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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Apr 05. 2016

애플, 이케아, 테슬라...맞아야 정신 차리는 한국

당신은 정말 해피한가?

욕망을 파는 기업, 테슬라의 모델3가 공개되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1000달러의 예치금을 걸어야 하며 당장 자동차를 받아보지는 못하지만 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에 힘입어 사흘만에 사전예약만 27만6000대를 기록했으며 12조1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쯤이면 크라우드펀딩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부동산 분양과 스마트폰 판매 방식을 교묘하게 섞은 느낌. 덕분에 테슬라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는 부품 공급으로 제 시간에 차량을 출고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괜찮지 않겠어?

우리상황을 보겠습니다. 모델3 판매 대상국에 한국이 포함되자 많은 이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힘이 약하고 불편하며 믿을 수 없는’ 이미지가 강했던 전기차가 순식간에 ‘잇’ 아이템이 되어버렸어요. 놀라운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테슬라 쇼크에 국내업계는 일단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앨런 머스크의 혁신을 자신의 뛰어남으로 착각해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당장의 사정이 모델3를 품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먼저 충전 인프라부터 볼까요. 국내의 경우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델3를 위해 충전 인프라가 촘촘히 깔릴 가능성은 낮습니다. 아직 미국에서도 슈퍼차저 인프라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409개 급속충전소에 2247개 급속충전기를 깔았으나 여전히 부족합니다. 물론 한국에 이러한 인프라 구축은 전무하고요. 완충시간도 고려해야 합니다. 주유소에서 몇 분이면 주유가 끝나는 가솔린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급속충전도 기다리기 어려운 시간일 겁니다.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델3가 전작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고 하지만 사실 세제혜택이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핵심이에요. 그런데 이러한 보조금 지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국비와 지방비 지원만 더해도 약 2000만원에 모델3를 구입할 수 있지만 최근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조금씩 줄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도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한편, 5만4000달러에 달하던 전기차 지원금을 폐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외국기업에 대한 견제로 풀이되지만 세제혜택이 영원히 있을 것이라 믿는 것도 어리석은 맹신입니다.    


결론적으로 테슬라 모델3에 국내업체들이 긴장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아이폰 쇼크 당시처럼 당하지 않냐고요?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죠.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생소한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현재자동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전기차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도 있고, 경쟁력도 있어요! 차분하게 준비하면 문제없을 듯!    

해피한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아이폰 쇼크 당시로 시간을 돌려보겠습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는 실수로 휴대폰에서 인터넷 버튼을 누르면 재빨리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대기 바빴습니다. 그런 인프라에서 살고 있었어요. 3G 시대를 선도한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2006년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하고 세계가 스마트 모바일 시대로 빠르게 접어들었습니다. 시대는 스티브 잡스의 손에서 다양한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때 우리는? 마지막까지 2005년부터 무선인터넷 접속기능을 가진 국내 모든 휴대폰과 개인판매용 스마트폰에 의무적으로 탑재되도록 규정한 위피 폐지를 두고 싸웠습니다. 위피 폐지에 반대하던 당시 LG텔레콤의 보도자료는 지금도 아련한 추억입니다.    


와이파이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와이파이요? 통신사들이 왜 만들겠습니까? 돈 새어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굳이 와이파이를 만들 이유가 없죠. 현재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공공 와이파이 소식을 들으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모델3를 기다리고 있던 지금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델3 하나 들어온다고 달라질 것 없다는 국내업계의 반응도 소름끼치게 같아요. 그런데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후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사방에 와이파이 깔리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번개같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서 엄청난 점유율을 자랑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프라는 하나의 불꽃으로 금방 타오르는 법입니다.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의도가 가장 강력한 동력입니다.    


물론 이 지점에서 아이폰 쇼크와는 달리 지금 국내 완성차 업계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모델3와의 기술력은 일단 차치하겠습니다. 각자의 판단에 맡길게요. 사실 더 큰 문제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안일함입니다. 수동적으로 기다리겠다는 뜻인데, 너무 위험합니다. 아이폰 쇼크 당시 국내 인프라가 발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삼성전자 및 LG전자가 전사적으로 나서 나름의 선방을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 구축된 인터넷 인프라는 철저히 애플의 영향을 받았으며, 애플의 앱스토어가 꿈꾸는 생태계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남이 조성한 전쟁터에 기꺼이 들어가겠다고 말하고 싶은가요?    


이케아의 한국진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정식으로 진출한 이케아는 순식간에 태풍의 핵으로 부상하며 국내 보수적인 가구업체들을 위협했어요. 커다란 소동이 있었고, 우리는 시장의 판도가 새롭게 짜여지는 성장통을 겪었습니다.    

물론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애플과 이케아의 국내진출은 결론적으로 해피엔딩입니다. 애플의 아이폰 진출로 자극을 받은 국내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총력전을 펼쳐 관련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했고, 현재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가 됐어요. 이케아도 초반에는 국내 가구업체들의 공포가 심했으나 차츰 한샘과 같은 노련한 전문가들이 시장을 발전시키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해피엔딩 맞습니다.    


전기차 시장도 그렇게 돌아갈까요? 모델3가 등장해 국내 업계가 깜짝 놀라 서로 건전한 경쟁을 펼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될까요? 그럴 가능성 높습니다. 아이폰 쇼크와 이케아 쇼크 당시보다 상황이 더 나은 것도 맞고요.    

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점은, 자극을 받아 성장을 시작하면 항상 남이 깔아놓은 판에서만 놀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비단 전기차뿐 아니라 배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함께 기가팩토리를 통한 전방위적 인프라 장악에 나설 경우 시장의 판도는 우리의 손에서 점점 멀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제는 전기차가 반드시 미래의 자동차여야 한다는 패러다임에 종속되어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또 이러한 우리의 태도가 우리나라를 ‘하드웨어 전문’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앞으로 자동차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에 충실해 사용자 경험을 위한 방법론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마트폰과 비슷합니다. 이 지점에서 다가올 태풍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국내업계가 기술력까지 확보하고 발전시키고 있으며 안일한 생각을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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