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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y 05. 2019

MCN, 가면 무도회서 진심을 찾는 아이러니

삶의 편안한 공유와 무대 위 반짝이는 캐릭터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이라고 부르기에는 이제 시장 형태가 워낙 합종 플랫폼으로 변했고. 이를 MCN으로 부르자니 뭔가 2% 부족합니다. 비즈니스에 대한 해답은 아직 요원하지만 콜라보와 이커머스와의 연계, 브랜딩 및 바이럴 콘텐츠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지금. 이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숙제를 가지고 있을까요? 종사자가 아닌, 업계를 취재하는 주변인인 기자의 입장에서 가볍게 수다를 떨어볼까 합니다.


캐리TV의 러브 콘서트의 아이러니
어린이날인 5일 캐리소프트 캐리TV의 러브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화려한 무대와 열정적인 춤, 노래. 무대에 선 크리에이터들은 정말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무대만 보면 잘 준비된 아이돌 콘서트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대단한 광경에서 떠올린 아이러니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먼저 캐리가 없어요...네. 캐리의 러브 콘서트에 캐리가 등장하지 않는 아이러니. 이유는 대충 짐작은 됩니다만 여튼 묘하더군요. 캐리소프트는 빠르게 캐리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잡아야 할 듯 합니다. 헤이지니 사태로 촉발된 캐릭터 교체 정국에서 캐리소프트는 분명 실수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잘 알아서 제가 더 답답합니다. 요건 이 즈음에서 갈음하고요.


러브 콘서트라는 핵심에 주목하자면. 네. 공연은 계속 '나 자신을 사랑하자' '나와 내 가족을 사랑하자' 뭐 이런 콘셉입니다. 공연을 끌어가는 주체는 각 캐릭터의 특징이고요. 이제는 핵심처럼 보이는 엘리와 공연의 큰 틀을 잡아가는 남자 캐빈. 그리고 스텔라 등등. 전 이 부분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사랑'이라는 공연의 주제가 참 뜬금없어요. 아주 중요한 개념이고 아이들에게 충분히 가르쳐야할 부분이지만...이를 중심으로 콘서트를 짜니 뭔가 애매합니다. 여기에 각 캐릭터의 정체성에 의존한 대사 등은 모든 아이들의 공감대를 가져오기에 부족해 보였고요.


캐리는 네. 맞습니다. 원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영상에서 출발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엘리가 간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명소를 가고 캐빈의 호기심 아파트는 기발한 영상을 보여주죠. 이 외에도 EDM이나 기타 음악, 퍼포먼스, 영어 교육 등 정말 많은 지점을 탐하고 있습니다.


이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요. 저는 캐리소프트가 기본적으로 아쉬운 것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대동소이해진다는 겁니다. 영상 제작 기법이나 자막, 교육 프로그램 등을 보면 왠지 지상파 방송사나 윤선생 영어교실이 뛰어드면 더 잘할 것 같은 지점을 단지 '유튜브'로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이런 것도 만들어' 라던가 '우리 이런 영상도 있다?'와 같은 기교들. 그 기교들이 유튜브에서 작동된다고 뭔가 특별한 뉴미디어가 될 수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기발한 러브 콘서트를 계획해도 특기할 점이 없습니다. 사랑? 아니죠. 이제는 캐리만의 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무대에 오른 크리에이터의 안무와 노래를 보니 완전히 아이돌이 따로없어요. 이들은 아이들과 유대관계를 가지며 유아동 크리에이터에서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운 이들로 보이지는 않고, 끼와 재주가 많은 그냥 연예인으로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캐리 소프트의 평면적인 콘서트 진행은 화려하고 '우와' 스럽지만, 캐리가 보여주고 있는 '우리 지상파처럼 만들 수 있어'의 연장선에 갇혀 있습니다.


그래도 캐리가 제일 잘 한다는거...
쓰고보니 캐리를 디스하는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캐리소프트는 현 MCN 업계의 간판이자, 가장 매력적이고 잠재력이 큰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 IPTV 키우며 5G 정국에서 키즈 콘텐츠 손대는것 보십쇼. 또 당장의 캐리 인기를 보세요. 쩔어요. 이건 정말 대단한겁니다. 크리에이터의 팔방미인도 뭐 보는 각도에 따라 고무적인 현상으로 봐 줄 수 있습니다. 제2의 테슬라 후보군인 이유가 있다니까요? 뭐 기술력은 없지만. 그래도 일가를 세운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더 씁쓸합니다.


지금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을 보십쇼. 임블리 논란 보세요. 미디어 커머스도 이제 속살을 드러냅니다. 인플루언서 중심의 마케팅이 알고보면 정말 덧없다는걸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시청자와 호흡하며 물건 판다? 글쎄요...점점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지상파나 기타 거대 플레이어와의 결합. 요건 하청업체 되기에 딱 맞습니다. 그렇다고 독자 노선? 혼자간다면 대도서관의 방송 은퇴 가능성이 좋은 사례겠네요. 이건 정말 한계가 있고, 대도서관을 욕할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MCN에 속한 대도서관이 저 상황인데...그렇다면 다른 곳? 게임? 뭐 야방? 먹방? 자극은 이제 네이버...이들은 태생부터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나마 브랜딩이 낫네요. 근데 이건 또 하청업체 리스크가...


솔직히 말하면요. 저는 1인 크리에이터와 MCN 시장이 점점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강점은 두가지. 하나는 기발한 아이템과 기획이고 또 하나는 소탈함이거든요. 그런데 아이템과 기획은 점점 기존 플레이어와 닮아가고 있고. 소탈함? 사기로 몰리지만 않으면 좋겠네요. 최근 유튜브 CEO가 박막례 할머니와 만나 "누구나 삶의 일부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는데, 최초 동물원 영상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유튜브는 지금 돈과 이색적, 발랄함을 넘은 엽기의 천국이거든요. 누구나 삶의 일부를 공유하는 소소함은 채널 개설해도 망해요. 옆에서 라면 20개 먹는데 무슨...돈도 않되는 것이 무슨..


1인 크리에이터와 MCN 시장은 조만간 대형, 기존 플레이어와 교집합이 많아질겁니다. 유튜브 시청자들이 따로 있거든요. 이들을 잡으려 기존 레거시가 뛰어들어 협력하고, 나중에는 직접 하려고 할 겁니다. 왜요. 공룡이 된 지상파가 어떻게? 에이. 나영석 PD가 어디 출신이고, 무한도전이 어디서 나왔죠? 우리가 정말 오해하는 것이 뭐냐면, 공룡이 항상 멍청하게 얼어죽을 것이라는 맹신입니다. 천만에요. 그들 중 일부는 그럴 수 있어도 사실 가능성 낮아요. 그들은 이 엄중한 시대 언제든 자존심 던지고 막대한 자본력과 노하우로 새로운 시대를 가질 준비를 마쳤습니다. 심지어 뉴미디어가 레거시를 따라하는데요.

결국 B급 정서에요. 감히 상상하자면 1인 크리에이터와 MCN은 B급 정서만 살아남을겁니다. 그 외는 모두 레거시가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B급 정서는 몸집이 커지고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시대의 트렌드가 바뀌면 다시 레거시의 먹이가 될 것이고요. 아마 이 지점에서 지금의 소위 뉴미디어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째깍째깍 생존시간은 정해져 있지만요. 가면무도회서 진심을 찾지 말자고요. 이제는 다 내려두고 정체성에 집중한 무언가를 발굴할 때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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