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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an 18. 2016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한 배경... 이건 어때?

그냥. 끄적여. 봅니다.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한다고 합니다. 지난 11일 멜론으로 유명한 국내 1위 종합 음악 콘텐츠 사업자 로엔 지분 76.4%를 1조 87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죠.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아무리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O2O라고 하지만 아이유의 로엔까지!!! 이후 그런저런 분석을 쓰고 읽던 중이었습니다. 정주용 경영투자 칼럼니스트가 18일 오후 8시 서울 삼탄빌딩에서 '카카오의 로엔 인수 사례로 보는 IT업계의 M&A' 오픈 세미나를 열어서 달려갔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을 많이 알았어요. 먼저 지분입니다. 사모펀드 어피니티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카카오 지분 8.3%를 가져가더군요. 1대 주주 김범수 의장 및 우호 진영이 33.7%로 굳건한 상태에서 2대 주주 텐센트가 8.4%입니다. 허허허. 치밀한 김범수 의장 같으니. SK플래닛이 로엔을 어피니티에 인수할 당시 남는 15%에 Tag Along Right를 걸었던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건 카카오의 상태였습니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온다냐?' 정 칼럼니스트는 카카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3000억 원, 단기금융상품은 약 2660억 원이기에 현금으로 제공해야 할 9000억 원 중 나머지는 금융기관이 개입한 인수금융이 유력하다고 봤습니다. 음, 그게 가장 유력하긴 하겠더군요. 약 5000억 원을 모조리 때려 넣을 리 없으니 유상 증자하면서도 나름 이런저런 수를 쓰겠죠. 한 1000억 원을 남겨놓고 나머지 인수금액은 '섞는 방식'이 유력하겠더군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번 세미나를 들으면서 다짐한 것 하나. 다트 좀 열심히 쳐다봐야겠어요..


하지만 제 관심을 더욱 끌었던 것은(사실 이걸 알려고 간 거지만) 카카오와 로엔의 시너지입니다. 음, 정주용 선배의 멘트를 다 적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그래서 제가 기사로 쓴 부분을 인용할게요.


[정 칼럼니스트는 카카오의 현황 사업, 최근 추세를 자세히 설명하며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O2O를 우직하게 노리는 현재의 스탠스를 설명했다.


다만 게임을 중심으로 최근 카카오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짚어내며, O2O 성공 방정식의 근간인 문어발 전략에 집중했다. 정 칼럼니스트는 "O2O에 골목상권은 없다"는 말과 동시에 "카카오톡을 중심에 두고 시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 로엔을 인수한 것"이라는 대전제를 세웠다.


정 칼럼니스트의 소개에 따르면 로엔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B2C), 앨범 투자 유통(B2B), 앨범 기획 제작(프로덕션)이 큰 줄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원 회사이자 다수의 아티스트를 확보한 콘텐츠 집합체이며, 체계적인 큐레이션 기능을 확보하고 있다는 말도 부연했다.


바로 여기에서 시너지가 발생된다. 우선 카카오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기점으로 자금의 융통성을 확보하는 한편,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지점이 출발이다. 즉, 생활밀착형 서비스 중 매우 민감한 금융, 즉 돈의 흐름에 개입하는 대목과 최근 카카오택시 등으로 대표되는 O2O의 방향성이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이다. 여기에서 카카오는 로엔의 음악 콘텐츠를 유니버셜 포인트적 접근으로 봤다. 네이버의 라인이 인수한 믹스라디오와 비슷한 방향성이다.


음악 콘텐츠를 카카오톡이라는 매개를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로엔의 유튜브 구독자가 300만명을 넘기는 상황에서 O2O의 카카오가 로엔의 콘텐츠를 온오프라인에서 뿌리면 어떨까? 이는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플랫폼의 위치에서 콘텐츠를 유통시키며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장악하는 방식. 여기에 카카오의 전략이 숨어있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거대한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O2O의 방향성을 추구하며, 로엔이 가진 음악 및 빅데이터와 글로벌 지향점을 확보한다는 것이 정 칼럼니스트의 의견이다]


개인적이지만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보고 싶어요. 일단 이번 인수가 플랫폼에 콘텐츠를 더하는 기본적인 생태계 전략이라는 것은 100% 확실해 보입니다. 사진도, 글도 다들 자신의 길을 가는 마당에 남은 건 음원이고, 음원은 강력한 존재감을 가지니까요. 카카오톡을 로엔의 음원이 콘텐츠로 움직인다. 즉 '혈액'처럼 흐르게 만든다는 거죠. 가끔 괴상한 정치적 음해 콘텐츠도 카카오톡을 타고 돌잖아요? 사실 이게 진짜배기죠.


한류 콘텐츠를 확보해 로엔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로 나아간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럴 것 같아요. 다만 한류 콘텐츠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별날 정도로 철저히 아시아 시장에만 포지셔닝되어있습니다. 물론 이 마저도 못하는 카카오가 로엔으로 아시아 시장을 노린다는 것도 고려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외연적 확장은 가능해도 한계는 뚜렷해 보인다고 할까요. 구글의 송자나 애플의 애플뮤직과는 다른, 일종의 네이버 믹스오디오와 비슷한 시나리오 같습니다.


하지만 한류 콘텐츠는 여전히 살아있고, 최근 일본에서 한류가 꺾이며 중국에도 바람이 분다는 점. 하지만 그게 또 실제적인 매출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은 조금 냉정하게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통과한 것도 있어요. 돈이 붙겠죠? 그럼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음원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핀테크는 가장 민감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건드립니다. 여기에서 정교한 전략이 나온다면? 사실 O2O적 관점에서 로엔이 카카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사실 무궁무진합니다. 또 음원. 캬. 폭발성 죽이죠.


또 카카오 플랫폼에 음원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기능이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미 로엔은 비슷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었어요. 여기에 최근 무한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은 일종의 대세입니다. 카카오가 이런 지점에 착안해 의미있는 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을 수 있다면? 감성을 자극하는 음원으로 이를 활용한다면? 나중에는 이를 활용해 이용자의 욕구를 조종할 수 있다면? 멜론 유료 가입자가 늘어나고, 카카오로 다양한 O2O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일종의 보너스죠.


카카오의 약점. 정주용 선배도 지적했지만 카카오는 커머스가 뚜렷하게 발전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요건 굳이 쿠팡의 예를 들지 않더라고 O2O적 관점에서라도 꼭 필요합니다. 그런 카카오가 커머스에 진출하면 로엔이 도움이 될 거예요. 앞에서 로엔을 O2O에서 정말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 연장선상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해본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상상. 이번 인수합병으로 텐센트는 2대 주주, 어피니티는 3대 주주가 됩니다. 그리고 텐센트는 카카오를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상당한 기술적 실험을 거듭했어요. 물론 최근에는 중국을 우리가 배우고 있지만, 중국이 우리를 배울 때 텐센트는 카카오가 좋은 교재였죠. 그렇다면, 어피니티는 어떨까요? 일상적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자본적인 관점에서 국내 O2O 시장에 대한 재무적인 테스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골드만삭스가 국내 O2O 업체인 배달의 민족과 직방 등에 투자한 것을 보세요. 비전이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을 보면 요즘 O2O 업체 많이 망해요. 이런 상황에서 어피니티는 카카오로 대표되는 국내 O2O 시장성을 테스트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카카오가 성공해 잘 '엑시트'하기를 바라겠지만요.


그냥 상상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네요. 여하튼 카카오는 글로벌, 콘텐츠, 한류, 지배력 강화, 생태계, 큐레이션 등등의 화두로 로엔을 인수한 것 같습니다. 다수의 아티스트는 끝없는 화수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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