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살이

아들의 연애

by 김현정

올해 일곱 살이 된 아들은 오랫동안 '엄마, 그리고 아빠'와 결혼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동생이 태어나자 아들이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났고 아들이 생각하는 결혼은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사는 것'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소박한 꿈을 얘기했다가 누군가로부터 '가족이랑은 결혼할 수 없어!'라거나 '결혼은 남자랑 여자랑 둘이서 하는 거야!'라는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답을 들은 날이면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정말 엄마, 아빠랑은 결혼을 할 수 없는 거냐고 묻곤 했다. 답이 뻔한 질문이었지만 조금만 있으면 내가 알려주건 알려주지 않건 결국 자연스럽게 알게 될 진실 때문에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이의 상상주머니가 쭈그러드는 게 싫어 슬그머니 엉뚱한 소리로 아이를 달랬을 뿐 결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진 않았다.


엄마가 동생을 낳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사건이 생긴 후로는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면 자신과 여동생 사이에 아이가 생기는 걸로 철석같이 믿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반짝이는 생각의 나래가 쫙 뻗어나가 얼마나 멋진 그림이 그려질지 궁금해 아이가 상상하는 황당무계한 결혼가설을 그냥 내버려뒀다.


하지만 진실은 감추려 해도 때가 되면 저절로 고개를 드는 법!


며칠 전, 아이는 여느 때처럼 잠들기 전에 이불에 누워 한참을 떠들던 중 예상치 못한 고백을 했다.


"엄마, 나 어른 되면 수지랑 결혼할 거예요. 어차피 가족이랑은 결혼할 수 없잖아요!"


언젠가 당연히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예상치 못한 한마디는 놀라웠다. 오랫동안 결혼이라는 제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은 이제 더 이상 가족과는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훌쩍 자라버렸다. 그렇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눈물 한 방울 따위도 없이 냉혹한 진실을 가뿐하게 받아들였다.


어렴풋이나마 결혼을 이해할 정도로 아이가 자랐다는 사실이 왠지 아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해서 그저 웃음만 나오는데 아들이 다시 질문을 했다.


"엄마, 그런데 수지랑 결혼하면 엄마 아빠랑 같이 못 사는 거예요?"


눈물 많은 아들의 눈가가 다시 촉촉해지기 전에 재빨리 대다수의 신혼부부가 부모와는 따로 사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아니야. 결혼해도 엄마 아빠랑 살 수 있어. 큰 집에서 다같이 살면 되지 뭐!"


내 대답을 듣고서 자칫 슬퍼지려던 마음이 한껏 부풀어오른 아들은 솔로몬 왕처럼 멋진 답을 내놓았다.

"엄마, 그럼 엄마 아빠랑 수지 엄마 아빠랑 다 같이 살면 되겠네요!"


우리집 둘째와 수지네 동생들이 모두 결혼을 한 후에 사돈의 사돈들까지 모두 함께 사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아들의 해법에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