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의 빛과 그림자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글로벌 플레이어 우버를 비롯해 국내의 카카오 모빌리티, 쏘카 VCNC, 나아가 SK텔레콤에 코나투스까지 다양한 사업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가맹택시를 중심으로 모바일 O2O 전략을 구사하며 편리한 이동생활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인 가운데, 최근에는 마이크로(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모빌리티의 목적
전기 자전거 및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빌리티가 그리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빌리티란 무엇인가? 자율주행차? 앱으로 편하게 택시를 부르는 것? 택시기사 눈치 안보고 마음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 아닙니다. 이 요소들은 모빌리티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게 만드는 수단에 불과하며, 모빌리티의 최대 목적은 '이동하는 모든 사용자 경험의 안락함과 편리함, 그리고 유익함'에 있습니다.
쉽고 빠르게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며 이 과정에서 5G 통신으로 영화도 보고 주변 관광지 소개를 받거나 인근 쇼핑몰에서 쿠폰을 받을 수 있는 안락함과 편리함, 그리고 유익한 경험.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차도 필요하고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기간 인프라도 절실하며 택시기사 눈치 안보도 마음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도 중요하며 실시간 교통 상황 분석도 필요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도 있어야 합니다.
그 수단 중 하나에 바로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포함됩니다. 왜?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는 시작부터 도로 아래에 센서를 깔고 시작하는 스마트 시티가 아니죠.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의 역사를 켜켜히 쌓아올린 삶의 굴곡이 가득한 곳이며, 이 과정에서 아무리 시스템을 바꿔나간다고 해도 기존 도로 인프라와 우리가 생각하는 스마트 시티가 만나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자동차 중심으로 가동되는 현재의 주류 모빌리티가 채워줄 수 없는 민감한 영역을 착실하게 메워줍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출발해 서울 종로 안국동으로 간다면, 새로운 기술인 모빌리티는 우리에게 각 도로 사정과 인근 상점과의 연계 플레이를 고려해 자동차를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때로는 공사현장을 걸어가도록 유도하고, 혹은 대중교통 이동을 권하다가도 걷기에는 애매하고 차를 타기는 미묘한 거리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곧, 모빌리티의 다양한 수단 중 하나이면서 아직 스마트 시티에 살고있지 않은 우리에게 상당한 모빌리티의 쾌감을 만족시켜주는 장치입니다.
킥라니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전체 모빌리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고, 그 비전도 선명한 편입니다. 숙원이던 도로교통법 개정안('도로교통법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며 12월부터 운행 제한 연령이 만 13세로 낮아지고 무면허도 허용되면서 진입장벽이 크제 낮아집니다. 도로교통법상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는 오토바이와 같이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되며 최대 시속 25㎞ 이하로만 주행이 가능하고 자전거 도로 운행도 가능해집니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썩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전동 킥보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싸늘하기 때문입니다. "무면허 킥라니(전동 킥보드 탑승자와 고라니를 합성한 은어)들이 도로에 튀어나와 겁이나 죽겠다"는 반응들이 심상치않게 들립니다. 최근에는 지난 24일 10대 고등학생 2명이 전동 킥보드 한 대에 같이 타고 운행하다 교차로에서 택시와 충돌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19일에는 50대 남성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다 골목길을 빠져나온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자. 여기서 한번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주력으로 떠오르는 전동 킥보드와, 어쩌면 오래전부터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주역으로 활동해 이제는 우리의 삶에 녹아든 자전거의 사고 데이터는 어떨까.
현재 전동 킥보드의 경우 수도권에는 4만대, 지방을 합치면 약 6만대가 도로를 누비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동 킥보드로 인해 벌어진 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지난해 447건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자전거는 어떨까.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대수는 1500만대에 육박하고, 2018년 기준 자전거와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사고는 829건, 자전거와 자전거 사이에서 벌어진 사고는 1만807건, 자전거만 사고가 나는 것은 254건입니다. 이를 모두 더하면 총 1만1890건입니다. (출처-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경찰 DB)
여기서 단순 계산으로 하면 국내 전동 킥보드 사고율은 0.745%, 자전거는 0.792%로 집계됩니다. 흥미롭게도 비슷한 사고율이네요. 자전거의 부작용만큼 전동 킥보드의 부작용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건 아니겠죠. 일반 자동차나 보행자 입장에서는 0.7%의 가능성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리스크'가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또 이 데이터 비교는 직접적인 비교분석을 하기는 무리인데다. 최근 재난지원금 등으로 코로나19 이후 자전거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에 그에 따른 올해 자전거 데이터도 살펴봐야 합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자전거 판매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다만 전동 킥보드 공유업체, 라임이나 일레클, 씽씽 등 플랫폼 입장에서는 일반에 판매된 킥보드와 자사가 보유한 킥보드를 모두 합쳐야 자전거 사거 비율이 나오기 때문에 지금의 비판을 두고는 조금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필요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필요합니다. 모빌리티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난관이 상당합니다. 킥라니 논란에 이어, 주차 문제도 상당히 민감하죠. 나아가 레저 활동 중심으로 꾸려진 자전거 도로의 주행이 과연 생활밀착형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비전이 될 수 있을 것인지도 두고봐야 합니다. 씽싱이 국산 엔진을 탑재하고 블랙박스까지 지원하는 한편 라임이 보험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역시 어려운 길입니다.
다만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진짜 모빌리티는 오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확실한 명제이기에, 업체들이, 특히 공유 플랫폼들이 이 문제를 꼭 영리하게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