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용자 경험의 시대"
O2O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오프라인으로 넘어가며 일종의 플랫폼 사업을 자임하는 구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원래 O2O는 정해진 방향성이 없으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방식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밝힙니다. 온라인 업체가 오프라인 사업을 하려니 전문성이 없잖아요? 그래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가 아닐까 합니다. 모바일 혁명에서 시작됐고, 공유경제랑 혼돈되는 이유입니다.
카카오 O2O는 무섭다. 여러가지 의미로...
카카오가 최근 여행 O2O인 트래블라인을 확장했습니다. 원재 제주에만 국한된 것이었는데 지역도 넓히고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했어요. 지역을 선택하면 맛집, 관광명소, 숙소 등 현지의 각종 정보가 분야별 인기 순위와 함께 자동으로 노출되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카카오가 카카오택시를 넘어 다양한 O2O 전략으로 진출했다고 말하는데, 시기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거의 동시랍니다. 그리고 매우 적절한 전략입니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 등으로 카카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O2O 사업을 하면서 결국 오프라인의 대세를 읽어낼 수 있어요. 모바일 페이 서비스와 비슷한데요. 내가 어디서 뭘 사는지 알면 내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과 같습니다. 빅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기점으로 정말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 로켓배송하고 물류센터 무자비하게 건설하는 이유도 모두 하나의 목표. 바로 '오프라인의 나를 온라인에서 잡아내겠다'는 뜻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체크카드 출시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관점에서 트래블라인의 확장은 의미심장하고, 또 당연한 결과입니다. 교통과 여행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구조잖아요?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내비 등으로 교통 O2O 전반을 카카오톡 메인으로 꽉 잡아내고, 여행 O2O와 연결하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비즈니스가 가능합니다. 오프라인의 고객을 카카오 월드에 잡아낸다는 개념은 바로 이런겁니다. 네이버의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지만, 이제 온라인 기업들은 오프라인의 '나'를 미치도록 궁금해합니다. 이게 O2O에요. 카카오페이가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자면 로엔의 콘텐츠는 이때 빛을 발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러한 카카오 O2O 전략에는 커다란 약점이 두 개 있습니다. 먼저 단일화된 서비스 생태계를 원천적으로 추구한다는 점. 시장을 독점하면 물론 좋죠. 카카오가 O2O에 출몰하며 많은 스타트업을 고사시키는 지점은 도덕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지탄받을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이건 카카오에게도, 전체 생태계에도 분명 악영향입니다. 먼저 후자의 경우 스타트업 생태계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어 모두의 피해입니다. 리모택시의 몰락과 뷰티 O2O 업계의 공포는 뭐 다 아시죠?
그래도 엄밀히 말해 이건 카카오에게 피해는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리스크가 있어요! 왜?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단일화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 소위 '다 해먹으려는' 상황인데요. 이건 뭐 그냥 좋다고 치자고요. 하지만 카카오도 소화불량에 걸릴 겁니다. 인간의 욕구는 말 그대로 다양합니다.
이걸 하나의 생태계에 담아내겠다? 카카오는 O2O의 방향성으로 오프라인과 제휴해 플랫폼을 자임하기 때문에 다양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장 카카오톡의 생명력이 다한다면? 물론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O2O의 확장성을 택했지만 너무 위험한 전략입니다.
차라리 다양한 O2O 스타트업을 규합해 가장 기본적인 플랫폼 전략을 짜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당장 손해보는것 같지만 온라인 기반에서 오프라인으로 나가려는 기업들을 묶어 그들에게 카카오톡을 제공한다면? 뭐 이런식의 접근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애플식의 폐쇄형 생태계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외연적 확장에 분명 한계가 있어요. 추후 카카오가 글로벌 진출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모르지만, 더 다양한 생태계에 방점을 찍으면 커다란 약점 두 개는 해결될겁니다. 당장 외연적 확장만 해도 충분히 유리할겁니다.
O2O의 혁신..사용자 경험
이건 O2O 전반의 문제제기입니다. 카카오처럼 메신저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단순히 연결하는 것. 혹은 쿠팡처럼 이커머스 플랫폼이 빠르고 정교하게 제품을 전달하는 것. 배달의민족처럼 배달을 해주는 것이 과연 혁신일까?라는 의문부호가 최근 제기되는것 같습니다.
음, 그런데 엄밀히 말해 혁신의 정의라는 대목이 걸려도..혁신은 맞습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모바일 혁명의 끝에서 극적으로 발견해 치고 나갔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분명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 플러스 알파는 뭘까요? 배달의민족은 푸드테크에서 잡은것 같아요. 카카오는 말 그대로 자신들이 가장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교통 및 데이터 등으로 집중하는 분위기고요. 하지만 대단한 혁신을 원하는 업계의 기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그들의 염원을 무리해서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면?
사용자 경험입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부자보고서를 재미있게 봤는데요. 애플을 서비스 기업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즉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넣어 고객에게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의미심장합니다. 요건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잘 보입니다. LG전자의 G5가 있어요! 아직 상황은 봐야하지만...모듈식 스마트폰에 8개의 사용자 경험을 지원하는 시도 자체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꺼져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모험적으로 모듈식을 제공해 사용자 경험을 8배로 늘리는 장면은, 일단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O2O도 같아요. 결국 사용자 경험..특히 특화된 사용자 경험이 결정적인 혁신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O2O와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메신저와 교통, 그리고 여행을 연결할 경우의 숫자는 무지하게 많죠?
카카오톡을 쓰는 고객이 부산에서 카카오택시를 사용한다면? 카카오톡을 쓰는 고객이 제주에서 카카오택시 블랙을 사용한다면? 전주에서 카카오톡을 쓰는 고객이 카카오페이로 전주 초코파이를 구매하고 카카오택시 블랙으로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부산여행을 준비한다면? 무한에 가까운 사업의 기회가 발생합니다. 이런 각각의 방식에 사용자 경험을 완벽하게 제공하는데 성공한다면? 완전 덜덜덜입니다.(물론 일말의 불안은 위에 적었습니다)
쿠팡도 한 방이 있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자체매입을 늘려 상품 큐레이션까지 시도합니다. 로켓배송으로 친절을 판매하며 감동을 주는 사용자 경험도 있지요.
하지만 가장 극적인 것은 배달의민족입니다. 지난 19일 배달의민족은 575억 원 투자유치를 알리며 쿼드닷 프로젝트의 고삐를 당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4대 핵심 사업축인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 배민프레시, 배민쿡을 의미합니다. 푸드테크의 전형을 타면서 인공지능 및 큐레이션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어요.
왜 극적인지 눈치를 채셨나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부산물에 가장 빠르게 다가갔어요!
카카오톡을 쓰는 고객이 부산에서 카카오택시를 사용한다면? 카카오톡을 쓰는 고객이 제주에서 카카오택시 블랙을 사용한다면? 전주에서 카카오톡을 쓰는 고객이 카카오페이로 전주 초코파이를 구매하고 카카오택시 블랙으로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부산여행을 준비한다면? 무한에 가까운 사업의 기회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걸 일일히 카카오 서비스 센터에서 마련하나요? 불가능하죠!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클라우드를 백단으로, 로봇은 물론 가상현실 플랫폼까지!
....네, 물론 멀리간 해석이에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 O2O 혁신의 핵심은 단순히 온라인으로 오프라인과 연결된다는 점을 넘어 결국 세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적절하게 제공해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는 것. 그 내부에서 당당하게 인공지능 카드까지 빼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지고 보면 사물인터넷 시대에 제대로 들어맞아요.
여담이지만 네이버가 카쉐어링 업체 그린카와 협약을 맺고 프로젝트 블루의 커넥티드카를 준비하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매우 똑똑한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그린카의 사용자 경험을 말 그대로 굵직굵직한 패턴으로 읽어내어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술을 가진다면? 성공한다면? 커넥티드카는 사용자 경험을 자동차까지 확장해, 네이버가 내비게이션을 출시하며 노리는 빈틈막기의 전형입니다. 매우, 몹시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