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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Apr 05. 2016

네이버와 카카오 체크카드,"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활용법은 다르다?

모바일 결제, 간편결제 전성시대라고 합니다. 이제 하루가 멀게 나오는 페이 서비스를 다 외우기도 귀찮아요. 하지만 그 종류를 임의로 나눠본다면 단말기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서비스와 철저하게 온라인 및 모바일을 중심으로 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전자는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이고 후자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SSG페이 등입니다. 


그런데 지난 4일 네이버가 조용하지만 대형사고를 쳤습니다.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했습니다.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 크리티컬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체크카드의 출시와 동시에 다양한 시사점이 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그냥 상상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들은 왜 체크카드를?
네이버는 지난 4일 신한카드와 제휴해(신한카드와 친한듯)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연회비가 없고 결제 금액의 1%를 월 최대 1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페이와 연동된 계좌라면 어떤 은행과도 거래할 수 있습니다. 결제내역까지 보여주고 후불 교통카드 기능도 지원됩니다. 물론 카카오도 카카오페이 신한체크카드가 있습니다. 지난 1일 출시되었으며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합니다. 캐시백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고 연회비는 없습니다. 


자, 여기서 곰곰히 생각할 지점이 있습니다. 왜 체크카드를 출시했을까? 이 문제는 역으로 카드사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해 카드사 순이익이 7.5% 줄었다고 합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및 최고금리 인하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인데요. 그나마 은행계 카드사들은 체크카드의 인기로 선방했다고 합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도보다 631억 원 증가한 7394억 원을 기록했으며 우리카드도 525억 원 증가한 94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체크카드가 계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풀리면 좋기는 좋죠. 하지만 대부분 부가서비스가 탑재되어 있으며 연회비가 없는 경우도 태반입니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수익과 직결되는 캐시카우도 없죠. 냉정하게 말해 수익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체크카드 하루 평균 사용액은 3677억 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17.9%나 올랐습니다. 국민 한 사람당 신용카드는 1.8장이지만, 체크카드는 2.3장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기존 카드사 입장에서 체크카드는 최후의 무기지만 최선이 아닌 차악인 셈입니다. 


여기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체크카드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 중 하나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수익성이 없는 체크카드야 말로, 카드사 입장에서 계륵인 체크카드야 말로 모바일 영역에 머물던 자신들이 오프라인에 뛰어들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체크카드를 많이 찾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난감해요. 그 간극을 노렸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뛰어들었는가? 라는 질문이 가능합니다. 왜?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함이에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가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철저히 온라인에서, 잘 나가봐야 O2O적 관점입니다. 이 대목에서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기 위한 무기가 바로 실물인 체크카드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단말기 중심의 간편결제와 정면으로 충돌할 여지가 생깁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보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철저한 생태계 전략입니다.


여기에 기본적인 생존전략도 있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간편결제 플레이어들을 보면 SSG페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SSG페이는 신세계 그룹이라는 막강한 오프라인 홈그라운드를 바탕으로 ICT 경쟁력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수행해요. 이미 가지고 있는 재원을 바탕으로 온라인에 뛰어드는 케이스며, O2O적 관점에서 카카오와 정반대입니다. 아주 매력적인 방법론이고 성공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런데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러한 백그라운드가 없어요. 오프라인은 당연히 없고 온라인에도 알리페이처럼 콘텐츠가 오가는 막강한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없죠(네이버는 약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체크카드를 통해 오프라인에 생태계를 넓히려는 시도의 배경에는 최대한 접점을 만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상은 없을까?
네이버와 카카오가 체크카드를 통해 정보를 모으고, 오프라인과의 접점을 강화하는데 그칠까요? 약간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면 네이버는 자신들이 보유한 소상공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내재적 플랫폼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고, 카카오는 지금까지 해왔던 파생 O2O 서비스인 외재적 플랫폼을 강화할 확률이 높습니다.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통해 소상공인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부분은, 자신들의 원스톱 패키지 이커머스 솔루션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 협조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네이버페이 자체가 이러한 아마존식 모델에서 일종의 윤활유처럼 작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파생 서비스를 O2O적 관점에서 풀어가며, 오프라인 정보를 외재적 플랫폼에 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김기사를 카카오내비로 변신시켜 자신들의 교통 O2O 전략에 활용하는 것처럼, 카카오페이를 카카오택시 블랙 결제수단으로 한정해 생태계 확장을 노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전적으로 '맞다!'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분위기가 그렇다는 겁니다.

그럼 이걸로 이들이 무슨 이득을 얻을까? 플랫폼 사업자에 만족하며 기회를 엿볼까? 당연히 그렇겠지요. 당장 돈은 생기지 않을겁니다. 그냥 이러한 플랫폼만 있어도, 당신이 어디에서 뭘 사고 좋아하는지 알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실제적인 수익문제를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기에는 또 어렵습니다. 네이버는 잘 모르겠지만 카카오는 외재적 플랫폼의 특성상, 분명 이를 활용해 1차적이 아니더라도 2차, 3차적 방법론을 찾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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