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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r 19. 2022

GOS 파도 휘말린 삼성전자, 다 뜯어 고칠 순간

feat. 미친 애플...8층의 절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가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논란, 파운드리 수율 문제, 러시아 지정학적 위기 및 해킹사태, 노사문제, 오각파도에 휘말렸습니다.


물론 러시아 사태는 일단 장기적 리스크로 분류되는 중이며 노사문제도 대화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의 위기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해킹사태의 경우에는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시 삼성전자에 있어 시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각파도에서 굳이 심각하고 단기적인 이슈를 정하자면 GOS와 파운드리 수율문제로 볼 수 있겠네요. 좋게 말해서 이각파도 정도?


문제는 이각파도의 용트림이 워우...좀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GOS의 경우 삼성전자의 사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부 조사가 진행되는 한편 고소고발전이 벌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신뢰의 문제라는 점에서 폭발력이 상당합니다. 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경제전문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언제 짤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그래도 귀여우니까 봐줄지 몰라'라고 중얼거리는 제 생각을 찬찬히 풀어볼까 합니다.

"참조하고 넘어가요"

KBS의 19일자 기사인 [‘삼성의 기술 우위는 끝나버렸다’ GOS 사태의 본질]이 업계의 시선을 끕니다. 도대체 GOS 논란의 본질이 무엇이길래 이 난리인가 궁금한 분들은 이 기사를 참고하면 될 것 같고요. 이와 관련해 제가 따로 정리한 기사와 최근 YTN 라디오에서 고맙게도 기회를 주셔서 야부리를 털어본 내용도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IT큐레이션] 커지는 삼성전자 위기론


[생생경제] "삼성전자 인수합병, 파운드리 시장쪽? AI 기업도 가능성 전망"


일단 KBS 기사부터 보겠습니다. 이 훌륭한 기사의 맥락은 GOS 논란을 일으킨 삼성전자가 이제는 애플과 비교해 하드웨어 성능으로도 뒤쳐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지금까지 애플에 비해 최소한 하드웨어 제조는 뛰어나다고 여겨지던 삼성전자가 GOS 논란 및 파운드리 수율 문제 등에 있어 약점을 보이며 위기와 직면했다는 메시지입니다.


아니, 삼성전자가 얼마나 어렵길래?(물론 연예인과 삼성 걱정은 의미없지만....)

응...좀 어렵다...삼성전자

삼성전자의 GOS 사태에 대해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퀄컴 스냅드래곤820과 갤럭시노트7의 악몽을 기억하시나요? 네. 모두 발열 문제로 대규모 리콜에 들어간, 제조사 입장에서는 끔찍한 악몽입니다. 어우 혹시라도 발열로 단말기가 터지면 난리나는거죠.


삼성전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GOS를 단말기에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GOS는 단말기의 발열과 급격한 배터리 소진, 혹 모를 폭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기능입니다. 이를 통해 단말기의 성능을 떨어트리면서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삼성전자가 GOS를 단말기에 넣기는 했으나 여기에 대한 선택권이 이용자들에게 있었거든요. 비록 폭발할지 모르지만(?) GOS가 없이 단말기의 모든 고성능을 쓰고 싶은 고객은 GOS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면 유료앱을 써서 회피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갤럭시S22에 이르러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삼성전자가 유료앱을 써도 GOS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거든요.


쉽게 말해 발열 및 배터리 소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GOS 기능을 단말기에 지원했는데, 갤럭시S22에 이르러 GOS를 해제하는 우회로를 차단하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역대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갤럭시S22라는 마케팅 문구를 믿고 단말기를 산 고객들 입장에서는 성능의 최대 60%를 죽이는 GOS가 강제로 덧대어지자 "사기다!"라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은 물론 주주, 고객들에게 여러번 고개를 조아리고 사과했습니다만 논란은 일파만파입니다. 정부는 조사에 들어갔고 고소고발이 시작됐지요.


자. 그런데 말입니다. KBS 기사에서도 언급이 됐지만 이 GOS 문제는 기기의 안정성을 강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무리수와 고객들의 반발이라는 일차원적인 프레임으로만 해석하기에는 그 이면의 공포가 매우 선명합니다. 쉽게 말해 간단히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말 그대로 삼성전자 최강의 무기인 하드웨어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만약 삼성전자가 최고 성능을 지원하면서도 발열이나 배터리 급소진을 제어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력을 가졌다면 GOS 논란은 불거질 이유가 없죠.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GOS 논란은 단말기의 기술력이 점점 좋아지면서 삼성전자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전제어 하드웨어 측면에서 그 저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파운드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GOS 논란은 퀄컴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스냅드래곤8 1세대에서 불거지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GOS 논란이 터진거죠. 문제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퀄컴의 칩 설계 잘못? 가능성이 낮습니다. 대단히 안타깝지만 퀄컴이 다른 파운드리에 물량을 맡기며 GOS 논란이 터지지는 않았으니까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낮은 수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퀄컴이 최근 물량을 파운드리에 배정하며 삼성전자를 대거 배제하는 한편 스냅드래곤8 1세대의 후속 모델은 TSMC에 맡길 것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옵니다.


여담이지만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설계한 엑시노스도 난리입니다. 최근 연구조직이 점점 줄어들더니 갤럭시S22에서는 아예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어요. 원래 삼성전자는 S 시리즈를 발표하며 국내에서는 엑시노스를, 해외에서는 주로 스냅드래곤을 썼는데 이번에는 한국에도 스냅드래곤을 썼습니다. 엑시노스2200의 성능이 잘 안나오고 있다는 뜻이지요. AMD와 GPU 동맹을 맺고 리사 수의 마법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아직은 씁쓸한 결과만 나오고 있습니다.


....메모리 최강자 삼성전자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전반의 주도권을 잡으려 133조원+알파 투자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파운드리는 수율이 낮다는 말이 나오고,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좀 줄었다지만 TSMC에 여전히 넘사벽이고, 스냅드래곤8 1세대를 만들었는데 GOS 논란이 터지고, 이제는 인텔까지 미국과 독일에서 이를 갈고 있고. 이제는 자체 설계와 제작에 나서는 엑시노스마저 흔들흔들. 씁쓸한 순간입니다.

"이미 판은 흔들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삼성전자가 GOS 논란으로 하드웨어 제작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애플과 비교해 그나마 잘하던 하드웨어 제작도 이제는 장담할 수 없네?"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엄밀히 말하면...사실 이 논리는 틀렸습니다.


GOS 논란으로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제조 능력에 큰 의문부호가 생긴 것은 사실이며 이를 통해 일파만파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따지고보면 그 전부터 문제가 이미 불거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KBS 기사에도 있는 아래 데이터를 보겠습니다.


저는 그 전에 한 유튜버의 콘텐츠에서 보기도 한 데이터인데 아난드텍이 지난해 10월 살펴본 '전성비'를 시각화시킨 표입니다. 세로축은 '성능'이고, 가로축은 '전력소모량'이며 높이 있으면서 왼쪽으로 붙어있을수록 전성비가 좋다는 뜻입니다. 애플의 2020년 제품인 아이폰12(A14)와 2021년 제품인 아이폰13(A15)의 성능 코어 전성비가 압도적인 반면 스냅드래곤 진영은 좀...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애플의 A10이 등장한 후 격차가 더 벌어진 경향이 있습니다. 2017년 긱벤치 기준 A10이 들어간 아이폰7 플러스의 싱글코어 점수는 3512점으로 스냅드래곤835가 들어간 갤럭시S8+의 1929점보다 무려 82.06%(1583점)나 높아 사실상 두배고, 멀티코어 성능의 경우 A10 퓨전은 쿼드(4)코어, SD835는 옥타(8)코어로 코어 수에서 2배 차이가 나지만 성능 점수는 473점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이 역시 여담이지만 저는 지난해 12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 테크서밋을 현장에서 취재했습니다. 당시 스냅드래곤8 1세대와 애플의 A를 돌렸는데...사실 좀 놀라운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A의 성능이 너무 좋았거든요. 물론 벤치마크라는 것 자체가 워낙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지만 애플에 대한 공포가 더 커지는 것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애플은 하드웨어도 잘한다

네. GOS 논란으로 삼성전자가 그나마 애플에 대비해 잘 한다던 하드웨어의 약점이 터진 것은 아닙니다. 예전부터 애플은 잘 했어요 하드웨어도. 더 넓은 관점에서는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가 이제 하드웨어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습니다.


물론 각 세대별 기기들의 성능을 세밀하게 따지면 스냅드래곤 및 기타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펙이 A 시리즈를 압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분명히 힘의 균형은 한 쪽으로 몰리는 중입니다.


사실 GOS 논란은 삼성전자 소통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아니 완전히 막아버리려면 차라리 공지라도 하던가....그런것 없이 갤럭시S22에서 갑자기 싹 막아버리니 논란이 터진거고, 여기에 파운드리 수율이라는 숨기고 싶었던 리스크가 보이며 상황이 더 나빠진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GOS로 삼성전자가 바로 지금 애플에 잘하던 하드웨어도 밀리기 시작했다!가 아니라,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드디어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봐야 합니다.

아니 도대체 애플 이 공포스러운 놈들은 도대체 무슨 조화를 부렸길래 이런 마법을 부리는 것일까요? 근데 찬찬히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옵니다.


애플은 뭐하는 회사다? 잡스의 혁신? 뭐 띵디띵딩~ 갬성. 혁신. 뭐 이런거 떠오르며 실리콘밸리의 장관을 달리는 힙한 '쏴푸트웨어 캄파뉘이'가 연상되지만 사실 뭐 애플도 하드웨어 회사에요. 애플TV 등은 시작한지 별로 안됐고요(그런것치고 너무 잘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등 팔아서 돈 버는 회사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이 차고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Apple I을 만들었잖아요? Apple I이 뭔가요. 하드웨어 콤퓨타에요. 스마트폰? 최초의 스마트폰을 씹으며 제대로 된 스마트폰 만들겠다는 잡스의 전설적인 PT는 너무 유명하죠. 아이폰. 애플은 전통 PC에서 모바일까지 아우르는 하드웨어 기업입니다.


물론 다르기는 하죠. 당시로는 이례적으로, iOS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를 강하게 키워 여기에 스토리텔링 감성을 교묘히 씌웠거든요. 이렇게 하면? 팬덤이 생기죠. 다만 애플의 정체성이 하드웨어 판매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무기가 붙어요. 바로 수직계열화. 애플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면서 iOS라는 소프트웨어까지 가져가면서 그 내부의 생태계를 꾸준히 수직계열화시켜 최적화합니다. 쉽게 말해 모바일 시대에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다 가지고 그 안에다 수직계열화의 마법을 통해 모든 서비스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최적화의 제국을 건설한겁니다. 최고급 데스크탑용 GPU인 엔비디아 RTX 3090보다 빠르다는 M1 울트라 보세요....이런 괴물같은 저력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가 만들어지며 다소 폐쇄적으로 굴러갈 수 밖에 없죠.


자. 삼성전자가 속한 안드로이드는? 구글은 소프트웨어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하드웨어를 맡으며 이미 분리되어 있어요. 삼성전자가 슬쩍 바다에 발을 담구거나 타이로 여행을 떠나려 항공편만 끊어도 구글이 난리칩니다. 협박해요. 정 못막으면 갤럭시워치4가 되는거죠.


모두의 역할이 분담되어 있으니 애플과 같은 수직계열화는 어렵습니다. 대신 자유롭고 개방적이라는 구라(안드로이드가 개방적이라...)를 칠 정도의 슬로건은 가능해요. 다만 최적화는 어렵습니다. 모든 걸 하나로 묶을 수도 없고 묶으려니 견제당하는데 당연하지요. 상황이 이런데 '일반'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삼성전자가 판을 흔드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삼성, 지금이 다 뜯어고칠 때

GOS 논란은 거듭 말하지만 소통의 문제입니다. 사실 비극의 씨앗은 안드로이드와 iOS의 등장과, 이들의 서로 다른 길이 펼쳐치며 시작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시작이 하드웨어이면서 폐쇄적인 최적화의 제국 애플에 대항하는, 파편화의 안드로이드 진영 하드웨어 대표주자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시장 1위를 지킨 것 자체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저력입니다.


문제는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는 최대 위기에 빠졌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파운드리와 팹리스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제조 기반 인프라를 제점검하면서 넓은 전선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일단 수습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적화도 어려운데 파운드리부터 수율 문제라니...논란이 될 접점이 너무 넓어요. 물론 포기할 수 없죠. 대신 선택과 집중의 틀 안에서 뼈 아픈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애플을 설명하며 하드웨어도 잘하고 소프트웨어 최강자에 최적화 제국으로 표현했는데...당연히 애플도 실책을 저지릅니다. 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전자도 당연히 애플을 압도하는 지점이 많아요. 이 부분에서 시작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요? 예컨데 애플이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무수한 가전제품과의 접점을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해낼 수 있습니다.


모바일 이후의 시대는 자동차 등 모든 것이 다 연결되는 시대.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전열을 추스리면서 고객과 직접 만나는 생활가전을 매개로 모바일 전략을 펼치는 것도 어쩌면 구글 이 깡...아니 파트너 구글과의 관계정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2012년 갈라진 후 10년만에 다시 붙은 IM과 CE부문이 만나 DX부문으로 재탄생한 융합의 전략이 어쩌면 삼성전자의 큰 그림이지 않을까. 오늘도 삼성전자 8층에 갇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소시민 가장이 조심스럽게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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