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막연한 동경에 대한 ‘경계’
사견입니다만 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다소 부정적입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던 현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가 다소 정치적인 이유로 스타트업 육성과 만난 느낌이 진하게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철저히 사견임을 전제로 이야기하자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보며 대기업이 측은하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이에요.
특히 최근 진정한 대기업 집단으로 올라선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조여오는 세무조사의 올가미 속에서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 박근혜 대통령과 서 있는 장면이 흥미로웠습니다. 정부 주도로 계획되는 스타트업 육성에도 일반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구글 서울 캠퍼스가 최근 1주년 행사를 가졌습니다. 저도 현장에 있었는데요. 그 성과가 대단했습니다. 지난 1년간 80개 나라 1만3000명의 창업가와 투자자가 커뮤니티 회원으로 가입했고 450개의 창업행사가 열렸습니다. 스타트업 7개사와 이미 거쳐간 9개사는 총 121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그 유명한 에릭 슈미트 회장이, 12월에는 선다 피차이 CEO가 찾아오기도 했어요.(자랑스러운 소개였습니다)
그렇게 행사가 종료됐습니다. 그리고 약간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는데요 구글 서울 캠퍼스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맥락은 비슷합니다. 구글 서울 캠퍼스의 성과를 보여주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분발을 요구해요. 여기에 스타트업 육성의 핵심을 정부보다 민간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맞는 말이에요. 특히 스타트업 육성의 주도권을 민간에 넘기자는 주장은 대찬성입니다. 여기에 구글이라는 브랜드 네임이 스타트업에 엄청난 후광효과를 보장한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무게중심 중 하나가 다소 걸립니다. 바로 ‘무조건적인 구글 만세!’에요. 주장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주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간지점에서 발견되는 ‘무조건적인 애정’에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입니다. 하나는 국수주의적 관점도 섞여있어 불편하지만, 냉정하고 현실적 측면이에요. 구글 서울 캠퍼스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지원해 새시대의 미래를 약속합니다. 인류를 위한 구글의 공헌이죠.
그런데 꼭 그렇기만 할까요? 생태계 전략적 측면에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구글의 전략은 스타트업이 가지는 의외의 다양성을 주목합니다. 당장 손해처럼 보여도 구글의 품에서 키워진 스타트업은 100%는 아니더라도 일정정도 구글의 영향을 받아, 충실한 동맹군이 되어줄 가능성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안드로이드 초반 생태계를 키우는 과정에서 이 방식으로 본의 아니게 큰 도움을 줬죠.
좋아요. 사실 이건 기회비용같은 겁니다.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모두의 비전을 보장한다는데 뭐, 생태계 DNA 정도 묻어 가자고요. 하지만 무조건적인 애정에는 우리가 가진 상황을 왜곡하고 비하하며, 무시하는 태도가 너무 진하게 묻어나는 것이 걸립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요? 문제 많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중심 개발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이 각 지역별로 거점을 만들어 스타트업윽 육성하기 시작한 점은, 방향성이 어긋나기도 하지만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정부 주도의 육성정책에 대한 논란과 실효성, 연속성에 대한 불만들이 있지만 지금, 바로, 우리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뛰고 있는 현실의 스타트업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이 당장 구글 서울 캠퍼스처럼 화려하지는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방향성이 우려스러워도 일단 살아 있어요. 이것마저 ‘구글 서울 캠퍼스와 비교해 덜 떨어지네’라고 말하면, 문제가 아닐까요?
각자의 장점이 있고, 구글 서울 캠퍼스 훌륭합니다. 하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불안하지만 분명 긍정적인 역량이 존재합니다. 이 대목까지 애써 무시하면서 구글 서울 캠퍼스를 지나치게 ‘빨아’주지는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