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친구가 있었다.
흩날리는 벚꽃비를 맞으며
걸어서 십 분 거리인 우리집과 네 집 사이를 하염없이 오가며
별스럽지도 않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시시콜콜 주고 받으며
꺄르르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
내게도 친구가 있었다.
어느 소설에 나온 희뿌옇고 끈적이는 알제리의 길모퉁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늘의 이 길이 먼 나라의 그 길과 꼭 닮아있다며
함께 즐거워하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
내게도 친구가 있었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내가 좋다며 고이 접은 편지를 수줍게 건네고
점심 시간이면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식사를 끝내고 매점으로, 운동장으로 흩어질 때까지
서로의 늦은 숟가락질에 맞춰 함께 웃고 반찬을 나누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
사는 곳이 다르고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안으로만 안으로만 눈을 돌리다 보니
한 때 나와 생각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고 삶을 나누었던
그대들이 이제 어디에 있는지 나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