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진홍 Feb 15. 2020

코로나19 대응하는 중국과 일본...오답노트네

조직 전체의 문제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 국가의 방역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나오는데요. 특히 중국과 일본의 대응이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안좋은 쪽으로요...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걍 단상 수준입니다.


중국, 이건 아니었구나
지난해 12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을 취재하러 현지에 갔었습니다. 흥미로운 일들이 참 많았는데...좀 인상적인 토론도 있었습니다. 


행사의 특성상 정말 많은 외신기자들과 만나고 뭐 더듬더듬 대화도 나누는데요(야나두,시원스쿨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아주 강렬히 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구글 형님을 응원하기도 하고요) 그때 중국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중국의 강력한 ICT 굴기에 대해서요.


외신기자들은 중국 ICT에 대해 이야기할 때 뭐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열에 아홉은 '공포스럽고 판타스틱하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그 원인에 대해 논할때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거론하죠. 까라면 까야 하는 정신과 문화. 시장의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잘되면 밀어주고 개기면(?) 쳐내는 방식. 역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특히 유럽보다는 동남아 기자들이 이런 생각이 강했습니다. 


실제로 CES 기자실에서 제 옆자리에 앉아 갑자기 자기 개인홈피를 보여주며 생전 처음보는 한국기자인 저에게 자기 사이트 돈주고 구독하라고 권유했던 그 미친 새...아니 세라 뭐리기 싱가포르 기자는 "일사분란한 중국은 말많고 탈도 많고 목소리도 다양한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 여담이지만 저도 우리 사이트 구독 홈페이지 보여줬습니다...국제배송 가능한가?


여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뭐 이건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위기인것 같습니다. 중국은 강력한 정부 리더십을 중심으로 시장을 올바르게 설계하고, 그 화학반응을 보며 국가의 청사진을 그린다. 그러니 규제도 느슨하고 혁신가들이 탄생한다는 논리. 최근까지 국내 규제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 가면 자주 듣던 이야기이기도 하죠. 저도 일정정도는 동의하는 구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저는 생각을 달리하게 됐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인민들의 희생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강력한 리더십은 시장의 성장을 위해 필연적이지만, 역시 한계가 있더군요. 정부의 의지에 따른 강력한 정부의 통제. 그리고 일사분람함의 뒤에 숨은 경직성. 역시 많은 목소리가 나오며 다소 천천히 가더라도 확실한 길을 찾는 모델이 결국에는 승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시장 초반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고, 시장이 성숙하고 커지면 민간에 맡기며 다소 더디더라도 확실한 방법을 찾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도 이걸 모를까요? 알지 않을까요? 여기서 문제는 결국 사람입니다. 권력을 가진, 리더십을 발휘하는 권력자는 시장 초반에 높은 성과를 거두고 승승장구하지만 시장이 성숙하고 커졌을 때 쉽게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상 이런 사례는 거의 없는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저런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시장 초반의 권력 집중을 일부 허용하면서 훗날 시장 성숙의 시기가 도래했을 때 자연스럽게 권력의 분산을 유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도 뭐..안전장치라고 할만한 것이 뚜렷하게 없으니 좀 비현실적이네요. 대부분 혁명과 같은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선에서 상황이 바뀌는 일이 많습니다. 이건...그냥 비극인 것 같습니다. 전 답을 모르겠어요. 

일본, 너도 아니었구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를 보면 "와, 이건 뭐 올림픽 포기하자는 건가" 싶습니다. 연일 확진자수는 올라가고 이제 참다못한 미국 정부가 거대한 세균장이 되어버린 크루즈에 전세기를 보내는 일이 벌어졌네요.

일본. 뭐 다양한 느낌이 있지만 저는 일본하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얄미운 나라이면서 의외로 많은 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는 나라. 나아가 기술장인의 나라, 남에게 폐를 끼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나라 정도로 압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성들이 어우러지며 메뉴얼을 맹신하는 관료적인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도 떨치기 어렵네요. 그러다보니 코로나19와 같은 돌발상황에 대응을 잘 못하죠.


100년전 탈이입구를 외쳤던 나라, 일본. 생각보다 체계가 엉망인 것 같습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인데...일본은 그럴 시스템이나 역량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그저 메뉴얼에 천착하고, 책임을 지지않고, 큰 사고를 치기 싫어하는 시스템.


한국은 그나마...
중국과 일본은 일맥상통합니다. 강력한 리더십, 지나친 관료적 문화, 메뉴얼 천착에 따른 리스크 관리 실패. 여기서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 실패입니다. 이들이 돌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성장을 도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힘있게 성장했으나 이 과정에서 힘의 수직계열화가 강해져 돌발 리스크에는 대비를 하지 못했고, 일본도 비슷한 이유로 돌발 리스크에 대비하지 못하는 메뉴얼 천착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상당히 훌륭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분들도 다 아실테니 갈음하고...여튼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중국과 일본처럼만 하지 말자. 그럼 답 나오지 않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