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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May 19. 2016

이상한 나라

봄이면 삼천리 방방곡곡에 고운 빛깔의 꽃이 피고 가을이면 산과 들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드는 나라. 

사람이 살기에 딱 좋은 위도에 자리를 잡고 있어 기후가 온화한 나라.

인정 많고 마음 따뜻하고 필요할 땐 서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나라.


그런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배웠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어렸을 적 책에서 배웠던 그 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기 전,  미세먼지 수치부터 확인해야 하는 나라.

봄인가 싶으면 금세 수은주가 쭉쭉 위로 올라가 여름이 되고 가을인가 싶으면 제대로 단풍을 즐길 새도 없이 추위가 찾아오는 나라.

GMO 식품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식재료를 남들이 먼저 수입할까 걱정이라도 되는지 그 어떤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서둘러 수입하는 나라.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혹시 내 집이 방사능으로 오염된 일본산 수입 쓰레기로 만들어진 건 아닐까 걱정해야 하는 나라.

길을 걷다가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면 상대를 향해 반갑게 미소를 짓기보다 혹시 나를 해치려는 건 아닌지 의심부터 해야 하는 나라.


우리는 지금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그 나라와는 많이 다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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