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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r 18. 2016

개인정보 뿌려도, 통신사가 망하지 않는 이유?

포털과는 다르다, 포털과는!

개인정보 이슈가 논란입니다. 이슬람국가의 테러행위를 막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거대한 담론부터 애플 백도어 논란에서 촉발된 충돌의 경계, 그리고 국내에서도 논란인 테러방지법까지. 이 모든 현안을 관통하는 아이템은 바로 개인정보예요.    

각각의 자세

개인정보는 소중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카카오톡 감청 논란 당시 탈 카카오 러시를 보세요. 사람들은 분노했던 겁니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털렸다는 사실을. 물론 내 개인정보 따위 중국에서 몇 푼 쥐어주면 다 얻을 수 있다는 것 잘 압니다. 그래도 소중한 건 소중한 겁니다.  

  

최근 회피 연아와 관련해 네이버가 개인정보 이슈의 중심에 있었죠. 결론부터 말하면 네이버는 타당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 기사 일부를 공유하겠습니다.   

 

[지난 2010년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귀국한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를 환영하며 두 손으로 어깨를 두드렸는데, 김연아 선수가 이를 회피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게시됐다. 이후 유 장관은 문제의 동영상을 게시한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이내 취하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유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던 차 모씨가 네이버에 위자료를 청구하며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망각하고 개인정보를 수사당국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네이버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기계적으로 수사기관에 제공한 책임을 묻는 셈이다.    

판결은 몇 차례의 변곡점을 거쳤다. 다만 고등법원이 수사당국의 요청에 대해 네이버 역할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고등법원은 사업자가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으며, 네이버는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각가의 사안에 따라 제공 여부를 심사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차 모씨의 손해배상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이 있을 때 네이버가 이를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가 없다고 봤으며, 배상을 무위로 돌렸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명확합니다. 법 조항이 모호해서 그래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을 보면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조세범 처벌법」 제10조제1항·제3항·제4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마지막 문구인 ‘따를 수 있다’에 집중하자고요. 해도 합법, 안 해도 합법이라는 뜻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를 충실히 따르면서도(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하지만 통신사는 다릅니다.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줘도 합법, 주지 않아도 합법인 상태에서 그냥 줬어요. 영장도 없이.(불법은 아니에요) 제 기사 일부를 공유합니다.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은 수사당국이 원할 경우 자사가 확보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통신사들은 수사당국과 소위 전용선을 연결해 통신자료제공 요청이 있는 경우, 형식적인 요건만 확인되면 즉시 통신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개인정보는 가입일과 이름, 주민번호 및 전화번호가 포함되어 있으며 제공된 정보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3042만1703건에 달한다. 최원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매일 2만7782건의 개인정보가 영장도 없이 수사당국에 제공됐다는 후문이다]    

독과점 사업자의 ‘위엄’

생각해보자고요. 포털 사업자들은 개인정보가 수사당국에 제공하면 난리가 납니다. 카카오처럼 엄청난 타격을 입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통신사를 보세요. 이쪽은 그냥 마구 퍼주는데도 그 여파가 한정적입니다. 카카오 감청 논란 당시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날뛰던 언론사들은 다 뭘 하나 몰라요? 영장도 없이 수사당국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왜 줬느냐’ 물어봐도 침묵을 지키는 통신사도 있는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고, 업계 관계자들과 토론해봤습니다. 왜 통신사들은 개인정보를 마구 유출해도 괜찮고, 타격도 덜할까? 답은 간단했습니다. 통신 사업자였기 때문입니다. 상상해보세요. 카카오톡에서 개인정보 터리면 우리는 갈아탈 소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고요. 그런데 네트워크 망 사업자. 통신사는 어때요? 지금 당장 갈아탈 수 있나요?    


힘들죠. 인터넷과 TV 등과 복잡하게 꼬인 결합상품에, 절차도 불편합니다. 카카오톡처럼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끝나는 게 아니죠. 통신사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개인정보 넘겨주는 거예요. 불평하기 어려우니까.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통신사업은 국가기간 사업이에요. 폐쇄적이고 카르텔이 구축되어 있지요. 누가 대체하기도 어렵고, 프레임을 부수기 어렵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통신사는 개인정보, 수사당국에 잘 넘겨줍니다. 자신들도 진실을 아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편을 들기보다는 정부에 협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아는 겁니다. 주파수 경매에 대형 인수합병 등등 규제사업도 걸려있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매우 쉽고 유리한 판단을 내린 것뿐입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요? 지금은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이 찝찝함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칠게요. 기사 한 토막 공유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KT는 고객정보를 취급하는 주요 협력사 대표 등 관련자 120여 명을 초청해 KT 광화문 빌딩 West 드림홀에서 고객정보 취급 협력사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협력사의 보안의식을 고취시키는 한편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KT IT기획실장 신수정 전무는 “개인정보의 안전한 취급 없이는 동반 성장 및 협력관계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적법한 범위 내에서만 개인정보를 처리해야 하고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KT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고객정보 보호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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