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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Feb 01. 2016

지상파의 내밀한 '속사정'

그들의 갈등

지상파와 케이블의 갈등이 점입가경입니다. 1일 지상파가 케이블에 서비스되는 신규 VOD 송출을 중단했어요. 방송통신위원회가 뒤늦게 중재에 나섰지만 때를 놓친 분위기입니다. 사실 놓진지는 꽤 오래됐지만... 문제는 단순히 '지상파가 케이블에 VOD 송출을 하지 않았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상파의 약점과 유료방송의 복잡한 속내, 그리고 통신사까지 얽힌 치열한 영역전투가 내면에 숨쉬고 있습니다. 그 속살을 들여다 보겠습니다.(철저한 개인적 관점입니다)


전제되어야 할 점
많은 사람들은 막연하게 지상파의 강력한 미디어 파워를 두려워하고, 인정합니다. 지상파는 슈퍼갑이고 이들이 우리의 세상을 지배하는것 같죠.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묘한 전제가 들어갑니다. 지상파라고 다 같은 지상파가 아니거든요.


지상파에는 다양한 직군이 있습니다. 기자도 있고 PD도 있고 작가도 있고 카메라 기자도 있죠. 하지만 사람이 제일 많은 직군은? 엔지니어, 즉 방송기술인입니다. 사람들은 방송국에 기자와 PD만 있는 줄 알아요. 아닙니다. 공학도가 제일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게, 제가 취재하면서 여실히 느낀 점이지만 방송기술인들의 목소리는 타 직군에 비해 현저히 낮아요. 숫자는 제일 많아도 파워가 없다는 뜻이죠. 그 이유를 방송기술인들에게 몇 번 물어본적이 있는데 다양한 분석이 나오더군요. '공돌이(별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닙니다만)는 단합을 잘 못해'부터 '고위직에 방송기술인이 없다' 등등. 일단 기자와 PD와 같은 화려한 직군보다 절대 다수인 방송기술인이 내부에서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기술인은 '방송국을 존재하게 만들어 주는' 그 누구보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은 평상시에는 무리없이 잘 굴러갑니다. 하지만 외부와의 이슈가 발생하면 골치가 아파요. 당장 UHD를 두고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힘겨루기를 할 때가 생각나네요. 지상파 UHD를 위한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두고 지상파 할당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방송기술인들은 외부는 물론, 내부의 기자 및 PD들까지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기자나 PD들은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자신들이 만드는 콘텐츠에만 관심이 있지 이를 담을 플랫폼인 그릇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니 외부와의 이슈, 즉 지상파 플랫폼적 이슈가 터지면 방송기술인들만 애가 타는 상황이 반복되곤 했어요.


여기서 KBS를 한 번 볼까요. KBS는 소위 1노조와 2노조가 있는데, 1노조는 방송기술인 중심이고 2노조는 본부 노조, 즉 전국언론노동조합 노조에요. 왜 이런 구분이 생겼냐. 정연주 KBS 사장 퇴진 사태 당시 기자 및 PD로 구성된 강경파가 2노조가 됐고, 상대적으로 온건파가 1노조가 됐습니다. 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두 노조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비록 함께 힘을 합치는 경우도 많지만 제가 보기에는 불안한 동거에요. 2노조가 1노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방송기술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방송기술인에 대한 내부의 오래된 비판을 굳이 상기하지 않아도, 그냥 묘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상파는 불안하다  
전제가 길었습니다. 별 쓸데없는 말을...일단 지상파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충돌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방송기술인들은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슈퍼갑과는 약간 다르다는 점.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여기서 지상파 상황을 볼까요. 현재 지상파의 최대 약점은 직접수신율입니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13%를 넘을 것이다라는 말부터 5%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어요. 나머지는 케이블과 위성방송, IPTV가 가져갑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상파는 미디어 플랫폼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는 거에요.


고민이 시작됩니다. 일단 직수율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2012년 12월 31일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 DTV KOREA를 통해 직수율 개선작업에 나서는 한편, KBS는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와 손잡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직수율은 여전히 제자리. 방송기술인들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일입니다.


여기에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시절 상하위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하기로 결정한 이후 방송기술인들은 끊임없이 싸웠어요. 지상파 UHD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결론은? IPTV와 국가재난망에 넘어가고 일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방통위, 훗날 미래부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 대항한 국민행복 700 플랜까지 발표했으나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지상파 블랙아웃은 어떻고요. 시청자를 인질로 삼았다는 비판은 모두에게 동등하지만 지상파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이건 정말 복잡한 문제라 간단하게 말하자면, 유료방송이 콘텐츠를 활용하는 대가를 정당하게 받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료방송 생각은 달라요. 지상파 직수율이 낮잖아요? 유료방송은 대부분의 지상파 콘텐츠를 자신들이 지역에 송출하고 있으니 무리한 대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CPS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VOD 블랙아웃도 비슷한 연장선상입니다. 그리고 극단적인 전체 블랙아웃도 몇 번 있었습니다. 개인적이지만, 이건 양쪽 모두의 잘못입니다. 하지만 지상파에만 비판의 화살이 쏠리는 것은 반대합니다. 왜? 방송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 제작 비용은 올라가고 있으니까요. UHD는 얼마나 더 돈이 들어갈까요? 그럼 지상파는 UHD 하지 말아라? 이건 공공성의 문제와 겹칩니다.


결론적으로 지상파가 최근 보여주는 일련의 발악은, 초조하기 때문입니다. 직수율은 낮은 상태에서 플랫폼적 가치는 흔들리고, 700MHz 대역 주파수는 통신에 대부분 가고(주파수 할당을 유심히 보면,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역사를 보면 방통위와 미래부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통신사 편을 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상파 몫이라고 떼어주는 것들이 모두 '쓸모없는 것'이 대부분...) 콘텐츠 제작 비용은 높아집니다. 광고는 떨어지고 있고요.


물론 '지상파가 불쌍하니 잘 해주자'라는 접근은 반대합니다. 하지만 지상파의 방송기술인들이 추구하는 미디어 플랫폼적 가치가 무너지면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지상파 뉴스의 편향성과 연결해 지상파 UHD를 용인할 수 없다? 어불성설입니다. 그건 다른 거에요. 공공 미디어 플랫폼의 존속과 보도의 질을 엄격하게 나누고 각자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상파의 내부역학구도를 내밀하게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상파는 슈퍼갑 맞습니다. 하지만 내부의 방송기술문제는 전혀 다른 부분이에요. 만약 대한민국 미디어 플랫폼 전체가 유료방송에 넘어가면 여러분이 행복할까요? 그때야 말로 빅브라더의 시대가 펼쳐집니다. 이 점, 반드시 유념했으면 합니다. 방송기술과, 인문학적 가치판단은 분리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상파에도 제안합니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지상파 전체를 하나의 권력집단으로 이해합니다. 이 과정에서 편파적인 보도, 문제있는 방향성은 걷어내야 합니다. 어려운거 압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공공 미디어 플랫폼의 가치를 증명하십시요. VOD 끊어버리는 치기어린 행동은 당장 중단하고 시청자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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