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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Feb 08. 2024

당신이 몰랐던 캐나다 (1)

마망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제공돼 누구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는 탓에 세계에서 살기 좋은 나라 순위권에 꼽히는 나라.


광활하고 원시적인 록키 산맥,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자랑거리일 만큼 천혜의 자연을 선물 받은 나라.


국토의 8%가 호수로 뒤덮여 세계에서 호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꼽히는 나라.


나은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온 다양한 나라 출신의 이민자들이 한데 모여 용광로(melting pot) 속에서 뒤엉켜 하나의 색깔을 만들어내기보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구성원의 색깔이 선명하게 살아있는 모자이크를 만들어내는 나라.


워라밸 있는 삶, 저녁 있는 삶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아직까지 어느 정도는 지구상에서 그나마 유토피아에 가까운 곳이라고 여기는 나라.


바로 캐나다다.


세계 경제 순위 10위에 올라있는 캐나다는 많은 이민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관광지로 손에 꼽히는 곳이지만 4천만이 채 되지 않는 인구가 밀집해서 사는 일부 도시, 그중에서도 특출 나기로 이름난 유명 관광지를 제외한 나머지 곳들은 아쉽게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제외돼 있는 편이다.


게다가, 캐나다의 사회와 문화, 예술은 미국의 그것과 뭉뚱그려져 북미로 퉁쳐질 뿐 별도의 개성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당신이 몰랐던 캐나다> 시리즈에서는 캐나다에 거주하고 캐나다를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사회 현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아름다운 곳, 캐나다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는 문화예술에 관한 글을 적어볼까 한다.


캐나다 국립 미술관


캐나다의 예술이라고 하면 온타리오 출신으로 캐나다 미술계의 발전에 공헌한 '그룹 오브 세븐(Group of Seven)'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룹 오브 세븐에 관한 이야기는 차후에 헌츠빌에서 만난 벽화와 함께 풀어볼 생각이다.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강렬한 예술의 향기를 느낀 것은 오타와 국회의사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캐나다 국립 미술관에서였다. 오타와 시청을 설계한 모쉐 샤프디라는 건축가가 설계한 유리 건물 자체가 상당히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낼  뿐 아니라 높은 유리 지붕을 통해 쏟아지는 채광을 잘 활용한 내부 공간 역시 인상적이었다.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 내부 '그룹 오브 세븐'에서부터 고흐에 이르는 걸출한 화가들이 남긴 매력적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유리로 된 미술관 건물



하지만 캐나다 국립 미술관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마망(Maman)이었다. 국립 미술관 앞마당에 전시된 거대한 거미 조각상 마망은 길 건너편의 오래된 성당 건물과도 묘한 조화를 이뤘다. 마치 돌로 지어진 성당 건물과 유리로 된 초현대적인 국립 미술관 건물이 이질감 없이 한 공간에 존재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미술관 건너편 성당


프랑스 출신 미국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가 강철과 청동을 이용해 만든 거미 '마망'은 오타와를 비롯해 전 세계 7곳에 전시돼 있다. 캐나다 국립 미술관은 2005년에 미술관 연간 예산의 약 1/3에 해당하는 320만 달러를 주고 마망을 사들였다고 한다.


사실 거미는 익숙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공포감을 주는 생명체다. 색깔이 짙고 몸집이 커질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높이가 대략 9미터에 달하는 캐나다 국립 미술관 앞마당의 '마망'은 그 엄청난 크기와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감 때문에 첫눈에 그리 호감이 느껴지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망'에는 왠지 모르게 사람을 끄는 기운이 있었다. 8개의 기다란 다리 사이에 서면 불룩하게 부풀어 오른 거미의 배가 보인다.  26개의 대리석 알을 품은 마망을 두고 작가는 자식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모성을 표현한 것이며 가늘고 길게 뻗은 다리는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압감과 공포감을 주어야 마땅한 외형이지만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마력을 가진 마망. 마망이 많은 컬렉터와 관람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두려움으로 가득한 마음을 불안하게 억누르며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경외로운 모성애를 불태우는 어머니의 마음이 단단한 껍질 밖으로 배어 나와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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