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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Apr 18. 2023

30일의 산티아고 순례길 후,

다시 걷는 산티아고

2022년 9월 25일 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한 순례길은 30일 뒤인 10월 24일 Saintiago de Compostella 대성당에 도착하며 끝이 났다.


출발할 때의 결심과 같이 매일 숙소에 도착한 후, 일기를 쓰며 하루하루 들었던 생각과 감정을 적었고 걷고 글을 썼다. 그리고 순례길을 끝냈을 때 다시 타이핑하여 컴퓨터로 옮길 예정이었지만, 막상 다이어리를 펴니 종이에 펜으로 글을 썼을 때와는 달리 키보드 위의 손가락이 피아노를 처음 치는 사람처럼 더듬더듬 움직여졌다.


그 글을 다시 들춰내 읽고 있자니 마음이 힘든 것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동안 생각하고 다듬은 그때의 그 마음이 다시 살아나 힘들고 컴퓨터로 옮기면 그 마음이 한꺼번에 정리가 될 것 같아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의 글은 나의 다이어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언젠가 그때의 다이어리를 꺼내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또는 다른 이야기를 쓸 때 종종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내 글을 쓰일 것이리라.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은 30일 후 끝이 났다.


해가 넘어 2023년이 되고 곳곳이 녹색으로 변해가는 3월이 되자, 문뜩 '4월의 산티아고는 9월의 산티아고와 다르다던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한 번 스쳐간 생각은 이따금씩 되돌아왔고, 다시 산티아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산티아고를 걸으며 짊어졌던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던 감정의 골짜기를 생각하니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렇게 계속 생각만 하고 있다가 4월 중순에 다시 산티아고를 걷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산티아고 북쪽길이다.


작년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때 북쪽길에 대한 이야기를 이따금씩 들었고, 다름에 혹시 만약 또 산티아고를 걷게 된다면 북쪽길을 걸으리라 생각했었다.


망설이던 마음이 확고해지자 그다음은 순조로웠다. 북쪽길의 시작인 Irun을 가기 위한 여정을 알아본 후 비행기를 예약했다. Biarritz 공항에서 북쪽길의 시작인 Irun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산티아고를 한 번 다녀왔다고 가방이 더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만, 필요한 것은 이미 모두 갖고 있고 불필요했던 것은 덜어냈다. 그리고 비가 올 때 고생했던 기억을 참고하여 방수에 좀 더 신경을 썼다.


첫 번째 산티아고를 걸은 지 6개월 뒤인 2023년 4월 13일 런던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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