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진홍 Apr 17. 2021

이제 모빌리티는 이동하는 모든 것이 아니다

TaaS(Transportation-as-a-Service)의 다음

일본의 도요타가 2018년 처음 CES 무대에서 공개한 이팔레트(e-Palette)는 자율주행에 쏠려있던 모빌리티의 프레임을 단박에 깨버렸습니다. 일종의 서비스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모빌리티라는 플랫폼에 '상상력'을 불어 넣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택배서비스를 하거나, 이동형 점포로 활용하거나 출퇴근 시간의 카쉐어링에 활용되는 다목적성을 중심으로 꾸려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이팔레트에서 처음 있었던 것도 아니며 이팔레트가 현재 선명한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팔레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빌리티의 상상력은, 이제 마이크로 모빌리티와의 연결을 넘어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는다는 일반적인 개념까지 돌파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타스(Transportation-as-a-Service)형의 시대입니다.


나아가, 새로운 생각도 해봅니다. 언제나처럼 사견이니까 그냥 공상과학소설 읽는다 생각하고 봐주세요. 

이팔레트

이동하는 모든 것
모빌리티는 전기차나, 자율주행기술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모빌리티의 근원적인 목표를 향한 도구일 뿐입니다. 

실제로 모빌리티는 5G 등 이동통신 기술과 자율주행의 기술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를 통해 작동하며 도시 전체와 호흡하는 개념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는 콘텐츠를 즐기고 무언가의 플랫폼이 되며 오프라인 거점과의 비즈니스를 일으킵니다. 미래차가 포스트 스마트폰의 유력한 후보인 이유이자 애플마저 시장 진입을 노리는 '꿈의 시장'인 이유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많은 모빌리티 기업들은 모빌리티의 최종 목적지를 '이동하는 모든 것'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박재욱 쏘카 대표가 VCNC 대표 시절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출시하며 동일한 이야기를 했지요. 타다 베이직은 단순히 '택시기사의 불친절함을 대체하는 또 다른 이동 수단'이 아닌겁니다. 말 그대로 이동하는 모든 것을 완전히 플랫폼으로 끌어당겨 내재화시켜 승객의 이동을 300% 책임지는 것.


우버나 기타 등등의 모빌리티 기업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노리기 위해 대표적인 이동 수단인 자동차(혹은 택시)에 집중하면서도 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시도하고 이를 덧대는 작업에 속도를 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승객이 서울시 강서구 A아파트에서 강남역 B식당으로 간다면,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술 등으로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A 아파트에서 나오는 승객을 대상으로 아파트 앞 주차장에 주차된 킥보드 위치를 알려주고 몇 미터 가면 만날 수 있도록 택시를 미리 대기시킨 후, 혹은 지하철을 이용하라 말해준 후 강남역으로 이동했을 때 전기자전거를 타고 B 식당으로 가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자동차부터 마이크로 모빌리티, 심지어 대중교통까지 아우르는 이동하는 모든 것을 책임지는 개념입니다. 여기에 킥보드에서 지하철로 갈아탈 때 승객이 평소 관심이 있어 검색을 자주하던 샌드위치 가게의 위치가 인근에 있음을 알려주고 쿠폰을 발행한다거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 심심하지 않도록 OTT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말 그대로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어주게 됩니다. 모빌리티의 목적지입니다. 우리는 이를 일반적으로 'MaaS(Mobility-as-a-Service)'라 부릅니다.


다만 아직 우리는 완전한 MaaS의 시대를 살고있지 않습니다. 플랫폼이 경로는 세밀하게 제공해도 각각의 이동수단 단계를 자연스럽게 끌어가는 서비스 매개 요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오프라인 비즈니스(샌드위치 쿠폰)와 서비스(OTT 서비스 제공) 등의 사용자 경험은 아직 요원합니다. 


각 플랫폼들이 지향은 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입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규제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아직 시장에 다수의 플랫폼들이 존재해 고객들의 파편화 현상에 따라 각 플랫폼들이 완전한 메가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한 부분도 영향을 미치며, 사실 가맹택시 전쟁이 먼저 벌어지고 있어 완전한 MaaS는 아직 멀었습니다. 

출처=카카오모빌리티

LaaS가 온다
아직 우리는 가맹택시 전쟁에 머물렀고 MaaS의 70% 수준에 있습니다. 이제 막 각 민간 플랫폼들이 대중교통 등과 연결되는 수준이거든요. 그러나 최근 그 경계를 뛰어 넘으려는 상상력들이 선명해져 판이 더욱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가 퀵 서비스 시장에 돌입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15일 소망농원(대표 박병준), 스낵포(대표 이웅희), 프레시코드(대표 정유석) 등 청년 사업가들이 운영하는 기업과 “카카오 T 비즈니스 서비스 확대를 위한 상생협력 업무 협약"을 맺고 카카오 T ‘비즈니스 홈'에서 기업 전용 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기업용 커머스 서비스는 엄선된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는 전문 업체들과 손잡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업무용 물품의 판매 및 배달을 카카오 T 비즈니스 플랫폼에서 중개하는 서비스입니다. 기업회원이라면 누구나 카카오 T 앱 내 ‘비즈니스 홈’에서 간편하게 꽃, 간식, 건강 간편식(샐러드) 등의 상품을 주문하고, 교통비와 더불어 식대, 경조사 비용 등 기업의 제반 복지비용을 한 번에 정산할 수 있습니다.


일단 카카오모빌리티가 퀵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어 골목상권 논란 등을 이겨낼 수 있는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뭐 알아서 잘 하겠죠(....)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모빌리티의 상상력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번 실험은 물류 기반의 'LaaS(Logistics-as-a-Service)'입니다. 즉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운영하고 있던 서비스의 MaaS에 물류의 LaaS까지 시작한 셈입니다. 


뭐 엄청나게 신기한 눈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지만 예전 대학 시절, 저는 고향 부모님이 시외버스 터미널 기사에게 부탁해 반찬거리를 버스에 실어줬고 저는 터미널로 나가 부모님의 반찬거리를 받아온 경험이 있습니다. 기존 이동 서비스에 물류가 덧대어지는 순간이며 이는 '이동의 플랫폼'만 있다면 누구나 생각할 법한 일이죠. 즉 사람의 이동과 물류는 언젠가 겹쳐질 수 밖에 없는 비즈니스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 시절 당시의 저는 전통적 의미의 LaaS를 이미 체험한 셈입니다. 


그러고보니 재미있게 본 영화 <퀵>이 떠오르네요. 폭주족 출신 퀵서비스 기사가 물건대신 옛 여친을 실고 폭탄을 뿌리고 다니는 그 신박한 장면에도 MaaS와 LaaS의 결합이 이뤄집니다. 갑자기 왕조개 먹고싶네요.

조개는 진리입니다

타스형!
티맵도 최근 퀵 서비스 시장 가능성 타진을 원하고 있다 합니다. 그러니까 LaaS는 대세일 수 있겠네요. 여기까지는 일단 오케이. 다만 상상력을 더 키워봅시다. 


'TaaS(Transportation-as-a-Service)'는 MaaS와 LaaS의 상위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동하는 모든 것과 물류의 이동을 아우르는 모든 서비스의 이동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카카오모빌리티는 MaaS와 LaaS를 품어 궁극적으로 TaaS로 나아갈 것이며, 도요타의 이팔레트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플랫폼을 운용하는 전략입니다. 아마존이 최근 인수한 죽스의 비전과도 비슷합니다. 죽스가 최근 공개한 로보택시는 자율주행 전기차로, 운전석이 없으며 4명의 승객이 2명씩 마주 보는 형태로 설계됐죠. 즉 뭐든 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TaaS...(아 그냥 타스라 부를게요 절대 한영키 바꾸는게 귀찮아서 그런건 아닙니다) 즉 모빌리티의 상상력이 충만한 플랫폼 전략은 필연적으로 도심 마이크로 풀필먼트 전략과 연계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퀵 서비스가 되든 사람을 이동시키는것이든 둘 모두 이동시키는 것이든. 타스형 아니 타스는 도심에 빽빽하게 채워질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혹은 창고를 허브로 삼아 일종의 '만물의 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혈관'이 될 겁니다.


만약 지금은 꿈같은 도심항공 서비스가 일상화된다면? 타스형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겁니다. 처음에는 하늘을 나는 비행체가 지상의 타스를 기반으로 하는 허브와 이동 플랫폼의 보조를 맞추면서 조금씩 어우러지는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이후로는 입체적인 타스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죠. 


현대자동차가 CES 2020 기간 우버와 함께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보여준 것은 이러한 큰 그림 아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전사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에 송창현 포티투닷 사장을 임명하고 포티투닷이 16일 상암 자율주행 시범 지구에서 열린 제8차 대한민국 혁신성장 BIG3 추진 회의에서 로보택시를 시연한 것이 증거입니다.


즉. 앞으로 모빌리티는 타스형의 영도에 따라 한 발 더 나아가 상상력을 자극할겁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길은 선명해요.

죽스의 전기차

타스형의 앞에는?
어차피 모빌리티 상상력을 논하는 글이니 한 번 더 악셀 밟아봅시다. 자. 그래서 타스형 모빌리티 전략이 구축된다면 그 다음 그림은 무엇이 있을까. 사람의 이동과 물류의 이동을 아우르는 무한의 상상력으로 모빌리티가 채워진다면. 이들이 도심 마이크로 모빌리티 허브와 만나 도시의 혈관이 된다면.


이동이 멈출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모빌리티의 개념에 사람과 물류의 이동과 함께 이동하지 않는 새로운 플랫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세밀한 사람의 이동을 모두 커버하고 물류의 이동까지 품어 서비스 모빌리티가 탄생했다면, 나아가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마이크로 풀필먼트 허브와의 유기적인 시너지로 이동의 간극마저 세밀해지고 짧아진다면 남은 것은 '역이동'이 될 수 있습니다. 


다소 과감하지만 물류의 개념이 오히려 '류'에서 '정'으로 갈 수 있습니다. 배달앱 플랫폼이 배달 음식을 넘어 방문포장배달 서비스를 가동하는 것처럼, 타스 이상의 시대에서는 각 거점 인프라를 중심으로 플랫폼이 계획하지 않은 역이동과 이동의 중단에 대한 수요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혹은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경로 중간, 혹은 초입과 하반기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할 수 있지요.


모빌리티의 기본 철학인 이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밀화된 사람과 물류의 이동 그 자체를 더욱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받아들여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를 가동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여기서 타스형의 다음 비즈니스 모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출발지와 목적지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동하는 순간순간 스스로 찾아가거나 멈추며 발생하는 비즈니스. 저는 여기에 또 하나의 상상력 충만한 비즈니스를 기대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CBDC와 메타버스는 악마의 선물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