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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y 29. 2019

서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르더라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의 딜레마

언제나처럼 뇌피셜 한가득 들어간....


정부 여당이 주도한 택시 카풀 사회적 기구 합의안 발표 후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물론 택시업계의 증오와 혼란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스타트업과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고, 택시업계와 협력해 플랫폼 택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구 합의안 사각지대에 있는 개인택시업계는 쏘카 VCNC의 타다에 화력을 집중하며 국회와 여당 및 야당 당사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습니다.


논쟁도 뜨겁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뜬금없는 이재웅 쏘카 대표 비판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설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와 네이버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의 발언까지. 

최근에는 개인택시면허를 매입하는 것을 두고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졌습니다. 이재웅 대표가 개인택시면허를 매입한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자 김정호 대표가 이를 비판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페이스북에서 벌어지는 논쟁인데, 이찬진 대표가 개인택시면허 매입을 제안하자 이재웅 대표가 난색을 보였고, 이를 김정호 대표가 비판했습니다.


묘하게 흘러가는 개인택시면허 매입 논란은 사실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각자가 서로 다른 곳에 서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이재웅 대표는 모빌리티 혁명이 기존 택시업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온디맨드 모빌리티 플랫폼의 비전이 자율주행차 등의 트렌드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믿음이며, 이는 사실 우버나 우버의 운전대를 잡은 소프트뱅크의 비전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이 바닥'에서는 일상적인 인식이라는 겁니다. 그 연장선에서 택시업계의 반발은 답답하기 보일 수 있고, 이 반발을 넘어 진정한 모빌리티의 혁신 목표를 이루려면 택시업계의 소프트랜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하드랜딩'보다는 낫지 않은가라는 전제가 깔립니다.


그 연장선에서 개인택시면허 매입을 제안한 이찬진 대표의 제안은 꽤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이찬진 대표의 글을 보면 이재웅 대표의 주장처럼 모빌리티 혁신이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믿음에는 의문부호를 달지만, 최소한의 윈윈을 위해 역시 택시업계의 소프트랜딩을 고민하는 뉘앙스입니다. 


이재웅 대표는 이찬진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논리가 나옵니다. 개인택시기사들은 면허 매각을 원하지 않으며, 개인택시기사들의 삶을 위해서도 이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차라리 법인이 개인택시면허를 양수받을 수 없는 등의 실질적인 규제 이야기를 했거나, 자금력이 있는 대형 기업만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으면 모르겠습니다. 개인택시기사들이 면허 매각을 원하지 않으며 이는 개인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오히려 위협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공격의 빌미가 되어 버렸습니다. 


네이버 창업멤버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문제삼은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그는 쏘카가 개인택시면허 매입이라도 해서 힘들게 면허를 구입한 기사들과 동등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는 역공까지 펼쳤습니다.


느껴지십니까? 이재웅, 이찬진, 김정호 대표가 서있는 서로 다른 세상을 말입니다. 이재웅 대표는 모빌리티 혁신이 기존 업계를 덮어버릴 것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열음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으나 개인택시면허 매입에 있어서는 반대합니다. 최종구 위원장이 말한 혁신에 뒤처진 이들을 명확히 직시하고, 이들의 추락을 전제하며 진짜 소프트랜딩을 원합니다. 소프트랜딩의 범위에 개인택시면허 매입은 없는거죠. 왜? 실효가 없으니까.


이찬진 대표는 쉽게말해 '긴가민가'가 아닐까 합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절충안을 내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김정호 대표는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이끄는 사람답게 오로지 사람, 그것도 취약계층을 봅니다. 즉 모빌리티 혁신보다, ICT 혁신보다 소위 말하는 혁신가들이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이를 선으로 그려보면 양 극단에 김정효 대표와 이재웅 대표가 있고, 그 중앙에 이찬진 대표가 있겠네요.


사실 여기에 대해서 수줍게 뭐라 할 말은 있지만 갈음하겠습니다. 다만 길게 이 논쟁을 풀어놓은 이유를 짧게 밝히려 합니다. 각자가 서있는 세상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본다의 연장선인데, 바로 김정호 대표의 발언 중 하나...'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입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쏘카나 VCNC 타다 모두 매우 혁신적인 플랫폼이나 기술은 아닙니다. 배달의민족, 야놀자, 직방, 다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그냥 앱에 불과한 것 맞습니다. 그러나 그냥 앱들이 모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며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봅니다. 그리고 미래를 타진합니다. 기술과 기술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겁니다. 따지고 보면 클라우드도 그냥 편리한 저장장치입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생각하면 클라우드를 통해 발생되는 엄청난 기술의 혁신은 절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말이 네이버 창업멤버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다소 충격 그 자체입니다. 


김 대표는 사람들 속에, 특히 약한 사람들 속에 있습니다. SK텔레콤의 T맵택시가 청각장애인 택시 플랫폼인 고요한택시 등과 협력하는 한편 SK의 사회적 가치가 이어지는 와중에 이에 보폭을 맞추는 장면이 자연스러운 이유입니다. 이건 엄청난 가치며, 모두가 본받아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IT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를 낮게 보는 것 같다는 묘한 생각이 듭니다. 


이재웅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프트랜딩도 중요하지만, 소프트랜딩을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IT 혁명에 집중되어 개인택시기사들을 소프트랜딩으로 끌어올 매력을 먼저 보여주는게 선후가 아닐까 합니다. 상생펀드를 만들거나, 뭔가 그들이 혹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며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만 있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쓰고보니 이상하게 감히 훈계...절대 아닙니다. 저는 나부랭이며, 그저 지켜보고 기록할 뿐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이는 접점을 수줍게 제시하는 먼지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서로 냉정도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램. 지치면 곤란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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