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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ul 09. 2016

1인 미디어, 믿음을 줄 수 있을까?

약간의 불편함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며 많은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가 집중되고 있으며, 또 그와 비례해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후자에 집중해서, 간단히 생각나는 대로 끄적이고 싶습니다.


1인 미디어가 미디어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글쎄요. 누누히 말하지만 그걸 알면 제가 지금 여기서 기자하고 있겠습니까. 뭐라도 차렸죠...다만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다소 섬뜩하게 비추는 그림자는 있습니다.


일단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지점이라 잘 알려져 있는데..지금 상황으로는 의견들이 갈립니다. 다만 이커머스와 연결하는 방법론에 기타 다양한 영역으로의 진출. 그리고 크리에이터의 활동 세분화 등등 가능성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뭐..화이링.


가끔 가학적인 영상이나 컨셉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지점도 문제입니다. 예전에 모 1인 미디어의 콘텐츠를 보다가 진짜 깜놀한 적이 있습니다. 강아지 학대를 그렇게 자랑스럽게 할 줄이야...이런 비슷한 문제들은 법적인 문제입니다. 결국 법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잡아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외 우울한 그림자는 몇개 더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들을, 진짜 믿어도 되나?"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 최초 1인 미디어의 탄생은 말 그대로 끼있는 일반인의 손에서 시작됐다고 믿어요. 그들은 먹방과 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크게 확장해 극단적인 방식으로 끌고가 이목을 모았습니다. 사람들이 몰렸고 플랫폼이 됐어요. 시대에 화두를 던질 수 있게 되었고 영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물론 유튜브 및 페이스북 등 최신 플랫폼의 기술적 고도화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직후 전문가들도 속속 1인 미디어에 뛰어듭니다. 돈을 벌든 돈을 벌지 않든, 신념이든 신념이 아니든 말입니다. 기자도 들어가고 언론사가 전략을 짜 진입하기도 합니다. 공학박사와 군사전문가, 유통전문가, 공연기획자 등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1인 미디어라는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노리는 케이입니다.


이렇게 1인 미디어의 주체와 영역이 동시에 넓어지며 이들은 서로 충돌하거나 겹치게 되는것 같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생기는 것 같아요. 바로 '신뢰'.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하는 1인 미디어를 자주 봅니다. 그런데 유아교육을 전공한 제 아내는 가끔 눈쌀을 찌푸리더군요. 이유를 묻자 "다 좋고 재미있는데...아이가 대변을 보는 행위를 '똥을 싸고 있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라고 합니다. 더 캐물어 보니 이렇답니다.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는 나이가 되면 정교한 지도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해요. 기저귀를 떼고 팬티를 입으면서 "응가하자" 혹은 "모양도 예쁘네,예쁜 응가가 나왔어"라고 하는데 갑자기 영상에서  "아우! 똥 냄새! 이 아이가 똥을 쌌네요!"라며 눈쌀을 찌푸리는 영상을 아이들이 본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제 아내의 생각입니다. 음, 저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굳이 1인 미디어의 리스크에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이런 리스크도 있지 않을까요? 메이크업을 사랑하는 대학생이 기존 업계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메이크업을 발명했는데 그게 건강에 나쁘다면? 치명적이라면? 


제가 사랑하는 웹툰 질풍기획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막내인 영희씨가 "우리가 열심히 만드는 광고가 사실 사회를 오염시키는 숙주가 아닐까?"라고 의심하는 대목. 비슷해요. 맞습니다. 이제 1인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의 자리를 위협하며 뜻하지 않은 리스크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정교한 검수작업으로 사로잡으면 된다? 그럼 야성을 잃어버린 개그맨 김구라처럼 되지 않을까요.


사실 이러한 리스크는 1인 미디어가 아닌,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모바일 패러다임 전반에 넘실거리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독자적인 채널을 가지고 마구 쏟아내는 시대. 개인적으로 매우 필요한 일이고 세상을 바꿀 힘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의 웅성거림은 활발했어도 나름의 '격'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참,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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