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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율 작가 May 21. 2020

신발끈  풀리면 - 김이율

1.
식사 후 산책을 하다가 동료가 내게 말을 걸었다.
"신발끈이 풀렸네."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로 신발끈이 풀렸다.
몸을 낮춰 신발끈을 묶는데 동료가 이어 말했다.
"신발끈이 풀렸다는 건 누군가가 생각한다는 건데..."
"그래요?"

걷는 내내, 과연 누가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당장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좀 서럽긴하지만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어 위안이 된다. 또한 미안해진다.

아버지.

며칠 전에 전화가 왔었다.
'막둥아, 잘 지내지? 너한테 읽어줄 글귀가 있어서..."
이동 중이라서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곧 하겠다고 해놓고 며칠이 지났고 여전히 나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

그 글귀가 과연 무엇일까?
왜 갑자기 글귀를 읽어주신다고 한 걸까?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은 게다.
내가 해줄 게 없지만 너를 늘 생각하고 있다는 미안함이다.

월요일이라 남산 케이블카가 운영하지 않았다.
헛걸음하고 되돌아오는 길,
다시 신발끈이 풀렸다.

전화 드려야겠다.

2.
이가 며칠 째 흔들린다.
집으로 가는 길, 치과만 열 개 넘게 보였다.
이리도 맘먹기가 힘들까.

여전히
흔들리는 이를 품고 살아간다.
뽑으면 편할 것을
왜 이리 불편함을 감수하며 이리 사는 걸까.

두려움,
언제부턴가 흔들렸던 걸까.
이 삶이, 이 하루가

용기가 없다면
내 방식대로라도 하자.
뭐든 열심히 씹어야겠다.
씹다보면, 부딪치면 뭐라도 부러지겠지.
이가 됐든
두려움이 됐든
아니면 남의 살이 됐든

3.
지난 겨울,
초딩4학년 아이가 내게 동시쓰기를 배웠다.

한 권의 분량이 꽉 찼다.
이제 그림작가를 섭외하고
글을 좀 다듬어주고
편집을 하고...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곧 아이의 이름으로 동시집이 출간될 것이다.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지고 그리고
꿈과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삶을 이해하고
글로 함께 깊어간다는 건 참 의미있는 일이다.

동시집 제목은 <구름 로켓> 으로 정했다.

-  김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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