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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an 29. 2016

O2O의 필수조건은 뭘까?

생각을 조금 바꾸다

O2O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O2O의 성공을 위한 치열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어요. 성공. 과연 어떻게? 그걸 안다면 제가 대한민국에서 기자하고 있겠습니까?(ㅠㅠ) 다만 끊임없이 생각이 변하고 재조합되는 과정의 일부를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냄새

저는 O2O의 핵심을 말하며 ‘사람냄새’에 중심을 두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쿠팡맨의 친절함을 말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이걸 O2O의 중심가치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마케팅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며, 차라리 그 이면의 데이터 확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지난해 8월 제가 쓴 칼럼형 기사 일부를 공유하겠습니다.    


[O2O에 있어 사람냄새는 마케팅적 요소로 작동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파급력은 분명히 한계를 가진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보자. 로켓맨은 기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제공한다. 다소 무뚝뚝한 택배 기사의 인식을 깬 젊고 깔끔한 젊은 로켓맨은 고객이 자연스럽게 쿠팡 앱을 열도록 만든다. 이러한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고, 언론보도를 탄다. 아주 성공적인 O2O 사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팡이 O2O 사업을 전재하며 로켓맨을 중심에 두는 순간, 그들의 실험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O2O는 치밀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플러스 알파가 추상적인 '감동'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지속성이다. 쿠팡은 언제까지 로켓맨을 가동할 것인가. 당장의 유통 시장을 장악할 수는 있겠으나 그 이상의 전자 및 IT기술의 발전으로 반격이 가해진다면 버틸 수 있을까?    

로켓맨이 감동을 줄 수 있겠지만 경쟁사는 빅데이터에 입각한 정교한 큐레이션 기능과 치밀한 수학적 계산에 입각한 단축된 배송기간을 제공한다고 생각해보자. 소비자들은 사람냄새에 의리를 지킬까? 게다가 쿠팡의 로켓맨은 불법논란에도 휘말려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사실 더욱 큰 시장에서 이 문제가 100% 해결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쿠팡맨의 업무강도는? 어쩌면 쿠팡맨은 '진짜 배송의 현실'과 만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물론 쿠팡도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쿠팡맨을 마케팅적인 부분에 활용하며, 그 이면에는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프로세스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지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쿠팡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쿠팡의 로켓맨이 보여주는 감동을 O2O의 경쟁력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가능하나, 최종무기로는 부족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정리하자면 이런겁니다. O2O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며, 여기에 ‘사람냄새’는 없다입니다. 우리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일종의 착각이며, 기업의 노림수라는 점. 차라리 그 이면에 흐르는 데이터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쿠팡이 최근 직접매입에 전사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러한 일련의 행위로 이해했습니다. 제 다른기사 일부를 공유할께요.    


[직접매입이 많아지면 제품수급은 언제나 '스탠바이'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솔루션'을 적절하게 가동한다면 쿠팡이 감독과 주연을 맡는 영화 마이너이티 리포트도 꿈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제품 자체를 일종의 콘텐츠로 포지셔닝해 애플과 비슷한 폐쇄적 생태계를 창출, 그 범위를 확장하는데 성공한다면 세상은 쿠팡의 것이 된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께요. 우선 O2O에 사람냄새가 핵심이라는 점은 여전히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사업의 영속성을 위해 매우 필요한 지점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핵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하면 큰일나는 중요한 키워드라는 뜻이에요.     


바로 사업을 이어가고, 지속시키는 측면입니다. 이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최근 전자제품 업체의 분위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애플을 어떻게 보시나요? 요새 이런저런 불길한 소문이 감도는데...핵심부터 짚어보면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디바이스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곳입니다. 하지만 아이폰만으로 지금의 성적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애플은 디바이스에 스티브 잡스, 디자인, 애플빠의 모든 감성과 철학을 넣었어요. 아이폰을 구입하는 사람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스마트폰으로 구입하는게 아닙니다. 애플의 정신을 구매하는 거에요. 이 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경험! 애플은 이걸 제공하는 겁니다. 비슷한 말로는 서비스라는 표현도 어울리겠네요. 스타벅스에서 제일 많이 팔린 것이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브랜드를 마시고 있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O2O 기업이 쭉 사업을 영위하려면? 당연히 기술 이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건 바로 경험과 서비스에요. 현존하는 모든 업종 중 유독 O2O에 이런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왜냐고요? 사람들은 이득을 얻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O2O나 온디맨드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아니니까요. 이들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원합니다. 소비자와 공급자의 니즈가 딱 들어맞는 지점! 바로 서비스의 경험, 소프트웨어의 가치입니다.  

  

특이한 O2O? 특이한 경험?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최근 스타트업 O2O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재석의 비틀어보기] O2O 스타트업, 이색 콘텐츠만으로는 안된다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O2O의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 초기엔 특이한, 특별한 콘텐츠로 주목을 받아왔으나, 지속가능한 것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이미 카카오가 보여주고 있지 아니한가.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상상일 수 있으나 CJ 푸드빌 같은 곳에서 최현석, 이연복 셰프 등을 영입해 고급 요리 배송을 이벤트성으로라도 시작하면 푸드테크 O2O 생태계를 장악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최근 O2O적 측면에서 카카오가 뷰티업계에 진출하고, 네이버가 공간공유에 발을 담궜죠? 현재 O2O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불안요소, 즉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험, 즉 소프트웨어적 가치를 자꾸 특이한 지점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모비인사이드는 이를 약간 경계했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재석씨는 제가 선배이기는 하지만 매우 존경스러운 사람입니다;;] 그 의견에는 약간 반대합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논란이든, 뭐든 어차피 대기업은 대기업이고, 그들은 문어발로 O2O 확장을 하는게 맞는겁니다. 그럼 시장이 커진다는 측면에 집중하고, 스타트업은 무조건 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이한 서비스와 특이한 경험. 그 자체로 시장은 더욱 확대되죠. 도망가는 겁니다. 물론 어렵고 이상적이지만 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 봅니다.


제가 인터뷰한 뷰티 O2O 컷앤컬 이은영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진출에 대해 “환영한다. 시장이 커지니까”라고 했습니다. 물론 100%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일리가 있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험. 그 내부에는 당연히 사람냄새가 나겠죠.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저는 O2O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핵심이더군요. 당분간 이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감히 상상하자면, 저는 오프라인이 접점을 찾아 온라인에 적극적으로 날아들 것으로 확신합니다. 권력의 방향성은 연속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혀 새로운 사업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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