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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r 15. 2016

알파고 승리,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곳은?

인공지능 담론과 당장 할 수 있는 것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세기의 대결이 최근 글로벌 ICT 업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대국이 벌어진 날이면 다른 업무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어요. 특히 홍보하시는 분들은 더 힘들었지 않았나 합니다. 보도자료를 내고 취재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내도 온통 그 관심은 알파고에 쏠려있었기 때문입니다.    


5번의 대국이 종료된 후, 사실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습니다. 취재를 했던 기자의 입장에서 소소한 부분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먼저 구글 마케팅의 승리. 사실입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로 알파고는 단숨에 인공지능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으며, 구글은 인공지능의 끝판왕이 되었습니다. 냉정히 말해 국내에는 IBM 왓슨 바람이 불었는데, 이번 알파고의 등장으로 살짝 묻힌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IBM도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벌어지던 상황에서 별도의 자료를 준비해 왓슨의 자연어 처리 기술 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바둑은 어떻게 될까요? 사유의 개념을 알고리즘이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이상, 그 매력이 떨어질까요? 당장은 반짝 부흥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러한 예상은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팩트에 기인합니다. 세계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예요. 기자회견 당시 제 옆자리에 있던 기자는 “바둑에 이렇게 세계의 관심이 쏠린 것은 이례적입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더군요.     

다만 이 바람이 장기적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관건은? 한국기원 등의 행보가 중요하겠죠. 초반 바람이 사그라들기 전 나름의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저변 확대에 나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인공지능도 합류한 새로운 개념의 대회를 여는 것은 어떨까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계속 끌어들여 흥미로운 촉매제로 사용하는 겁니다. 초음속 비행기를 날려도 우리는 우사인 볼트의 기록에 열광합니다. 인간 한계를 노리는 스포츠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질긴 법이거든요.    


인공지능 전체에 대한 담론은, 결국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약 인공지능의 기술적 고도화가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합니다. 알고리즘이 세상을 지배하지만, 인간의 사유는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그보다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자동화, 기계화는 거부할 수 없는 가치예요. 여기에서 새로운 사유의 개념이 세워지지 않을까. 강 인공지능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감정을 가지는 개념이기 때문에, 약간 먼 훗날의 이야기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구글 코리아, 기자회견장 너무 좁아서 너무 불편했다...는 말을 남기며(-.-;;) 매우 중요한 부분을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시니컬함이에요.    


알파고가 이슈로 부상하자 정부에서 한국형 인공지능 이야기가 나와요. 대부분 시니컬한 반응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뭔가 조금 된다고 싶으면 그놈의 한국형은 왜 그리 붙이는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형 000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러한 시도 자체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형은 개뿔 맞아요. 지금까지 제대로 돌아가는 꼴을 보지 못했어요. 다만 가능성은 남겨둬야 한다는 겁니다. 약간의 시니컬을 버리고, 한국형이 올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게 정답이 아닐까요? 이거라도 없으면 어떡합니까... 물론 ‘이게’ 개판이지만 뭐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더. 이건 제 변명일 수 있는데요...알파고가 이슈가 되자 소위 인공지능 전문가가 진짜 많아졌습니다. 약간 문제입니다. 뭔가 뜨면 갑자기 관심이 많았던 사람인 것처럼 달려드는 행위. 속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한국형 논란과 비슷합니다. 모두 부정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인공지능에 긴 시간을 바친 사람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알파고 전문가가 쏟아지는 게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을 겁니다. 부정확한 정보로 사람들을 현혹하니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글들, 예를 들어 페이스북 등에 인공지능에 대한 어설픈 담론을 적는 행위까지 비난하면 곤란한 것 같습니다. 논의는 넓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중에서 의외의 방향성을 찾기도 하고, 길을 발견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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