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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Mar 10. 2016

친구

내게도 친구가 있었다.

흩날리는 벚꽃비를 맞으며

걸어서 십 분 거리인 우리집과 네 집 사이를 하염없이 오가며

별스럽지도 않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시시콜콜 주고 받으며

꺄르르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  


내게도 친구가 있었다.

어느 소설에 나온 희뿌옇고 끈적이는 알제리의 길모퉁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늘의 이 길이 먼 나라의 그 길과 꼭 닮아있다며

함께 즐거워하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


내게도 친구가 있었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내가 좋다며 고이 접은 편지를 수줍게 건네고

점심 시간이면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식사를 끝내고 매점으로,  운동장으로 흩어질 때까지

서로의 늦은 숟가락질에 맞춰 함께 웃고 반찬을 나누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


사는 곳이 다르고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안으로만 안으로만 눈을 돌리다 보니

한 때 나와 생각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고 삶을 나누었던

그대들이 이제 어디에 있는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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