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 공익에 감성까지!
길을 가다가 가끔 야쿠르트 아줌마(여사님)를 마주칩니다. 전동카트를 타고 계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동하는게 힘드니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했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눈쌀을 찌푸렸습니다. '전동카트를 타서 편하기는 하겠지만 대형마트 판매원에게 의자를 제공했던 때랑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에요.
무슨 말이냐고요? 대형마트 판매원들이 온종일 서서 일하는게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의자를 제공했잖아요. 그런데 언론보도를 보니 '판매원이 감히 앉아서 계산을 해!'라고 역정을 내는 희한한 마인드의 고객들이 있어서 판매원들이 의자에 잘 앉지 못한다고 합니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카트도 비슷한 상황으로 흐르지 않을까...그냥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유통, 그리고 O2O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야쿠르트 아줌마의 카트를 두고 '세계 최초의 달리는 냉장카트'라고 썼더군요. 맞춤형 배송의 발전에 따른 유통 인프라적 접근이었습니다. 업무 강도를 줄이는 효과와 더불어 제품의 신선도를 보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
맞는 말입니다. 최근 이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권력과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그 외 다양한 곳은 배송의 기술적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IBM은 배송을 포함한 관련된 전 영역을 자사의 코그너티브 컴퓨팅과 적절하게 배합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담론으로 끌어내기도 합니다. 빠르고 편리한, 안전하고 맞춤형으로 구성된 배송이라니!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야쿠르트 아줌마의 등장은 유통, 특히 배송의 영역에 있어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O2O 전반에 대한 의미있는 인사이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맞춤형 배송은 유통 인프라와 IT의 만남, 이에 활용되는 카트는 촘촘한 경쟁력을 세우는 방법론으로 보입니다. 여기에서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라는 앱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위치를 보여주는 해당 앱은 실시간 추적 시스템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위치를 이용자가 알 수 있게 만듭니다.
여러분. O2O입니다. 그것도 매우 고무적인 방식의 O2O에요. 우리나라는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진격하며 플랫폼 사업자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O2O 비즈니스를 전개하는데..야쿠르트 아줌마는 오프라인에서 시작된 권력이 온라인으로 넘어가 말 그대로 플랫폼+콘텐츠를 가져갑니다. 이거 아주 중요해요. 오프라인 노하우를 가진 020 끝판왕의 등장입니다.
게다가 야쿠르트 아줌마 하나하나가 '이동하는' 오프라인 거점입니다. 범죄 안전 지킴이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에요. 세상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 플랫폼과 콘텐츠를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아예 무수한 오프라인 거점을, 그것도 이동하는 오프라인 거점을 가지고 있다니! 여담이지만 이걸 활용하거나, 혹은 다른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하면 범죄 안전 지킴이같은 공익적 프레임을 넘어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오프라인 야쿠르트 아줌마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정'으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장면은 새로운 시도입니다. 쿠팡의 로벳배송이 마케팅으로 활용되는 것처럼, 야쿠르트 아줌마가 제공하는 색다른 사용자 경험은 지금의 상품 판매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버인가?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고 기술적 고도화를 포함한 사용자 경험의 제공까지. 야쿠르트 아줌마의 카트는 O2O 업계가 탐내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로 한국 야쿠르트가 뭘 할까요? 그냥 이대로 현상유지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진짜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있겠죠. 다만 말 그대로 O2O적 관점에서, 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번지는 국내에서 새로운 O2O를 고대하는 입장에서, 야쿠르트 아줌마의 등장은 정말 새롭습니다. 이건 조만간에 정식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