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진홍 Apr 27. 2017

만약 카카오가 망한다고 해도..지금은 아닐걸요

시장을 만들다

카카오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정말 묘합니다. 네이버와 비교하며 '끝났어'라는 조소를 날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한 방이 있다'는 사람들이 명확하게 갈려요.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하면서 카카오가 점령군이 되었다는 말은 여전하고요. 다음의 선명한 색이 사라졌다는 주장은 여전히 넘길거립니다. 


일정정도 맞는 말이거나,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합니다. 카카오가 점령군처럼 나왔던 것은 맞아요. 지금도 그러는지는 솔직히 판단이 서지 않지만. 그리고 합병 후 돈은 되지 않지만 나름 인기를 끌었던 다음 서비스가 무차별 종료된 것도 사실입니다. 잽과 같이 판 좀 벌리다가 사라진 것도 많죠. 카카오브레인 구축하면서 클라우드 종료된 것은 약간 허망하고요.


다만 카카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점령군 논란? 이제 그런 거 없다. 서비스 종료? 잘 되면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하지 않나. 그렇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네. 카카오 최강의 방패인 O2O입니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가 가끔 먹통이 되는 것은 함정. 너무 무겁다나 뭐래나...

"카카오가 위험하다"
네이버가 처음으로 올해 1분기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카카오는? 다음달 실적이 발표되는데 약간 어렵지 않을까...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4분기 의외로 좋았는데요. 아무래도 올해 1분기는 약간 불안해요.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 위기론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임지훈 대표 흔들기도 보여요. 아주 노골적으로. 그런데 천천히 살펴볼 가치는 있습니다. 특히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한다는 카카오톡의 위기를 말입니다.


생각하자고요. 카카오는 카카오톡 자체만으로는 돈을 벌지 못해요. 이모티콘? 뭐 벌기는 하겠지만 그건 메인이 아니죠. 결국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사용자 경험을 뽑아내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강화. 카카오 월드에 이용자를 담아 두고 이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도 이를 돕기 위한 비책이며, 로엔 인수도 큰 틀에서 비슷하게 해석됩니다.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일종의 생태계를 구성하려는 노력은 이어지고 있어요. O2O를 중심으로요. 하지만 무분별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하던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논란에 휘말렸고, O2O를 두 개의 영역으로 분리했습니다. 스마트모빌리티와 생활 O2O에요. 그리고 전자는 카카오가 핵심적으로 끌고, 후자는 일종의 기본적인 플랫폼 기능에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카카오는 메신저에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이죠. 이건 큰 메리트입니다. 거대한 플랫폼이지만 개인에게 각각의 특화된 개별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고, 또 내밀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카카오의 미래전략은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과 다릅니다. 하드웨어 단말기를 플랫폼으로 삼는 삼성전자나, 포털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꾸린 네이버와는 시작부터 다르다는 뜻이에요. 큰 그림이 180도 달라요. 직접. 말 그대로 직접 개인에게 스며들 여지가 더 높으니까요.


자.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활용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붙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만 이마트 장보기 등을 시도하고 있고 음식 배달하기도 넣었어요. 이것들은 별도의 앱이 있는 카카오택시나 카카오드라이버와는 다르게 말 그대로 카카오톡과 붙어 있습니다. 카카오톡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또 빠르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시원치않아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업체들에게 카카오는 거의 홈쇼핑TV 급이더군요. 인지도나 판로 확충에는 도움이 되는데 돈이 벌리지 않는다는....장보기도 SSG와 연합하다 보니 뭔가 카카오의 특화된 서비스라고 보기에는 2% 부족합니다. 카카오 음식배달은 뭐. 조용하더군요.


사람들은 비판합니다. 카카오 위기다. 카카오톡의 생활 O2O는 카카오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O2O 전략은 아니지만,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잡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반드시 살려야 하는 곳. 그런데 맥을 추지 못한다. 이래서 O2O 하겠냐?


맞습니다만...포인트는 그게 아니죠
카카오는 태생적으로 텐센트의 위챗 모델을 따라가야 합니다. 시장의 크기가 작고, 또 글로벌 시장에 소극적이라 제반상황은 크게 다르지만 생태계적 관점에서 위챗의 행보는 카카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네? 격 떨어지게 무슨 중국 기업이냐고요? 허허. 그냥 웃겠습니다. 패쓰.


카카오톡은 위챗처럼 생태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럴라고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거고, 여기에 인공지능 넣는다고 하고, 로엔 인수한겁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잘 살아나지 않아요. 위기.


위기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 위기는 아주 제한적이고 낮은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잘 되면 좋겠죠. 하지만 카카오에서 장 보는 기능이 단숨에 오픈마켓이나 신세계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으며, 카카오에서 음식배달 한다고 단숨에 배달의민족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감히 카카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났던 몇몇 분의 의견도 그렇지만. 흘러가는 상황만 봐도 그렇거든요. 그럼 도대체 카카오는 무슨 생각이냐고요?


카카오 입장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연결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은 당장의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며, 또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기대해서도 곤란합니다. 이것들은 나중의 생태계를 엮기위한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음식이면 음식. 교통이면 교통. 각각의 특화된 앱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그들이 만든 시장을 삼키는 것은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현실성이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들을 하나씩 촘촘하게 설계하는 선에서 외연을 확장하는 겁니다. 당장 돈 벌리지 않아서 위험하다? 생활 O2O 전반이 말 그대로 더보기 탭 등을 통한 간접 연결로 되어있다는 점을 보자고요. 애초부터 리스크가 낮습니다.


이렇게 연결한 상태에서 카카오는 인공지능이 되었든, 아니면 콘텐츠가 되었든. 아니면 알리페이와 짝짜꿍을 하는 카카오페이가 되었든. 더 넓게 인터넷전문은행이 되었든 큰 한 방을 충격요법으로 사용해 생태계를 순식간에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소하게 만들어낸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연결을 카카오페이에 이은 카카오뱅크의 서비스와 전격적으로 연결해 큰 생태계. 유의미한 생태계를 만드는 그림을 예상합니다. 돈만큼 현실적인 아이템이 어디 있나요? 심지어 인공지능까지 있고 아이유도 있다는데!


그래서 카카오가 보여주는 현재의 O2O가 약해보여도, 도저히 카카오가 이것 때문에 망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이 없어도 일단 카카오톡의 플랫폼 특성을 이용해 물꼬를 틀기만 하면 됩니다. 이후 돈이나 콘텐츠. 아니면 그 이상의 가치로 생태계를 채우면 카카오가 그리는 그림이 정말 순식간에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력한 플랫폼이자 개별화된 플랫폼이라는 카카오의 특성과. 다양한 영역에 뛰어들어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으나 조금씩 늘리고 있는 행보. 여기에 스마트 모빌리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 인사이트. 인공지능. 돈과 관련된 경쟁 인프라를 모두 덧대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물론 압니다. 이건 쿠팡의 미래를 말할때와 비슷한 결론이에요. 잘 되면 대박이지만 못되면 충격과 공포. 하지만 카카오의 생활 O2O 들이 지금 힘든 것은 아직 문제가 아닙니다. 큰 한 방이 터지고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계속 선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렸습니다.


여담이지만 케이뱅크 그랜드 오픈 당시가 생각나네요. 당시 제 눈을 사로잡았던 장면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황창규 회장 및 국회의원 등 귀빈들이 무대로 우루루 몰려나와 빛의 마법사로 변신하던 장면입니다. 와. 드래곤볼 실사판 보는 줄.

또 하나는 케이뱅크의 숨겨진 비기를 공개하는 장면. 단어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카우치 핀테크? 뭐 이런거였습니다. KT의 기가지니와 케이뱅크를 연결해 쇼파에 앉아 편하게 은행업을 보는 서비스를 준비한다고 하더군요. 어떻습니까. 생태계는 정말 말도 않되는 순간에서 정말 빵 등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빵 사라질 수 있지만. 전 전자에 조심스럽게 걸어 볼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골골대는 노트4, 갤8로 가려고 해도 말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