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션 - 회의와 프로젝트에서 질문과 토론으로 리드하는 기술
‘레이블(Label)’은 보통 ‘라벨’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두 가지 용도가 있다. 하나는 상품의 용기에 상품명을 인쇄하여 붙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료철에서 원하는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주제별이나 단원별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한쪽 면에 접착제가 있어 자료의 가장자리에 쉽게 붙일 수 있다. 라벨을 잘 활용하면 자료를 보관하고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한편 커뮤니케이션 기술 중에도 레이블링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갖는다.
∙ 의사소통을 원활하고 정확히 하기 위하여 상대에게 다음 행동을 예고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한다.
∙ 상대에게 내가 하려는 말의 방향을 알려주어 들을 준비를 하고 경청하게 만든다.
∙ 논쟁의 열기를 식히거나 화제를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바꾼다.
∙ 내가 하려는 말(설명이나 질문)을 끝까지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 내가 던지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상대가 반드시 대답을 하도록 만든다.
∙ 대화의 주도권을 갖는다.
이것을 간단히 요약하면 ‘레이블링은 상대가 경청하게 만들고 대화의 주도권을 갖게 하고, 특히 상대에게 내가 던진 질문의 대답을 회피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레이블링이 주는 효과가 매우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레이블링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레이블링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질문이 있습니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무엇을 먼저 알려 드릴까요?”
등과 같은 화법으로 레이블링 기술을 사용한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상대로부터 민감한 사항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곧바로 대답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레이블링이며, 이것을 사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사례 1]
A : “제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B : “예, 그러세요.”
A가 B에게 질문하기 전에 상대방의 동의를 구한다. B는 질문해도 좋다고 동의한다. 그러면 B는 A가 무슨 질문을 하는지 궁금해하면서 들을 준비를 한다. 이때 B는 A의 질문에 동의했으므로, 상대방의 질문을 잘 듣고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데 레이블링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궁금한 것을 상대방에게 불쑥 질문하면, 상대방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의사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질문의 내용이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엉뚱하다면 질문을 회피하거나 무시하게 될 것이다.
[사례 2]
A : “지금 말씀하신 내용과 다른 의견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B : “예, 좋습니다. 말씀하세요.”
A는 B에게 다른 의견이 있음을 말하고, 상대방의 동의를 구한다. 이때 B는 A의 요청에 동의하였으므로, A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준비를 한다. B는 다른 의견이라는 말에 더욱 관심을 갖고 경청할 것이다. 만일 레이블링을 사용하지 않고 A가 B에게 반대 의견을 불쑥 말했다면 어떻게 될까? B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대 의견을 들음으로써 A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레이블링을 사용하면 B는 반대 의견이지만 듣겠다고 동의했으므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경청한다. 그리고 B는 A의 의견을 들으면서 A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중간에 말을 자르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고객과의 비즈니스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를 보자.
일반적인 대화와 레이블링 기술을 사용하는 대화가 어떻게 다르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비교하기 바란다.
(고객은 장비에 대한 일반적인 특징과 사양만 듣고 곧바로 가격을 확인한다. 그런데 판매자는 아직 자사 장비의 가치나 효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가격을 알려 주면 고객으로부터 심한 가격 저항을 받을 것이 염려된다. 그렇다고 고객의 질문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대화]
소비자 : “귀사에서 공급하는 제품의 설명은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가격은 얼마입니까?”
판매자 : (가격에 대한 답변을 주저하며) “예, 5천만 원입니다만…….”
소비자 : “아니, 5천만 원이라고요. 다른 경쟁사보다 20% 이상 비싸네요. 이렇게 가격 차이가 심하면 구입하기 어려운데…….”
판매자 : (당황하며) “비싼 가격만큼 여러 가지 장점과 이익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비자 :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이) “아니요, 됐습니다. 제가 검토해 보고 나중에 연락하겠습니다.”
소비자는 가격을 물은 후 거부감을 표시했다. 왜냐하면 가격에 따른 장비의 장점과 효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판매자가 이것을 설명하겠다고 하나 소비자는 이미 관심이 없다.
[레이블링을 사용하는 대화]
소비자 : “귀사에서 공급하는 제품과 사양에 대한 설명은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제품의 가격은 얼마입니까?”
판매자 : (가격을 알려 주기에는 이른 시기이며, 다른 효용성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고객의 질문을 피할 수는 없다.) “가격이 궁금하십니까? 그런데 저희 장비는 사양과 옵션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객께서 원하시는 정확한 가격을 알려 드리기 전에 먼저 확인할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하여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소비자 : “아, 그래요? 그러시다면 질문을 하시죠?”
(판매자는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고객의 생각을 확인하면서 장점과 효용에 대해 설명한다.)
고객의 가격 확인에 판매자는 레이블링 기법을 활용하여 고객의 질문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문제를 뒤로 유보시켰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하도록 고객의 동의를 구하여 자신이 궁금한 것을 확인한 후,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 고객이 어느 정도 제품이 주는 효용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인식하고 난 후에 가격을 알려 주면, 가격이 약간 비싸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이해하여 가격에 대한 저항이 줄어든다. 또한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의 동의를 받아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레이블링을 사용하는 사례를 보자.
(고객의 공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여 지방 출장을 다녀온 부하 직원에게 상사가 업무 보고를 받는다. 그런데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 중에 어느 것을 먼저 보고해야 할지 걱정이다.)
[일반적인 대화]
상사 :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출장 결과는 어떤가?”
직원 : (불안해하며 두 가지 사항을 한꺼번에 설명하려고 한다.) “예, 저희가 납품한 장비가 고장을 일으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였고, 생산부 책임자가 클레임을 요구했습니다.”
(직원의 보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상사가 흥분하여 말을 가로막는다.)
상사 : “뭐야, 클레임?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그럼 어떻게 처리할 거야? 방법을 빨리 말해 봐.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이 지경까지 만들었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직원 : (당황하며, 설명을 이어간다.) “그렇지만, 제가 현장을 확인하고 회의한 결과 전적으로 저희 장비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물론 저희 장비에도 하자가 있었습니다만…….”
상사 : (상대방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듣고 약간 진정하며) “그래서 결론이 뭐야. 결론만 말해.”
직원 : “저희 장비의 하자도 있었으나 심각한 하자가 아니었고, 차후에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개선된 부품으로 무상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클레임은 없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상사 : (화를 낸 것이 무안한 듯) “그럼 진작 그렇게 보고하지. 무슨 보고를 그렇게 하나. 다음부터는 조심하게.”
직원 : “예,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직원은 회사에 큰 손실을 줄 수도 있는 클레임을 잘 처리했고,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정도에서 마무리했다. 또한 회사의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일을 처리했다. 그러나 보고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자신의 성과를 모두 허사로 만들었다. 출장 결과는 회사의 손실을 막고 신뢰를 유지함으로써 큰 이익을 주는 것임에도 상사에게 보고를 잘못하여 오히려 핀잔만 들었다.
이번에는 레이블링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경우를 보자.
[레이블링을 사용하는 대화]
상사 :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출장 결과는 어떤가?”
직원 : “보고드릴 사항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문제점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결에 대한 것입니다. 무엇을 먼저 보고 드릴까요?”
상사 : (문제와 해결 두 가지 사항이 있다는 말을 듣고, 문제를 먼저 듣겠다고 한다.) “그럼, 문제부터 보고하게.”
(그리고 무슨 문제인지 경청할 준비를 한다.)
직원 : (차분하게 보고한다.) “문제는 저희가 납품한 장비의 고장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겨, 생산부 책임자가 클레임을 요구했습니다.”
상사 : (클레임이라는 말에 놀라지만 보고 내용이 아직 남아 있고, 특히 해결에 대한 보고도 있다고 했으므로 계속해서 듣는다.) “그래서……?”
직원 : “제가 현장을 방문하여 직접 조사해 본 결과 납품한 장비의 부품에 결함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문제의 전부입니다.”
상사 : (클레임과 부품 결함이 문제의 전부라는 보고를 듣고 이제는 해결에 대한 보고가 궁금하다.) “그럼, 해결에 대한 보고는 무엇인가?”
직원 : “생산 차질의 주요 원인을 확인하고 회의한 결과, 저희 부품의 결함도 문제지만 공장의 전력 공급 라인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건은 새 부품으로 무상 교체하고, 차후에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한다는 조건으로 클레임 건은 없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상이 해결에 대한 보고입니다.”
상사 :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으나, 잘 처리하고 온 것을 안심하며) “그래, 정말 수고했네. 자네가 일 처리를 잘해서 회사는 물론 우리 부서의 큰 손실을 막았네.”
똑같은 출장 보고라도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하는 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일 처리를 잘 하고서도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미숙하여 칭찬이나 인정보다는 꾸지람이나 핀잔으로 만드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레이블링 기술을 포함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