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아요
최근 온디맨드(On-Demand)와 O2O(Online to Offline),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등이 화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들을 모두 뭉뚱그려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하이브리드? 심지어 언론도 마찬가지라 온디맨드를 공유경제로 부르거나, 혹은 O2O로 부르기도 합니다. 맞는 표현일까요?
온디맨드와 O2O, 공유경제의 관계정립을 따지자면 묘하게 충돌하는 대목도 있으나 엄밀히 말해 온디맨드를 공유경제로 보는 시각은 틀렸습니다. 물론 이 지점에서도 약간의 논란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도 없이 무조건 온디맨드와 공유경제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이는 O2O의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서문에 밝혔지만 약간의 논란이 있기에 100% 맞는 해석은 아니라는 전제로,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온디맨드와 공유경제
먼저 온디맨드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공급 중심이 아니라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 및 전략’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2002년 10월 IBM의 CEO인 샘 팔미사노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며, 쉽게 말하면 공급자가 상품을 만들어 가판대에 올려두고 판매하는 것이 아닌,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을 시간과 공간에 맞게 제공받는 것을 의미해요. 그렇다면 공유경제는 뭘까요? 우리나라 전통풍습인 두레를 생각하면 편합니다. 특정자원을 공동으로 소비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정리하자면 온디맨드는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공유경제는 공동소비를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두 개념을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추정이 있습니다. 두 개념 모두 이를 활용하는 주체가 플랫폼 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즉 ‘능동적’ 중개업자(능동적이라 붙인 이유는 끝에 설명하겠습니다)가 온디맨드와 공유경제의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즉 수요자에게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과, 공동으로 소비하는 재화의 방식에는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플랫폼 사업자가 있다는 뜻입니다. 보기에 비슷해 보이니까 온디맨드와 공유경제를 혼동하는 것이 아닐가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수요자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간과 공간에 맞게 제공받는 개념이 비슷하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방식 때문에 온디맨드와 공유경제는 명확히 갈립니다. 일단 둘의 공통점은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주체가 플랫폼 사업자고, 수용자 중심의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온디맨드는 공급자의 의도가 더욱 진하게 묻어납니다. 즉 공급자는 수요자가 원하는 것은 스탠바이한 상태에서 적절하게 제공합니다. 일정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니까요. 카카오택시, 카카오파머를 실시하는 카카오가 공유경제 기업이 아닌 이유입니다. 더 나아가 수용자의 열망을 조종하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바로 여기서 등장하죠. 능동적 중개업자입니다.
반면 공유경제는 말 그대로 공급자의 의도가 철저하게 배제됩니다. 애초 공급자라는 개념이 없어요. 단지 ‘확보된’ 재화를 수요자들이 공동으로 소비할 뿐입니다.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경계심리가 존재하는 것이 일종의 단서입니다. 공급자, 즉 관리하는 주체가 없으니 공유경제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경계하는 거죠.
그런데 이 지점에서 묘한 부분이 발견됩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 기업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온디맨드에 가까운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고개를 들거든요. 여기서 파열음이 감지됩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 사업자는 일정정도의 물량을 확보해 공급자에게 제공합니다. 다만 그 물량이 ‘공유경제스럽게’ 소비되고 있어요. 당초 수익을 위해 생산된 제품이 아닌, 누군가의 소유였던 제품이 공동으로 타인에게 소비되도록 만들기도 하고요.
이 부분에 대한 교통정리는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다만 감히 결론에 대한 단서를 추론한다면, 공유경제보다 온디맨드 기업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소비되는 물량이 공유경제스럽게 소진된다고 해도, 물량을 확보해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방식은 당연히 공급자 마인드가 깃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동차를 우버에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즉흥적으로 사이트에 올리고, 수요자가 즉각 활용한다면 공유경제가 맞을겁니다.(물론 이러면 우버의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높지 않겠죠?)
다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아직 이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힙니다. 오로지 온디맨드와 공유경제를 이러한 고민도 없이 무자비하게 혼동하는 것은 지양하자는 취지입니다.
O2O는 뭐야?
온디맨드와 공유경제의 개념만큼 혼동되는 것은 아니지만, O2O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여러사람을 혼란에 빠트립니다. O2O는 뭘까요? 사실 엄청 익숙한 단어입니다. 유비쿼터스 (Ubiquitous)의 진화형이에요.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사물인터넷의 원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개념으로 O2O도 설명할 수 있어요.
O2O는 사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으로 표기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간다는 권력의 이동과, 마케팅이라는 표현이에요.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O2O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을 지향하는 사업의 경계파괴를 의미하며, 철저하게 마케팅적 수사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O2O가 최근 급부상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바로 모바일 혁명입니다. 예전에는 배달음식을 먹으려 할 때 전화를 했어야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으로 어디에 있든 배달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온라인)으로 배달음식(오프라인)의 재화를 얻을 수 있는 방식. 이는 시공간의 파괴라는 측면에서 진일보된 기술의 발전을 의미합니다.
그런 이유로 O2O는 주로 온디맨드와 혼동되곤합니다. O2O를 그냥 온디맨드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틀리지도, 맞지도 않은 표현입니다. 배달앱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배달음식을 시켰다? 온디맨드입니다. 온라인의 행위가 오프라인에 영향을 미쳤다? 이건 O2O적 관점이죠.
즉 전자는 서비스의 방식이며 후자는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달앱을 설명할 때 ‘온디맨드 업체가 O2O로(덕분에) 서비스의 방향성을 잡았다’는 표현을 주로 하는 편입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플랫폼 사업자가 서비스 행위를 ‘일으키는’ 주체이기도 하군요.
그래서 최근 등장하는 배달의민족, 직방, 다방 등은 모두 온디맨드 업체이면서 O2O 업체이기도 합니다. O2O는 수단이기 때문에 그 정의가 광범위하거든요. 하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이니 당연합니다. 하지만 최근 O2O의 정의가 틀렸다는 말도 나옵니다. 온라인이 발전하면서 오프라인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이 온라인의 가능성에 부응해 그 접점을 찾아가는 분위기도 분명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관점의 차이입니다.
이런 시각입니다. 부동산 앱의 경우 온라인이 발전해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방을 구할 수 있지만, 부동산 업이 발전해 스마트폰으로 행위의 이동이 전이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후자의 경우 설득력이 다소 약하지만, 굳이 O2O의 가능성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이라는 단방향에만 묶어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적 용어로 O2O가 표현된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신사가 말하는 LTE(Long Term Evolution)와 비슷해요. LTE는 기술적 진화를 3G, 4G, 5G로 쭉쭉 표현하면서 이를 대중에게 잘 알리기 위해 임의로 만든 말이거든요. 번역하면 ‘긴 시간의 진화’라는 뜻입니다. 도대체 어떤 기술적 지향점이 ‘긴 시간의 진화’일까요? 마케팅 용어로 봐야 합니다. O2O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단이며 범위가 넓고,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일단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행위의 흐름이 연결된다’는 정의가 맞습니다.
결론은?
맞습니다. 온디맨드와 공유경제, O2O는 비슷비슷합니다. 어쩌면 지향하는 바가 ‘하나’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하지만 약간 분리해서 생각해야할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온디맨드 사업을 가지고 공유경제를 지향한다고 말하면 사업의 근간이 부정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디맨드는 수요자 중심의 소비형태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으로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가능합니다. 공유경제는 말 그대로 경제적 파급효과를 포기하고 정치사회적 패러다임을 설명할 때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O2O는 모바일 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온디맨드와 공유경제가 가능해진 기술의 발전과, 이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서비스로 이해되는 것으로 제안합니다. 여기에 첨언하자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것도 포함시키자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O2O는 비슷한 모든 기업을 통칭함과 동시에, 기술적으로 모바일 인프라만 확보되면 사실상 모든 사업적 행위의 대표가 될수 있습니다. O2O는 막연하거든요. 누가 정의를 내리겠습니까? '미래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곁에 있었다'는 명언처럼, O2O는 이미 우리의 일상 중 하나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당신이 다음 카페를 보고 64비트 휴대폰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에요.
다만 지금까지 제가 말한 것은 각 개념의 교집합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치열한 고민이 선행되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생각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