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인공지능?
왓츠앱이 지난 18일 무료 서비스를 발표해 눈길을 끕니다. 연회비 1달러를 받지 않겠다는 말인데요. 모바일 메신저를 유료로 사용하지 않는 우리 눈에는 참 이색적입니다. 현재 왓츠앱은 9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2014년 페이스북이 인수한 상태죠.
이번 무료 서비스 발표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익을 거두겠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사용자가 아니라 기업 고객에게 돈을 받겠다고 밝혔거든요.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판을 깔아줄테니 여기서 놀 사용자들은 놀고, 그 사용자를 잡고 싶은 기업은 돈을 내라는 것.
제가 쓴 기사 일부를 공유하겠습니다.
이 지점에서 왓츠앱이 소정의 연회비를 폐지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익성 강화’라는 담론이 숨 쉬고 있다. 메신저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택하면서 이용자에게 돈을 받기 보다는,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과 같은 공급자에게 돈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페이스북 메신저가 보여주는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왓츠앱은 연회비를 폐지하는 대신 기업 고객이 자사의 고객에게 서비스에 대한 공지를 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순간 수익을 확보한다는 뜻을 밝혔다. 메신저의 플랫폼화 공식을 철저하게 따라간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페이스북이 속속 자사의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것과, 조금씩 미약하게나마 수익을 거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최근 페이스북 메신저는 송금 기능에 우버와의 합작으로 눈길을 끕니다. 인스타그램은 광고팀이 움직이고 있다는 말도 들려요. 페이스북 크루의 변신입니다. B2B 플랫폼 전략. 왓츠앱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왓츠앱의 무료 서비스 이용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바로 데이터예요. 즉 많은 사용자들이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이를 플랫폼적 관점에서 B2B에 집중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기본’이며, 더 나아가 사용자들의 패턴 등을 확보해 일종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바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반독점 담당 집행위원의 최근 발언입니다. 그는 17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미국 기업투자회의 연설을 통해 "몇몇 기업이 빅데이터를 선점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EU 경쟁당국은 기업 인수합병의 반독점 혐의에 빅데이터가 관련될 경우 반드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죠. 여기에 구글 및 페이스북과 동시에 왓츠앱이 들어갑니다.
물론 이런 증거는 지극히 단편적이지만, 왓츠앱이 데이터를 모으는 페이스북의 대단위 전략에 포함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묘해집니다. 페이스북은 정보가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려고 노력하는 곳이에요. 오큘러스도 가상현실이라는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왓츠앱과 같은 메신저 플랫폼 전략으로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인공지능까지 활용한다면 보세요, 그림 되잖아요?
물론 매우 쉬운 예측이며, 또 그만큼 허점도 많습니다. 단지 왓츠앱은 페이스북이 무려 190억 달러나 주고 산 서비스입니다. 메신저도 단독으로 운용하며 단순히 수익을 거두기 위해 왓츠앱을 ‘굴리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보입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신년 초 인공지능 이야기로 자신의 포부를 밝혔던 점과 더불어, 묘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