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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r 04. 2021

스타트업 엑시트에 대한 코스포의 주장, 삐딱하게 본다면

어떻게 봐야할까

IT 스타트업 업계의 고인물이 되어 유령처럼 떠돈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고인물은 되었지만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마이너 기자인생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오늘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한 보고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뭔가 익숙한 멜로디가 들렸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이야기는 매우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이런 의견도 있다...정도만 봐준다면 좋을 듯 합니다.

엑시트를 중심으로 본 생태계의 작동원리와 시사점 최종보고회
코스포가 3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온라인생중계를 통해 ‘스타트업 엑시트 생태계 전략연구’ 최종보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유효상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배달의민족(2019), 하이퍼커넥트(2021), 쿠팡(2021 예정) 등 국내 주요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를 언급하며 '스타트업(Startup)↔투자자(Investor)↔엑시트(Exit)' 로 구성된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특히 엑시트 전략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의 최종 목표는 오로지 '상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 및 매각을 통한 '엑시트'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 상장을 통해 네이버나 카카오가 되지 않더라도 엑시트를 통해 창업가들이 새로운 스타트업을 또 창업하고 다시 엑시트하는 과정을 거치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올바른 전략이다. 미국의 페이팔 마피아처럼 연쇄 창업가들이 생태계를 만들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역동적인 업계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국내 스타트업 및 시장에서 창업가의 엑시트를 존중하는 정책이나 문화가 거의 없다. 대부분 상장에 방점이 찍혔다. 그러나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다 엑시트로 인한 생태계 창출과 비교해 기회비용이 낮으니 지금이라도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적극 품을 수 있는 엑시트 전략이 가동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자.]


결론부터 말하면 대찬성입니다. 스타트업의 최종목표는 상장일 수 있겠으나 엑시트에도 무게를 둬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연쇄 창업가들이 창업과 엑시트를 연속적으로 구사하며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활발한 동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상장을 택하지 않고 엑시트를 택한 창업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그것이 국내 스타트업 업계를 더욱 강하게 키울 수 있는 길이라는 의견에 300% 동의합니다.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을 통한 엑시트가 약 97%이고 그 중 60% 정도가 초기단계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상성이 맞지 않는다
코스포의 아름다운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최종목표가 상장으로 좁혀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형 벤처캐피탈)에 대한 규제는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에 있어 다양한 제동장치가 걸려있고, 무엇보다 대기업들이 국내 스타트업 인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수합병을 통한 엑시트를 하려면 누군가 사줘야 하는데, 사 줄 사람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겁니다.


한 발 더 들어가 규제는 당장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왜 사 줄 사람(대기업)도 스타트업 인수합병에 미온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규제도 규제지만 스타트업에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대기업들의 체질문제에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첨단 전자 및 반도체, 자동차, 가전을 만든다고 하지만 제조업에 기반을 둔 한국 대기업들이 왜 IT 온라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하는가. 결국 상성이 맞지 않는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인수합병을 통한 엑시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해봤자 이건 너무 순진한 '스타트업 중심의 사고방식'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외국 사정은 어떨까. 코스포가 주장하는 것처럼 스타트업 인수합병 및 매각을 통한 엑시트가 활발합니다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이미 상장된 대기업으로 부를 수 있는 IT 온라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있다는 점.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거대한 IT 기업들이 이미 미 증시를 좌우하고 있고 이들이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패턴이 발견됩니다. 상성이 맞는거죠. 물론 모든 상황을 일반화시킬 수 없고 외국의 제조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에 많은 투자를 합니다만 이 역시 온오프라인 경계의 파괴에 따른 기존 제조 대기업의 체질개선에 따른 의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기업? 아직 멀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스포의 주장처럼 국내 스타트업의 인수합병에 따른 엑시트 전략이 살아나려면 국내 대기업이 체질을 바꾸거나, 혹은 스타트업들이 그 입맛에 맞춰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들이 존재하고 대부분 IT 소프트웨어 온라인에 치중된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길만 가고 있습니다. 국내 제조업 스타트업이 몇 개인지, 그 중에서 특출나게 능력을 발휘해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들이 '아 이들에게 투자해 함께 가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한 곳이 몇 군데인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 등을 촉진시키는 정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글쎄요. 정권에서 대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무슨무슨 센터를 만들지 않는 이상 코스포가 꿈꾸는 세상은 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난제를 해결할 방법은 크게 3가지라 생각합니다.


먼저 대기업의 체질개선. 최근 커머스 시장을 중심으로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IT 소프트웨어 온라인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아주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역시 큰 틀에서는 쩜쩜쩜...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온라인 후각을 키우는 영역은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인것 같더라고요. 큰 시장에서 체질을 바꾼다는 것. 결론적으로 좀 희박한 가능성입니다.


다음으로는 스타트업이 맞춰주는 것.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예를들어 퓨리오사AI와 같은 곳들이 다수 등장해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의 선택을 받는 것. 그러나 IT 소프트웨어 온라인 일색의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간단히 풀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닌데다 제조업 스타트업은 아무래도...진입장벽이 높죠. 전자보다는 가능성이 있지만 역시 좀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좀 황당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일단은 '스타트업 상장'에 더 집중하는 겁니다.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IT와 소프트웨어 온라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성장한 후 스타트업인 사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네이버나 카카오만으로는 어렵고, 더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하고 성장을 해야 합니다. 17억2500만달러라는 큰 돈을 화끈하게 태우며 인수할 수 있는 410억달러 몸값의 매치그룹같은 한국 IT 소프트웨어 온라인 기업이 많아진 후, 그 다음 이들을 중심으로 코스포가 꿈꾸는 엑시트 전략이 가동되는 겁니다.


네. 압니다. 방금 거론한 것들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변수도 많고..무엇보다 당장 절박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공염불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합니다. 저는, 야놀자와 같이 상장을 목표로 달리며 추후 스타트업 인수합병 엑시트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되는 것을 기대합니다.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여담
코스포 보고회가 종료된 후 관계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들은 말입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최근 해외 기업들에 매각되며 비판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러한 인식을 차단하고 국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많았으면 좋겠다"


의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기계적인 의문은. 그 사례를 들며 왜 쿠팡을 논했을까. 쿠팡은 김범석 창업주의 경영권을 그대로 지키면서 나스닥에 상장하는데.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았지만 쿠팡이 엑시트한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보고회에는 쿠팡의 사례도 언급됐을까. 좀 삐딱하게 생각한건데...요즘 국내 스타트업들이 외국행이 많아지며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여론전으로 무마시키는 한편 인수합병을 통한 엑시트가 아님에도 쿠팡의 나스닥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것 아닐까.


더 삐딱하게 가자면 배달의민족이나 하이퍼커넥트는 모두 외국 대기업에 인수됐습니다. 이를 두고 국부유출 논란이 나오자 '엑시트가 스타트업의 목표일 수 있다'는 프레임을 만든 것 아닐까. 근데 말입니다. 스타트업 인수합병을 통한 엑시트를 두고 불과 몇 년전에는 나쁜 인식이 많았지만 요즘은 글쎄요. 좀 덜하지 않나요. 관건은 국내 스타트업이 국내 대기업에 인수되느냐 해외 대기업에 인수되느냐일텐데 대중들은 아무래도 후자에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인수주체를 따지며 국내외 대기업을 섞어버려 '인수합병 엑시트는 진리'라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지만 대중들이 비판하는건 인수합병 엑시트가 아니라 인수주체가 어느나라 법인인가 일텐데요.


여튼. 스타트업 인수합병 및 매각을 통한 엑시트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스타트업의 시각만으로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활발하게 인수해주리라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하거나, 또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우선은 상장이든, 인수합병이든 많은 길을 열어두고 규제를 약화시킨 후 스타트업 상장에 살짝 더 집중합시다. 그들이 큰 다음 포스코가 원하는 세상을 노려봅시다. 지금은 소용이 없으니까. 

그리고 가장 크게 걱정되는 것. '그들만의 리그' 상장은 당연하겠지만 인수합병 및 매각을 통한 엑시트를 선택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은 극히 소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활발한 생태계 전략이 벌어지며 그 효과가 더 넓은 저변을 확대하기를 기원합니다. 포스코 관련 기사를 쓰며 페이팔 마피아, 카카오 마피아, 배민 마피아 이야기가 나오던데. 살짝 무섭더군요. 마피아는 자기 식구들은 끔찍하게 챙기지만 외부 상대방에게는 어떻게 하더라? 필요한 생태계지만, 우리는 좀 넓게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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