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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r 20. 2019

과감한 타고솔루션즈 나비효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다만 성공한다면

타고솔루션즈가 20일 서울 성수동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웨이고 블루와 웨이고 레이디를 공개했습니다. 요것이 무엇인가. 제 기사 일부를 인용하고 갈음하겠습니다.


[웨이고 블루는 택시 호출 시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는 자동 배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반택시처럼 배회영업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카카오 T 앱에 탑재된다. 오장원 타고솔루션즈 대표는 “30년동안 택시회사를 하면서 많은 개선점을 느꼈다”면서 “웨이고라는 브랜드를 통해 서비스 규격화, 충성 고객확보에 나서는 한편 월급제 등 기사처우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카카오와의 협력을 전제로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설명이다.

웨이고는 정복을 입은 기사와 깔끔한 내부 서비스는 물론 모두 신차로 꾸몄다. 웨이고 블루는 기본 이용료는 3000원으로 실시간 수요·공급에 따라 탄력 요금제가 적용된다. 배차 완료 1분 이후 호출 취소 시 2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되며, 다양한 이용 요금 할인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웨이고 레이디는 1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며 예약제로 운영된다. 웨이고 블루와 레이디 콜비는 모두 수요와 공급에 따라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

성공할까는 모르겠는데..
자. 언제나처럼 이건 제 상상 시나리오입니다.

타고솔루션즈 기자회견을 갈 때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에게 꼭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거든요. 오늘은 카풀이 아닌 플랫폼 택시 서비스지만 네. 카풀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두 사람에게 사회적 기구의 합의안을 두고 나오는 후폭풍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질의응답 시간에는 오장원 대표만 참석했다는 슬픈 전설이...김 장관은 택시타고 갔고 정 대표는 어느새 사라졌...여담이지만 오 대표는 온디맨드와 플랫폼 수요공급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식을 쌓은 티가 나더군요. 뭐 이건 각설하고.


사실 타고솔루션즈는 플랫폼 택시 1탄입니다. 사회적 기구를 통해 택시업계와 카카오가 함께 만들기로 한 바로 그 플랫폼 택시 말입니다. 1탄이라면 추후 2탄, 3탄 나오겠죠? 택시업계는 사회적 기구의 합의안이 나오기 전 타고솔루션즈를 택시업계의 단합을 망치는 존재로 인식했는데, 이제 자신들이 플랫폼 택시 2탄, 3탄을 만들 예정이니 지금 기분이 어떨까...뭐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보고 이제 본론을 꺼내보겠습니다.


제가 왜 김 장관과 정 대표에게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질문 이야기를 꺼내느냐. 타고솔루션즈의 웨이고가 가지는 다양한 가능성이 참 의미심장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전 예언가가 아니기 때문에 웨이고가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잘 풀릴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카풀로 돌아가봅시다. 택시업계와 ICT 업계가 카풀을 두고 분쟁할 때 많은 사람들은 ICT를 응원하며 카풀 상용화를 바랬습니다. 왜? 카풀이 좋아서? 과연 그럴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택시가 싫었던겁니다. 승차거부에 성희롱에 냄새에...어차피 누군가 나를 실어는 줘야하는데 택시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기본적으로 전 이것도 약간 부풀려졌다고 보지만) 카풀을 응원한 거죠.


여기서 타고솔루션즈가 나왔습니다. 괘씸한(?) 택시업계지만 기존 승차거부 등 없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물론 콜비가 좀 쎄요. 그런데 우리는 소카의 VCNC 타다를 택시와 비교해 웃돈을 줘서라도 사용했잖아요? 쾌적한 서비스면 돈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는겁니다. 여기서 택시가 ICT랑 만나 쾌적함을 제공한다? 감히 상상하건데 타고솔루션즈는 꽤 괜찮은 바람을 탈겁니다. 여기에 카카오 T에 들어가면서 접근성도 용이해지고요.


풀러스와 위츠 모빌리티 등 카풀 스타트업이 카카오에 배신의 감정을 느끼는 대목이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카풀 그 자체로는 크게 매력이 없어요. 단지 택시가 뭣같으니 카풀이라는 대체제에 환호한거죠. 여기서 타고솔루션즈에 이어 2탄, 3탄 택시 플랫폼이 계속 나온다? 택시 플랫폼이 카풀 스타트업에서 사람들이 발견했던 특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준다? 카풀 스타트업들은 정말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이들이 카카오에 분노하는 겁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자전거도 대리운전도 내비도 택시도 다 가진 거대 플랫폼이고, 어차피 카풀은 보완재로 사용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니 사회적 기구를 통해 카풀의 제한적 운행도 용인한거죠. 다만 카풀 스타트업들은 환장하는겁니다. "우리는 너같은 부자가 아니라고!" 다만 여기서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카카오가 만약 사회적 기구에서 카풀 전면 상용화를 끌어냈다면? 카풀 스타트업들은 "역시 우리의 큰 형"이라고 했을겁니다. 그냥 결과론적인겁니다 지금의 후폭풍은. 이재웅 대표를 비롯한 많은 모빌리티 업계인들이 사회적 기구에 참여하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대표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초반이 아닌 중후반이었던 점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건 뇌피셜이지만, 카카오가 이기면 참 좋겠다 싶었던 모빌리티 업계가 빨대를 대어보니 제한적 카풀 운영으로 사회적 기구가 합의할 것 같자 막판에 '대표성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닐가라는 생각도 합니다.


말 마온 김에 VCNC 타다. 냉정하게 말해 쏘카는 렌터카 서비스를 모바일로 가져온거고 VCNC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렌터카 업체도 기사 제공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급성장했나? 인적 파워가 좋은 것도 있지만 대중의 택시에 대한 반감이 워낙 큰데다 친절하고 쾌적한 운행 사용자 경험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왠지 인싸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플랫폼 팩시가 나온다? 택시가 다 해줄 수 있다? 심지어 카카오의 이용자들과 만난다? 덜덜덜입니다. 이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기도 합니다. 카풀이나 쏘카나 VCNC 모두 경쟁자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했기 때문입니다. 초반에는 좋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금방 따라온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웨이고가 만약 20일 기자회견장에서 공언한대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브랜드 중심의 전략을 잘 쌓는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더러운 서비스의 택시, 택시에 막혀 전전긍긍하는 카카오의 단점이 모두 가려지고 장점이 극대화되니까요. 심지어 웨이고 블루는 배회영업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건 방법론일 뿐이죠. 만약 웨이고 서비스가 개판이더라. 혹은 서비스 지속성이 개판이더라. 혹은 불러도 안온다더라. 혹은 기사가 다 양아치로 채워진다더라. 이런 문제가 겹치면 물 건너 갑니다. 아무리 카카오가 붙어도 않되는 건 않되는 겁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국내 모빌리티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은 어디서 왔다? 혁신을 느끼고 싶어서? 아니죠. 택시가 싫어서.(전부는 아니겠지만...90% 이상이라 과감히 추측합니다)

....좋지 않다. 좋지 않아
만약 타고솔루션즈가 성공한다고 칩시다. 이건 택시업계의 대오각성과 카카오의 혁신이 만난 모빌리티의 만개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여기서 좀 이상한 말을 하자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다양성의 문제.


카풀은 그 자체로 대단한 혁신이 아니지만, 카풀이 가지는 상징성은 있습니다. 바로 모빌리티의 최초 불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혁신은 자율주행차로의 비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뛰어주어야 한다는 거에요. 초반부터 택시와 카카오가 다 먹으면? 앙대요. 다양한 카풀 서비스들이 나와주고 쏘카의 VCNC도 분전을 해 줘야 합니다. 택시업계가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ICT가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양측이 힘을 합치고, 작은 ICT들이 또 뭉치고..이러한 무수한 점들이 적당한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건 국내 시장의 특수성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우버가 싹 쓸어먹어도(요즘은 어렵지만)그 안에서 혁신이 일어났는데. 그건 시장이 크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거대 시장들이 먼 거리를 두고 산재한 형태에요. 그런데 우리는? 좁고 작은 시장에 심지어 후발주자에요. 이럴때는 시장의 초기에 최대한 경우의 숫자를 확보하고 기술 우위성으로 치고 나가야 합니다. 즉 힘의 쏠림이 있으면 안된다는 거죠.


그런 이유로, 솔직한 말로 저는 타고솔루션즈와 카카오를 응원하지만 또 그들이 잘 하리라 보지만 그와 비례해 풀러스나 쏘카 등등도 일정정도의 영역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막말로 경쟁이 좋잖아요? 여기에 시장 초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합니다.

..어려울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택시와 ICT의 만남을 끌어냈으니, 또 택시의 부활도 예고되고 있으니 이제 정부는 ICT 스타트업도 챙겨주세요. 최대한 가능성을 확보하자고요. 풀러스와 쏘카, VCNC가 여전히 쌩쌩 달려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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