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선문답
설연휴. 시어머니를 모셔둔 납골당에 가는 길이었다. 명절 때마다 가는 곳이긴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머리가 커져 가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설명을 해 주는 게 좋겠다 싶어 할머니의 유골이 있는 곳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출발할 때는 그 동안 갔던 절,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던 그 절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뼈가 '진짜로'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 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납골당이 있는 절이 가까워지자 아이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에 간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동안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에 간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아이는 할머니의 뼈가 하늘나라에 가지 않고 아직 이 세상에 남아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 것 같았다. 삶과 죽음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을 해 줄 수 있을 만큼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렇잖아도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죽음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와 죽음에 대해 너무 긴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조금 이른 게 아닐까 걱정이 됐다.
짧은 순간 동안 어떻게 답을 할지 고민하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최대한 평범한 목소리로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하늘나라로 가고 몸은 여기에 그냥 있는 것'이라고 답을 했다. 어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답을 지나치게 태연하게 내놓으면서 '영혼은 뭐냐, 영혼은 어떻게 하늘에 가는 거냐, 왜 몸과 영혼은 다르냐!' 등등 아이의 질문이 쏟이지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하나 걱정이 됐다. 그러나 언제나 질문이 넘치는 아이는 새로운 사실에 너무도 놀란 건지 인간이라는 하나의 존재가 몸과 마음으로 나뉜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건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고 머리를 쥐어짜며 예상답안을 준비하던 나는 내심 마음이 놓였다.
차가 언덕길을 거의 다 올랐을 무렵 설 연휴 동안 유명을 달리한 누군가의 넋을 기렸을 사람들을 가득 태운 커다란 버스가 납골당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버스가 좁은 언덕길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옆길로 차를 움직이면서 몇 해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던 무더운 여름날 삼일장을 치르고 화장장에 들렀다가 어머니의 유골을 모시고 버스에 올라 납골당으로 들어서던 때가 떠올랐다.
무더운 그 여름, 간신히 걸음마를 뗀 돌쟁이였던 첫째는 할머니에게 두 번 절을 하고 돌아나오는 길에 다시 자신의 머리를 어지럽히는 상념을 입밖으로 토해냈다.
"엄마,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아 궁색한 답을 내놓으려는데 아이가 연타를 날렸다.
"엄마, 사람이 죽는 걸 왜 돌아가신다고 해요?"
이번에는 남편이 재빨리 답을 내놓았다.
"엄마 아빠 아들로 태어나기 전에 천사나라에 있었지? 거기로 되돌아가는 거기 때문에 '돌아가신다'라고 하는 거야. 천사나라로 돌아간 다음 다시 세상에 태어났다가 다시 돌아가고 태어나고 하는 거야."
정말 그럴듯한 답인 것 같아 마음을 내려놓으려는 찰나 아이가 던진 너무나도 엉뚱하지만 그럴듯한 질문에 웃음이 터졌다.
"그럼 할머니가 하늘 나라로 갔다가 다시 태어나면 내 동생이 되는 건가요?"
생각의 키가 훌쩍 자란 아이가 그저 신기해 한없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던 내 가슴을 누군가가 깃털로 간질여 바람을 빼내는 것처럼 실실 웃음이 흘렀다.
고속도로에 들어서기 직전, 앞좌석에 앉아 '많이 크긴 했지만 아직은 아기구나' 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 아빠의 허를 찌르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아이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 세상은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진 거예요?"
우리 부부는 결국 케이오패를 인정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