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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Oct 22. 2019

넷마블, 아무리 생각해도 구독경제 스마트홈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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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다는 소식이 화제입니다. 그냥 보기에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게임업체가 왜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지 의문입니다. 이건 달라도 너무 다른 영역이 아닌가요. 지금부터는 언제나 그렇듯 철저한 뇌피셜입니다.


단서는 있습니다. 서장원 넷마블 경영전략 담당 부사장은 14일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자 스마트홈 구독경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이고, 넷마블은 축적된 게임 데이터 분석 능력을 활용해 현실의 구독경제 비즈니스를 구현한다는 방침입니다. 그 아이템은 스마트홈이라는 뜻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니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 역시 그렇군"이라고 수긍하지만, 아쉽게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많습니다. 


구독경제라고?
구독경제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게임은 유료 게임을 중심으로 온라인의 구독경제, 그리고 손에 잡히는 가전기기를 렌탈하는 웅진 코웨이는 오프라인의 구독경제를 상징합니다. 그러니 넷마블이 웅진 코웨이 인수를 시도하며 구독경제를 거론한 것은 일리가 있습니다. 같은 구독경제라는 접점을 가진 상태에서 이를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품어낼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촌스럽게 구독경제의 그림자를 논하지는 말자고요.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지만 극장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던 무비패스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등, 오프라인 구독경제를 운용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야기하지 맙시다. 다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 믿고, 일단 구독경제의 좋은 점만 보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 구독경제 비즈니스를 확장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겠다는 전략은 인정. 문제는 현실성입니다. 이게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한 걸음만 보면 말이 않되거든요.


넷마블의 이야기를 들어보면..게임으로 온라인 구독경제를 해 본 경험이 있고 렌탈의 웅진코웨이가 오프라인 구독경제를 하니까 이를 합쳐서 다양한 시너지를 내겠다는 뜻 같은데. 아. 이건 아닙니다. 일단 구독경제가 생각보다 어려운 비즈니스라는 것은 차치하고, 지금 구독경제를 성공시키는 기업들부터 보자고요. 넷플릭스? DVD 대여로 미디어 중심 사업을 하다가 OTT가 됐습니다. 국내에는 현대차의 현대셀렉션이 있는데, 생각해봐요. 자동차라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요기요의 슈퍼클럽? 본질인 음식배달에서 확장된겁니다.


맞습니다. 지금 구독경제도 방구좀 뀐다고 하는 사업자들을 보면 말입니다. 모두 본연의 비즈니스를 가지고 구독경제로 풀어가고 있어요. 그냥 하늘에서 뚝 비즈니스를 떼어와서 구독경제 돌려 성공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으로 구독경제를 해봤다고 말하는 것도 희한하고, 렌탈 비즈니스의 웅진 코웨이가 오프라인 공유경제라고 말하는 것도 희한한 상황에서 이 둘을 합쳐 무려 구독경제에서 시너지를, 그것도 게임회사인 넷마블이 하겠다? 성립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홈? 
여기서 스마트홈 전략도 보겠습니다. 넷마블은 '구독경제+스마트홈'을 말했으니까요.


역시 성립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홈에 뛰어들고 싶은 기업은 스마트조명을 만드는 필립스처럼 센서 기반의 단말기를 만들거나, 혹은 자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력을 키우거나, 아니면 인터넷 기업이나 통신사처럼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건설사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각자의 객체들은 서로의 필요나 능력에 따라 결합하고 배치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이 지점에서 게임이라는 온라인 구독경제(게임 과금 및 운영을 구독경제로 봐야하는지는 의문이지만)를 운용한 경험을 가진 넷마블이 구독경제의 개념을 오프라인으로 넓혀 스마트홈 전략을 추구한다는 것은, 뭔가 중간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생략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현실적으로 넷마블이 웅진 코웨이를 통해 택할 수 있는 구독경제 스마트홈은 약간의 온라인 구독경제 노하우에 '건설사가 스마트홈에 진출하는 로드맵'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건설사가 왜 직접 스마트홈을 구축하지 못하나?'의 질문과 만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굳이 구독경제라는 두 기업의 접점을 필요이상의 의미부여로 그럴싸한 비즈니스 모델로 꾸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넷마블이 웅진 코웨이 오프라인 구독경제 인프라로 스마트홈을 전개한다는 청사진은, 아직 보여줘야 할 것이 많아 보입니다.


다만 넷마블의 웅진 코웨이 인수를 캐시카우 확보 차원에서 이해하면, 현금 유동성 차원에서 말한다면 이해됩니다. 그러니까 웅진 코웨이가 괜찮은 캐시카우라서. 참고로 웅진 코웨이 렌탈 계정은 국내외를 합치면 700만개에 달하고 렌탈 판매량은 55만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웅진코웨이 연 배당만 2000억원이라고 하죠. 넷마블이 25.08%의 지분을 가져가면 500억원은 가져가겠군요.


결론
넷마블이 구독경제를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습니다. 제대로 해본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웅진코웨이 렌탈 비즈니스를 구독경제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글러먹었...네. 여튼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두 회사의 만남은 구독경제라는 접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단이 되어야 할 구독경제가 힘을 잃으니 스마트홈 전략은 더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이해가 되기 어렵습니다. 렌탈 비즈니스 업체가 모두 구독경제 스마트홈 전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지만 한 가지. 이번 딜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가 페이스북에 남겼듯이 게임업계의 매출 다각화가 절실히 필요해졌고, 어쩌면 대기업 게임사들이 시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위 교수는 이 부분을 우려했으나 그는 게임업계에 있는 인사이기에 그런 것으로 보이며, 저는 개인적으로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산업의 교차액션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또 불확실적인 흥미요소이자 화학반응을 보여주니까요.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넷마블이 진짜 구독경제 스마트홈을 전개하며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말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음..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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