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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an 27. 2016

LG는 LG페이로 뭘 하고 싶은 걸까?

화이트카드, 더 큰 의미를?

페이전쟁이라고 부릅니다. 미스 A의 페이가 아니라..(죄송합니다) 삼성페이, 애플페이, 카카오페이, 알리페이 등등이 마구 등장해서 이런 말이 붙었는데요. 정신없이 나타나는 페이들을 보면 가끔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 다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지?(당연한 말이지만 조만간 적자생존의 정글이 벌어집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페이를 이해할 때 디바이스 중심과 온라인 중심으로 임의로 나눕니다. 디바이스 중심은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혹은 주체인 페이들을 말해요. 삼성페이와 애플 페이죠. 온라인 중심은 알리페이, 카카오페이, SSG페이 등을 뜻합니다. 이 둘은 엄연히 말해서 구분되어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후자를 다시 나누는데요. SSG페이같은 것들은 유통 생태계가 기본이고 카카오페이는 포털이 기본입니다. 어디서 파생되었느냐에 따라 기본적인 DNA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건 제 기준이니까 그냥 참고하시면 됩니다.


단연 돋보이는 LG페이
27일 전자신문의 단독보도, LG페이가 모습을 슬쩍 나타냈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알려졌던 내용과 대동소이하지만 [MS 외에 IC결제를 지원할 방침이지만, 상반기 출시되는 LG페이는 MS거래만 우선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새롭더군요.


전자신문이 말하는 LG페이입니다. (관련기사 LG페이 `화이트카드` 단독 공개)
[LG페이 결제 매체인 ‘화이트카드’ 실물을 확인한 결과 일반 플라스틱 카드와 모양이 흡사했다. 두께도 일반 신용카드와 차이가 없다. 일반 가맹점 결제는 물론 ATM 현금 인출까지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신용카드 사용자 행태를 그대로 반영했다. 스마트폰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소비층까지 끌어들여 경제 소비가 많은 층을 유입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화이트카드는 별도 액정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신용카드를 고객이 선택한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START’라는 표기가 들어오고, 잠금(LOCK) 기능을 추가했다. 액정 창을 통해 해당 가맹점에서 가장 많이 할인되는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 포인트 적립까지 한 번에 해결한다. 이 카드는 전자기기 형태로 구현되기 때문에 별도 충전 기능이 필요하다. 카드 왼쪽을 보면 충전 단자가 표기돼 있고, ‘화이트카드 충전기’를 사용해 충전한다. LG전자는 화이트카드 충전기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서 화이트카드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으잉? 스마트폰이 아니라 웬 카드? 게다가 신용카드처럼 생겼네? 반응은 엇갈립니다. 일단 LG페이는 디바이스 중심 간편결제입니다. 삼성페이같은 거에요. 그런데 스마트폰이 아니라(물론 연동됨) 별도의 카드를 쓴다고?

분위기는 갈립니다. 일단 '신용카드 쓰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간편결제 대세인데 별도의 카드를 만들면 뭐하자는 거임?'이라는 반응과 '다수의 카드를 묶고, 편리하게 사용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해해보련다. LG페이
LG전자의 기괴한 장인정신은 유명하죠. 굳이 마케팅팀의 무지를 떠나서 기술적인, 오타쿠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나머지 특별한 의미에서 뛰어난 작품을 많이 출시시킵니다. 특히 스마트폰이 그런데요. 전설의 G플렉스2가 그랬죠. 정말 괜찮은 스마트폰이고, 한 때 LG전자가 G 프로를 이을 차세대 프리미엄 라인업 후보로 삼기도 했지만 '그립감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시장의 외면을 받은 비운의 제품입니다. 마치 '우리 냉장고는 특별해. 특별하니까 음식이 들어갈 공간을 줄이고 인공지능 뽀로로 로봇을 탑재시키겠어'라는 격입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느낌. 넓게 보면 촬영에 특화된 스마트폰이라 불렸던 V10도 이러한 범주에 들어갑니다.(제발 스마트폰 쓰는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거에 집중해! ㅠㅠ)


이해는 갑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항상 이겨야 하는 선발주자가 있으니까, 그들이 주도하는 질서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겠죠. 그래서 자신들의 전장으로 상대를 끌어오려 했겠죠. 그게 너무 자신들'만'의 전장이라 문제지만요... 소문입니다만 LG전자에는 인류보다 5000년 정도 앞선 기술력을 가진 외계인이 서식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계인들만 좋아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도시괴담이...


본론으로 들어와 LG페이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디바이스 중심의 원조격인 애플페이가 나올 때 팀 쿡이 그랬죠. '지갑이나 카드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요. 삼성전자는 일단 그 흐름에 탔고요. 하지만 LG전자는 말합니다. '너희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우리도 간편결제를 하는데, 카드는 있지롱'


하지만 천천히 살펴보면, 화이트카드를 선택한 LG전자의 전략이 마냥 허황되지 않았다는 느낌적인 느낌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전략과 다르게, '정말 참신하게' 접근했다면? 외계인이 만든 건데, 그게 정말 먹힐 수 있다면?(두둥)


단서는 화이트카드의 활용입니다. LG전자는 화이트카드를 단순히 간편결제에만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상의 나래를 조금 펼쳐봅시다. 사물인터넷. LG전자는 사물인터넷 전략을 짜며 스마트홈을 설계할 때, 유독 '채팅'에 집착했습니다. 바로 홈챗(HomeChat)이에요. 처음 이게 나왔을 때 그 동기는 이해해도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화이트카드를 결제가 아닌, 사물인터넷 전반의 컨트롤 타워로 삼는다면? 여기에 홈챗으로 대표되는 초연결의 피드백을 어떻게든  우겨넣는다면?


이는 LG페이가, LG전자가 스마트홈 전략까지 아우르는 큰 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나름 합리적인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스마트폰이 핵심이 아닌 거예요. 막대한 데이터가 오가는 간편결제의 중심을 화이트카드로 삼았다는 것은(물론 LG페이를 통해 오간 결제 정보는 곧장 카드사로 가지만), 별도의 충전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한다는 것은 화이트카드에 더 큰 뜻이 있을 것이라는 망상에 힘을 더해줍니다. 채팅과 같은 데이터의 피드백을 화이트카드에 접목한다. 이를 사물인터넷에 쓴다?


눈치챘겠지만 이는 삼성전자 간편결제 전략과는 정반대입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PC에서도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하게 만들고, 중저가 라인업에도 적용을 했어요. 스마트폰 중심의 전략입니다. 하지만 LG전자는 최소한 간편결제와 스마트폰의 시너지를 포기했습니다. 뭘까, 그렇다면 뭘까 쥐어짜고 쥐어짠 결과 저는! 여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화이트카드가 LG전자 사물인터넷 전략과 매우 핵심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전용 신용카드까지 출시했어요. 신용카드의 정체성을 묻는 측면에서 LG페이 화이트카드와 어째 비슷하지만, 여튼 재미있는 지점입니다. 어쩌면 신용카드는 꽤 오래 살아 남을지도?

뭐 그렇게 상상해 봤습니다. 그렇다면 효과는 있을까요? 당연히 잘 모르겠지만 이런 상상은 해봅니다. 스마트워치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 우리 삶에 스마트폰처럼 핵심적인 디바이스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 지점에서 간편결제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정착되고 있어요. 문제는 스마트폰의 포화에 따른 중저가 시장의 행보가 약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 이후로는 뭐가 됐든 포스트 스마트폰이 생기겠죠? 그 간극에서 다양한 카드를 결합해 '어쨋든 간편하게 결제를 지원하는' LG페이는 예상하지 못하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신용카드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며 판을 바꿀수도.....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오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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