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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an 26. 2019

넷플릭스 킹덤에 대한 소소한 소고

신기하고, 재미지지만 아쉬운

넷플릭스가 24일 서울 더 프라자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한국 콘텐츠 제작 및 수급 전략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을 공개했습니다.....는 핑계고, 좀비와 조선시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의 스트리밍 서비스 직전 일종의 바람몰이에 나섰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장에 다녀왔고, 킹덤 정주행을 한 상태에서 소소한 소고를 해보려 합니다. 기자회견장 5개, <킹덤> 10개입니다. 스포 약간 있습니다.


#기자회견장
1. <킹덤>과 관련된 이야기는 업계에서 잘 알려졌지만, 극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싱가포르 멀티 타이틀 라인업 이벤트 'See What's Nest: Asia' 행사였습니다. 당시 넷플릭스가 한국을 참 사랑해서 한국 콘텐츠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한다는 말이 강하게 나왔습니다.

재미있는건, 당시 싱가포르 행사는 국내에서 연예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즉 넷플릭스는 콘텐츠적 측면에서 강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뭐 당시 <킹덤>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참고로 21일 제작발표회는 따로 마련됐습니다)그런데 24일 행사는 각 언론사 산업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이 이뤄졌습니다. 뇌피셜입니다만 <킹덤> 흥행을 위해 넷플릭스가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연예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당연히 무력시위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데...어떻게 산업부 기자들에게도 하면 효과가 두배 아닐까? 이런 생각이 24일 기자회견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2. 24일 회견의 목적이 오로지 <킹덤> 흥행에 방점이 찍혔고, 산업부 기자들까지 총동원해서 홍보전략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본 이유는 현장에서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분명 기자회견 전에 제가 회견의 핵심이 뭐냐고 물으니 '새해 한국 콘텐츠 전략을 공개한다'는 지극히 산업적인 화두를 말했거든요. 그런데 기자회견 당시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었습니다. 걍 다들 알고 있거나, 굳이 알고 싶지않은 넷플릭스 철학에 대한 강연만 이어졌습니다. 제시카 리 넷플릭스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우리는 20년 이상 된 기업이지만 한국에서 서비스한 것은 3년에 불과하다”면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고 나이젤 벱티스트 넷플릭스 파트너 관계 디렉터는 느닷없이 이제는 모두가 잘 알고있는 넷플릭스의 역사와 가치, 철학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앤디 로우 넷플릭스 모바일 및 웹 프로덕트 디자인 디렉터는 넷플릭스 기술 자랑만...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라이선스 콘텐츠 수급을 총괄하는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도 원론적인 콘텐츠 수급 이야기만 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은 그냥 문자로 해...심지어 산업부 기자들이 던진 불편한 질문, 예컨데 망 사용비나 기타 LG유플러스와의 계약 등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고 "우리는 언제나 파트너와의 성장을 원한다" 라던가 "우리의 목표는 콘텐츠 시장에서 의미를 찾는 것" 등등의 말로 뭉갰습니다. 그냥 문자로 하라고....

단언합니다. 24일 기자회견은 알맹이도 없고, 질의응답은 빔 프로젝트에 적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글과 180도 달랐습니다. 걍 '연예부 기자들은 물론, 산업부 기자들도 <킹덤> 많이 사랑해줘'로 정리됩니다. 참고로 현장에서 사망한 미술 담당 스텝 이야기 등 민감한 질문을 하려고 초반부터 손을 번쩍번쩍 들었으나 끝내 외면당했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고 그러려니 하는데...앞으로는 윈드밀을 추며 손을 들어볼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3. 넷플릭스는 <킹덤>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글로벌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기로 공개한 것이 살짝 아쉽습니다.

현장에서는 <킹덤>의 한 장면이 시연됐습니다. 세자와 나쁜놈이 창고에서 대치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대사를 치는데 처음에는 한국어, 나중에는 영어와 일본어, 프랑스 어 등으로 막 바뀝니다. 자막도 바뀌고요. 음...정말 죄송하지만 전 <검은 사제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거 뭐야, 다른 의미로 무섭잖아.

아쉽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킹덤>이 아시아,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무기로 거론된 것은 다양한 자막과 더빙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물론 더 있기는 있습니다. 일단 좀비라는 아이템은 글로벌리하죠. 이란에서 <대장금>이 그렇게 인기를 끌었다는데 조선시대라는 배경도 외부에는 꽤 먹히나 봅니다. 그런데 야심차게 준비했다고 말할 정도인지는 좀 의문....또 굳이 글로벌리 한 강점이 그렇게 강조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질문은 못했습니다. 왜? 제가 윈드밀을 하지 않아서.


4. 저는 넷플릭스를 배척하지 말고 협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24일 당일에는 그리 기분좋은 기사를 쓰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기사를 쓰고 튀는데 홍보 에이전시 분이 너무 친절하게 다가오셔서,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지금이라도 말할게요 "사랑합니다"


5. 지난해 초도 그렇고, 넷플릭스는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현장을 보면 한글로 로컬 전략을 짜는데...작년에는 '정' 이었거든요 뭐 그런 식으로. 이번에도 넷플릭스 현황을 소개하는 문구를 벽에 조선시대 사람들이 쓸 법한 어투로 적었는데. 아, 왜 난 이게 계속 무섭지. <킹덤>이라 그런가...계속 보고 있으면 미드에 나오는 한국인 배우 같습니다.


#킹덤
1. 재미는 있습니다. 한 3화부터...좀비들이 막 덤비는 거 오오...최근 트렌드인 스팀팩 맞고 좀비들이 끓어오르는 장면은 없는데, 극 초반 세자가 지율헌에서 마루 밑에 숨어있는 좀비들을 발견하고 포졸들이 끌어내는데..좀비들이 막 얽혀있습니다. 마치 엑소의 춤사위를 보는 듯. 저는 왠지 반갑더라고요. 극 초반에 한 의녀가 잡아먹히는데 그 장면도 느낌이 비슷합니다.


2. 좀 미묘한데...영의정 아들이 막 세자한테 검을 들이대지 않나, 영의정이 유림의 거두를 몰아부치며 막 대가리를 내리치지 않나. 배경만 조선시대지 분위기는 고대 영국 아더왕 시대 같습니다. 아니면 중세 유럽? 여튼 유교 스타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에서 보기 어려운 진귀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마치 후한 말 동탁이 황제를 무릎에 앉히고 조정회의에 참석하는 느낌. 글로벌 키워드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3. 동래에서 좀비들이 창궐하는데...좀비로 변한 민초들이 양반들을 죽이는 미장셴이 재미있습니다. 좀비의 재해석. 혹은 현재의 민초 중심의 공화국 시스템을 좀비로 비유를....죄송합니다.


4. 주인공들은 파티시스템입니다. 주인공. 주인공의 최고 조력자이자 충실한 탱커. 힐러. 원딜 능력자. 여기에 미생에서 많이 본 개그 캐릭터. 짱짱합니다. 게임으로 출시된다는데 170원 겁니다.

5. 연기는 좀 아쉽습니다. 보는 내가 불안불안한 장면이 여럿...일부 배우는 톤이 왜이래...트렌디 연예물인줄, 그리고 재미는 있는데 전개는 약간 전형적...아, 그리고 촬영시기는 겨울인가봅니다. 배우들이 대사 치는데 하얀김이 어후..담배핀 줄.


6. 좀비들이 밤에는 깨어나고, 낮에는 어두운 곳으로 기어 들어가는 설정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지붕밑이나 우물에 들어간 좀비들은 이해하겠는데 땅속에 묻힌 애들은 어떻게 밤이 되었는 줄 알고 알아서 기어나올까. 얘들을 백야로 유명한 북유럽 땅에 한 번 묻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훗 뒤통수 조심하셍ᆢ) 아. 그리고 좀비들은 희생자들을 미친듯이 물고 희생자들은 다시 좀비가 되는데...의외로 2차 피해자 좀비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별로 먹힌 곳이 없어요? 좀비들이 입이 짧은가 봅니다. 마지막. 제 고향은 부곡동입니다...향소부곡의 그 부곡...전국에 몇개가 더 있다죠


7. 초중반 아이들이 희생되는 장면이 좀 나오는데...부모와 아이의 애틋함을 극대화시켜 비극적인 흐름을 잡아갑니다. 적절한 장치지만 실제 아이를 둔 부모들이 보기에는 가슴이 너무 아프더군요. 저도 늙었습니다....그리고 제발 부탁합니다. 뭔가 좀 이상하면 걍 튀라고!!!! 어리둥절대지말고 웅성거리지말고, 야 거기 너 지금 좀비 나온다는데 왜 잡담인거여!


8. 가상의 시대가 배경인데...큰 전란이 두 번. 세자가 궁녀 소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인공은 광해군과 영조, 혹은 정조가 막 섞여있는 느낌.


9. 반전 볼만합니다


10. 지금까지 이런 애매함은 없었다. 이건 스릴러인가 공포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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