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w Sep 15. 2023

두 번째 산티아고, 마지막 날

Santiago de Compostela–Ireland - Home

2023.5.14. 일요일


자기 전 침대에 누워 비행기 체크인을 하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트립닷컴을 통해 예약을 한 항공권 중 아일랜드 경유 티켓이 "라이언에어와 상업적 계약이 맺어지지 않은 제3의 업체를 통해 티켓이 구매되어 라이언에어 홈페이지에서 내 예약 정보를 찾을 수 없으니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이 최대 일주일은 걸릴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뜬 것이다. 유럽에서 많이 이용하는 라이언 에어는 비행기 탑승 24시간 전부터 자가 체크인을 해야 하는데 항공사에서 내 항공권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트립닷컴에서 구매한 항공권이 라이언에어와 상업적...$&@*^&%... 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항공권 체크인을 위해서는 내가 티켓을 구매한 것인지 Verification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1유로가 되지 않는 돈을 지불하면 2분 내에 확인 절차가 가능하며 비행기 출발 시간 6시간 이전까지 티켓을 보내준다는 것이었고 무료 절차로 진행하면 7 Working days 이내로 확인 절차를 거쳐 3시간 이전까지 티켓을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개의 선택권 모두 나에게 비행기를 타기 전 체크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라이언에어를 종종 타봤지만,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항공권 예약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비행기를 타는 당일 새벽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새벽에 트립닷컴 고객센터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내가 본 문구 내역을 전달하며 문제상황을 해결해 주길 요청했지만 결론적으로 들은 대답은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문구를 그대로 불러드렸지만 트립닷컴으로부터 이러한 문제가 생긴 이유를 물어봐도 상담원은 딱히 답변해 줄 수 있는 답안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나는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하고 자고 싶었지만 내가 이 확인 절차를 진행하면 되는 것인지 트립닷컴 발권한 티켓이 확인이 안 된다고 하니 트립닷컴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항공권을 확인할 때 Sorry를 보게 되면 그땐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물어볼 때마다 내 상황을 다시 설명해야 했고, 상담원의 대답은 다른 부서에 관련 문의사항을 전달해 놓았으니 더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최종적으로  다른 부서를 통해 받은 답변은 "체크인은 고객이 해야 하는 것으로 트립닷컴이 관여할 수 없다."라는 답변이었다. 나도 체크인을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데, 항공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라이언에어 홈페이지에서 Retrieve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는데도 말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인지 황당했지만 비행기를 타는 건 나니 일단 본인 확인을 거쳐 빨리 비행기 티켓을 받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카드 결제를 하려는데 마침 카드 결제에 자꾸 오류가 생겼다. 그래서 될 대로 돼라 싶어 무료로 진행하기로 선택하고 확인 절차를 완료했다. 티켓이 너무 늦게 나중에 온다면 이 과정을 카운터에서 다 설명하리라 하며 오기가 생겼다.

비행기 체크인은 24시간 전에 할 수 있는데 verification은 최대 1주일이 걸릴 수 있다니, 뭔가 옳지 않다.

그런데 최대 7일까지 걸릴 수 있다고 쓰있는 것이 무색할 만큼 20분 조금 지나자 바로 본인 확인이 끝나 온라인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진행하면 된다고 알려 줬으면 밤새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대답을 기다리느라 잠을 못 자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온라인 체크인을 하고 나니 라이언에어에서 메일이 한 장 날아왔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던 이유에 대한 장문의 설명이었다. 메일을 읽은 후 내가 정리한 바로는 이렇다.


이런 일이 생긴 이유는,

1) 트립닷컴에서 항공권을 예약하고 돈을 지불하면 트립닷컴에서 내 항공권을 발권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트립닷컴 또한 항공권 예약을 진행하는 하청 업체가 있어, 이 하청 업체에서 내 항공권을 발권하였고,

2) 하청업체가 예약한 내 두 개의 항공권 중 한 개가 라이언에어와 어떤 상업적 계약 관계를 맺은 곳이 아니었으며,

3) 또 이 항공권 발권을 위해 사용된 카드가 하청업체의 것이어서 예약자인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어찌하였든 추가적인 비용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알베르게를 떠나기 전 상황이 해결되었기에 다행이지, 만약 체크인을 위해 공항에서 추가 금액이 발생했거나 이미 지불한 항공권이 공중에서 사라져 공항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다면 애초에 라이언에어에서 직접 구매할 걸 괜히 트립닷컴을 이용한 것 자체가 언짢은 상황이 돼버렸을 수도 있었다. 밤새 정신적인 스트레스 대비 일이 잘 되었으니 그냥 하필 마지막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하는 정도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그리하여 비행기 티켓이 체크인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오늘이 북쪽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밤 11시 55분 비행기라서 오전, 오후, 저녁까지 산티아고를 다니기에 시간이 충분했다.

저기 골목 사이로 보이는 대성당으로 다시 향한다.

알베르게에서 체크 아웃 시 짐을 맡겨 놓고 저녁에 찾아가도 된다고 해주셔서 일단 11시 체크아웃을 한 후 대성당으로 다시 향했다. 30분 일찍 도착했음에도 오늘도 앉을자리도 없이 순례자들로 가득 차 서서 미사를 참석했다. 그런데 오늘은 기다리던 향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3분 동안 대성당 안에 퍼지는 하얀색 연기와 향로 냄새로 산티아고 순례길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미사가 끝난 후

미사가 끝나고 순례자들이 나가는 동안 의자에 앉아 있는데 눈물이 났다. 창피해서 울지 않으려 해도 눈을 감으면 눈물이 콧물과 함께 주르륵 흘렀다. 작년에는 순례길을 걸어야 했던 일로 인해 눈물이, 올해는 순례길을  걷으며 그 30일 동안의 시간이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났다. 사죄와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 울고 이제 밖으로 나왔다.

미사 후, 촛불을 하나 밝히고 머리 숙여 기도를 하고 나왔다.

다시 골목 사이를 걷는데 이제는 순례자가 아닌 관광객으로 바뀐 듯한 매우 많은 사람들로 골목가득 차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점심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만한 재료를 사서 사람들이 드문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 위에는 벤치가 놓여 있었는데 앉아서 점심을 먹고 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앉아 1시간 정도 쉬면서 이제 정말 콤포스텔라와 작별 인사를 할 셈이었다.

다시 한 번 산티아고 광장에서 대성당 정면을 최대한  담아본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대성당과 콤포스텔라 거리는 '복잡해'보였다.


곳에 도착해 내려다보니 이곳은 건물과 건물이 만들어낸 복잡한 골목과 그 사이사이를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어, 난 마치 사람 북적이는 서울 나들이를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사 후 카페의 순례자들, 모두들 좋은 카미노를 걸어 왔길.

저기 우뚝 솟은 대성당에 도착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매일 6시간, 7시간씩 30일 이상을 꼬박 이곳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걸어온다는 사실과, 나도 그들 속에 섞여 한 명의 순례자가 되어 지난 30일간 계속 한쪽만 향해 걸어왔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대성당 가는 길에 꼭 지나게 되는 광장

다시 벤치에서 내려다보며 생각해 봤다. 내가 왜 여기를 다시 오고 싶었는지.


그런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고 보니 이곳,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것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면서 걷는 길, 만난 사람들, 하루하루의 경험들이 이곳을 잊지 못할 특별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Santiago de Compostela까지 O km.

이곳까지 걸어오며 풀과 꽃, 나무, 동물들을 보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 시간을 가슴 벅차게 채워왔다.


다시 산티아고를 걷게 되면, 그땐 또 다른 방식으로 그때 만나게 될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발걸음이 향하는 아직 알지 못하는 그곳을  것이란 것을 알기에 다시 가고 싶고 그때가 언제가 될지 설렌다.


다시 걸어서 산티아고 공항으로 향한다.

Santiago de Compostela, 별들의 들판



이전 29화 두 번째 산티아고, 서른한 번째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