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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y 17. 2016

조영남, 호창성이 말하는 "관행의 마법"

대작 논란 눈길

화개장터로 익숙한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 씨가 대작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화투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도 잘 알려진 그의 작품은 점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팔리기도 하는데요. 사실 무명화가가 그의 작품을 8년 동안 대작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2009년부터 최소 300점을 속초에 사는 무명화가가 대신 그렸다고 합니다. 10만원을 받고 그렸다고 해요. 이 사실이 알려지자 조영남 씨는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서 잠정적으로 하차하고 종적을 감췄다고 합니다. "오래된 관행이었다"는 말을 남기고요.

[본문과 상관없...저작권...]

관행의 마법
직업병일까요. 더벤처스 호창성 대표 논란이 뇌리를 스칩니다. 팁스 운용사를 운용하며 스타트업에 과도한 지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현재 호창성 대표는 검찰에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일 재판이 예정된 가운데 스타트업 업계는 재판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두 논란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조영남 씨야 연예인으로 잘 알려진 유명인이고, 호창성 대표도 동영상 자막 생성 및 공유 서비스 비키를 창업해 2억 달러로 라쿠텐에 매각했던 스타 기업가입니다. 지금은 더벤처스를 창업했고 관심사 기반 빙글도 선보였죠.


논란에 휘말린 '전제'도 비슷합니다. 조영남 씨는 그림 대작이 '관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호창성 대표의 더벤처스도 비슷해요. 스타트업 지분 요구 등은 '관행'이라고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는 사실입니다. 현대미술에서 예술가가 어시턴트를 고용해 작품을 만들어 자신의 작품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며, 스타트업 업계에서 투자를 이유로 지분을 나누는 갑을관계도 분명 사실이에요. 모두 폐쇄적 업계 분위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공통점이 보입니다. 관행이 횡횡할 정도의 '폐쇄적 업종'


다만 차이점도 명확합니다. 조영남 씨 논란에 있어 갑을관계를 설정한다면, 조영남 씨와 무명화가의 권력적 우위는 너무 뚜렷합니다. 그리고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갑에 대한 을의 핍박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언론에 따르면 무명화가는 자존심이 상해 1년간 그림을 그려주지 않았다가 생활고에 지쳐 다시 대작에 나서기도 했다는 군요. 


그런데 호창성 대표 논란은 조금 다릅니다. 더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모두 '문제없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이면합의는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해요. 아, 마지막으로 호창성 대표 논란은 전체 업계를 살리기 위한 대승적 판단이 연민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최소한 조영남 씨가 대한민국 화가들을 위한 지원에 나선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듯.

업계의 문제
태어나서 지금까지 발가락으로만 밥을 먹었다면, 주변 사람들이 다 발가락으로 밥을 먹었다면 스스로가 이상하다고 느끼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폐쇄적 업종에서 종종 발생하는 오류에요. "이렇게 잘 굴러왔고, 또 문제가 없는데다 모두 이렇게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그런데 남들이 보면 너무 괴상하죠. 그러면 항변합니다. 


"관행이야"


모든 문제의 시작입니다. 결국 자신과 자신이 속한 생태계만 집중하다보니 '플러스 알파'를 보지 못하는 셈이에요. 조영남 씨와 호창성 대표 논란도 비슷해보입니다.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 뭔가 이상하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어요. 물론 이런 '관행'이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업종의 특성도 있으니까요.


다만 중요한 것은 사회의 약속인 '법'이에요. 관행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온 사회의 규범인 법에 접촉되는 순간 논란은 증폭되는 법입니다. 여기에서 억울해하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해도, 현실에서는 애들 투정입니다. 폐쇄적 생태계의 관행의 마법에 홀린 사람들은 이걸 인정하지 못하죠.


다만 법에도 해석에 따라 적용의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관행을 더욱 끌어당겨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해요. 세상은 관행이 횡행하는 생태계에 살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었어!'라고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건 현실적인 문제이고, 어쩌면 형평성의 문제입니다.


그런 이유로 개인적으로 조영남 씨와 호창성 대표 논란의 끝이 흥미롭습니다. 관행의 존재와 외부의 시선, 이를 실생활로 끌어오는 법의 해석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개인적으로 관행적 측면에서 두 사람 모두 일정정도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현대미술에서 대작, 뭐 용인되는 분위기로 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도 넘은 지분 투자, 까짓꺼 생존을 위해 대승적으로 필요하다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법의 해석에서, 만약 조영남 씨가 합당한 비용을 무명화가에게 지불하지 않았거나 자신의 이윤만을 위해 움직였을 경우. 또 호창성 대표가 자신의 주장처럼 지분 이상의 이윤을 스타트업에 보장하지 않았다면. 이건 300%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관행의 마법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업종을 돌아가게 하는 즐거운 마법일 수 있지만, 잔인하고 기만적인 흑마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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