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미장셴에 집중하라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국내 배달앱 시장의 최강자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 품에 안겼습니다. 이 대형 이벤트의 핵심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딜리버리히어로와 함께 만든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 의장이 되어 글로벌 시장 도전에 나선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독일계 자본의 토종 스타트업 인수입니다.
이와 관련해 찬사와 악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찬사?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선순환 생태계 구조 부재입니다. 이제는 스타트업을 잘 키워서 상장시키는 것만 '왕도'가 아니며 '엑시트'를 통해 생태계를 풍부하게 키워 또 다른 '순환'을 꾀하는 것도 '왕도'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의 품에 안기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 스타트업 업계에서 "이런 성공도 가능하다"는 사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토종 스타트업의 간판인 김봉진 대표가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영진 중 개인 최대주주가 되는 장면은 고무적입니다. 본사에 구성된 3인 글로벌 자문위원회의 멤버가 된다는 설명이며, 이는 그 자체로 후배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아시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스타트업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장면도 흥미롭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질주하는 많은 혁신가들이 이미 존재하지만, 김 대표의 행보는 약간 이색적입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기술 베이스가 아닌 플랫폼을 운용한 노하우를 가진 스타트업 대표가 글로벌 시장을 노린다는 것은 의미있습니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의 어시스트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만, 역시 기술이나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 본능으로 네이버 라인의 길을 걷겠다는 장면은 재미있어요. 의미있습니다. (갑자기 배달의민족 인공지능 기술력을 딜리버리히어로가 사갔다는 보도가 나오던데...어디보자..데이빗이 어디갔나...)
일각에서는 시장 독과점 이슈가 나옵니다.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이 따로 운영되지만 이제는 모두 딜리버리히어로의 패밀리거든요. 이는 악평 부분에서도 다루겠지만, 일단 찬사 측면에서 보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원래 플랫폼은 독과점을 노립니다 처음부터. 그건 당연한 겁니다. 물론 공정위 생각은 다르겠지만...요 문제는 다시 말하지만 악평에서 말할게요.
여기서는 플랫폼 사업자는 원래 독점을 최종목표로 하며, 또 배달앱 시장이 아직 만개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언급하겠습니다. 지금 배달앱 시장은 3조원인데, 아직 열리지 않은 잠재력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딜리버리히어로가 '현재의 시장'을 과점한다고 시장이 완전평정될 것이라는 예상은 성급합니다.
2018년 전국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의 86.8%가 전화 통화에 의존한 반면, 모바일 앱사용자는 6.4%에 불과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 딜리버리히어로가 6.4%의 시장을 99% 먹었다고, 앞으로 열릴 배달앱 시장 전체를 먹을 것이라고 단정하는건 이상하죠. 심지어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 다양한 사업자가 있고 또 다른 사업자가 6.4% 이외의 시장을 먹으려고 뛸겁니다. 이런 걱정은 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공정위 생각은 다를 수 있어도.
악평?
토종 스타트업인 배달의민족이 게르만민족이 된다는 점. 악평이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포가 여실히 묻어나네요. 그런데 요건 좀 미묘한게..원래 배달의민족은 지분 80% 이상이 외국계였어요. 그러니까 이번에 새삼 글로벌 자금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원래 주주 구성으로만 보면 글로벌 기업이었어요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가 품으며 걍 손바뀜이 벌어진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굳이 이 문제를 짚으려면, 유니콘의 국적을 한 번 보세요. 스타트업 전문 리서치 플랫폼인 더브이씨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9개 유니콘 기업이 유치한 투자 총액은 6조1532억원이며, 미국과 중국 및 일본 자금은 무려 88%에 달합니다. 여기서 한국 자본 비중은 5%입니다. 네..맞습니다. 국내 잘 나가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건 국내 VC의 투자행태를 때려야 할 것 같아요.
시장 독과점, 찬사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사실 6.4%의 시장이라고 하지만 사실 또 독과점은 맞습니다. 찬사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목적이 원래 독점이라고 말하고 이건 맞다고 보지만, 그래도 찝집함은 남아요.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 다양한 사업자가 있고 또 다른 사업자가 6.4% 이외의 시장을 먹으려고 뛰겠지만, 아니 그래도 6.4% 시장의 99%가 한 기업이라는 건 좀 너무 나갔죠. 이건 또 다른 측면에서는 악평이 나와도 할 말 없기는 합니다.
일각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광고 등을 통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물었으면서 '게르만민족이 되었다'며 냉소하는데, 이건 좀...그건 마케팅 광고잖아요. 브랜딩이잖아요. 넷플릭스가 <킹덤> 제작하며 "한국을 가장 중요한 콘텐츠 제작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했었는데, 솔직히 넷플릭스의 최우선 파트너는 한국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거기다가 "어이 넷플릭스, 왜 한국이 최고 파트너가 아니야. 그러다 변사체된다" 이러면 이건 좀..너무 순진한 생각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보도자료 한 번 이야기 할게요. 이건 악평에 여지가 없습니다.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IT업계 관계자는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며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C사가 쿠팡이라는건 너무나 당연하죠. 좀 너무 나갔어요 이런 표현은. 물론 쿠팡이랑 멱살잡고 공정위까지 간 것 알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쿠팡이 좀 배달의민족에 거칠게 나간것도 알았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글로벌 진출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막강한 자금력 기반의 압박을 '악마'처럼 묘사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우아DH아시아는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등에서 배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만약 라오스 현지 배달앱이 이런 보도자료를 내면 어떨까요. [독일계 자본을 업은 W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며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라오스)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성급했습니다. 아니 좀 아쉽습니다. 반일감점의 감정선도 살짝 건들면서, 지금까지 압박을 받아온 분노를 털어내는 것 같은데..배달의민족 답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사견이지만, 이건 경사입니다. 국내 인터넷 및 스타트업 업계의 쾌거에요. 그리고 글로벌 자금에 대한 공포는 좀 접어둘 때가 되지 않았나...이걸 걷어내려면 국내 VC들의 무사안일이나 좀 잡아야...무엇보다 김봉진 대표의 글로벌 시장 마법이 궁금하네요. 어떻게 풀어내어 보여줄지.
전 응원하는 쪽에 서겠습니다. 김 대표는 정말 대단하고, 배달의민족은 의미있고, 딜리버리히어로는 훌륭한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차피 벌어진 일,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응원과 격려를 하자고요. 또 다른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과 의기투합해 신세계로 나가는 장면을 상상하며. 어차피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좀...국토부가 모빌리티 기업들 군기잡는거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