 여백이 있다는 점 알아야 합니다. 또 배달의민족은 시장 점유율 90% 이상의 포식자도 아니에요. 선택사항이고, 플랫폼 입점비와 광고료가 큰 부담이 되는 분들은 입점을 해서 본인들이 더 노력을 하던가, 아니면 전혀 다른 영역에서 싸우셔야 합니다. 냉정한 말이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삶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만약 배달의민족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더이상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고, 그런 상태에서 이들이 갑자기 플랫폼 비용을 마구 올린다면. 혹은 그런 기미가 보인다면, 그때는 분명한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배달비 이슈는 배달의민족을 공격할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전반적인 생활물가상승 현상으로 봐야합니다. 배달비도 올랐고 모든 물가가 올랐습니다. 배달비가 올라서 집에서 시켜먹는 치킨값과 같은 생활비가 오른겁니다.


걱정되는 대목
배달비 인상의 후폭풍이 배달의민족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지만, 현실에서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사회전반의 이슈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배달의민족과 같은 ICT 기업들은 스스로가 속한 영역에서 싸웠어요. 그런데 배달비 이슈와 관련된 논란은 사회전반의 거대한 인프라 문제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드는 이유입니다.


플랫폼....공짜 아닙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와 같은 기업들은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 즉 거간꾼들입니다. 이들은 기술력으로 플랫폼을 제어해 궁극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장악합니다. 뭐, 새로운 방식은 아니고 걍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이 세상의 모든 플랫폼 기업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현재까지는. 당연히 거간꾼 이미지가 있죠. 위에서 말했지만 특정 거간꾼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혹은 악마가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플랫폼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인식 이야기도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 비용을 너무 아까워해요. 2500원짜리 셔츠를 사도 무료배송을 하고, 엄연히 작가들의 고민이 들어간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풀었던 포털과 같은 초기 플랫폼 사업자들의 과오가 큽니다. 뭐,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그냥 아쉽다는 거죠. 카카오택시의 진정한 인공지능콜이 성공적으로 정착을 했다면 이러한 플랫폼 비용 무료 인식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참 아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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