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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an 16. 2016

할 수 있는가,  하고 있는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있는 것은 닮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있는 것은 다르다.

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부풀어오르면 가느다란 설탕가닥들이 느슨하게 엉켜붙은 솜사탕처럼 머릿속이 달콤해진다. 무언가를 진짜로 해내기 위한 인내나 노력은 건너뛴 채 머릿속에서만 꿈을 꾸면 몸을 조금만 앞으로 기울이면 원하는 것을 곧장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만으로는 어떤 것도 이뤄낼 수 없다. 생각을 다잡고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작은 용기까지 끌어모아 진짜로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면 그저 밀크초콜렛처럼 달콤할 것만 같았던 꿈이 단맛이라고는 없는 순도 100% 다크 초콜렛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쓰기만 하면 다행이련만 손만 뻗으면 내 것이 될 줄 알았던 꿈이 내가 갖기에는 너무 높이 매달려 있다는 냉혹한 현실만 깨닫고 마는 실패가 뒤따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먹으면 나야 뭐든 할 수 있지'하고 달콤한 꿈만 꾸고 있는 것보다는 쌉싸름한 카카오 열매를 백 알쯤 먹을 각오로 덤비는 게 낫다. 설혹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꿈만 꾸면서 하려고 작은 노력조차 기울여보지 않은 사람보다야 하다가 실패한 사람이 훨씬 낫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만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언젠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그저 그렇고 그런 모호한 상태로 남게 된다.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다 보면 힘이 들고 숨이 턱까지 차오를 수도 있다. 높고 험준한 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고작 뒷동산만한 언덕을 두 개 넘고서 하고 있다고 말하려면 괜스레 얼굴이 붉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그저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꿈만 꾸는 것보다야 신발이라도 꿰신고 밖으로 나가 됫동산이라도 넘는 편이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야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꿈이 진짜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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