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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Dec 17. 2015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공주와 왕자가 등장하는 동화의 끝은 언제나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였다. 삼일 내로 왕자의 키스를 받아야만 마법이 풀리고, 일주일 내로 공주의 마음을 얻어야만 저주가 풀리는 그런 아슬아슬하고  정신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서로를 사랑하게 된 공주와 왕자가 정말로 오래오래 행복하게만 살았을까?


제3자의 관점에서 보면, 공주와 왕자가 근사한 성에서 아름다운 옷을 입고 매끼 산해진미를 음미하며 원하는 것을 모두 누리는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는 현미경을 들이대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피지만 타인의 삶은 망원경을 들고 멀리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원래 남의 애는 눈 깜짝할 새 크는 법이고, 옆집 총각은 엊그제 입대했다가  내일모레 제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법이다.


요즘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건 어쩌면 사람들이 더 이상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핑크빛 동화 같은 결론을 믿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뭔가 아련하고 신비로운 결말에 머리를 끄덕이기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래서, 뭐! 그 후로 어떻게 됐다는 거야?"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드라마와 영화들은 구구절절 굽이굽이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 왕자와 공주가 행복이라는 최후의 결승점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시련을 겪고 어떤 난관을 견뎌냈는지 이야기를 풀어낸다.


똑같이 결혼을 하고 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함께 늙어간 공주와 왕자가 결승점에 도달한 후 두 손을 맞잡고 "우린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어"라고 말할지, "행복이 도대체 뭔데?"라고 되물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행복'이라는 두 자가 걸려 있는 결승점에 도달할 때까지 무작정 참고 인내하며 살아갈지, 매 순간이 시작점이자 결승점이라고 믿으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행복을 체감하며 살아갈지 그건 선택하기 나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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