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과 설득 사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볼 때 "되게 전달력 있다." 혹은 "되게 설득력 있다."라고 말하게 된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잘한다'의 의미로 둘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그렇지만 둘은 혼용되어 사용되기엔 의미의 차이가 크다고 말하고 싶다.

전달 (傳達) :  지시, 명령, 물품 따위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전하여 이르게 함

설득 (說得) :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

즉 전달력이 있다는 것은 '말'의 경우 말투, 발음, 목소리 톤 등이 잘 들려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경우이고 '글'의 경우에선 문체, 문장 구성 등이 글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설득력이 있는 말의 경우 표현하는 이의 지식의 수준, 자신감 등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따르게 됨을 의미하고, 설득력 있는 글 역시 비슷하다.

이 둘을 구분하기 모호한 까닭 중 하나는 설득력이 있으려면 전달력을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따르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설득을 하는 것은 어떠한 것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듣는이는 말하는 이가 어떠한 주장을 하는지 정도는 확실히 알아야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주장)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달이 설득의 전제가 되는 것이라면 그냥 모든 표현을 할 때 설득적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떠한 것을 표현할 때 상대방이 그것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길 바란다면 설득까지 갈 필요는 없다.

내가 앞서 '말하는 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한다'라는 표현을 했다. 이 생각하는 행위를 기준으로 둘을 구분할 수 있다. 전달과 설득 둘 다 듣는이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의 기대에서 둘의 차이가 드러난다. 전달은 듣는이가 생각을 한다면  그다음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는다. 즉 내 말을 듣고 듣는 이 가 들은 것을 바탕으로 어떠한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했다면 그걸로 성공이다. 하지만 설득에서는 생각을 한 다음에 자신의 의견, 주장에 대해 '찬성'이라는 결과를 가져와야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 둘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확실한 목적을 설정하는 것은 내용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종교에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또 그가 말하는 소재는 교리, 경전이라고 공통되게 설정을 해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교리, 경전에 대해 객관적인 설명을 하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사례를 듣는 방법을 사용하는 등 듣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표현방법들을 사용할 것이다. 이에 반해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교리, 경전에 대해 설명은 공통적으로 하겠지만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좀 더 피력할 것이고 단순한 사례들 보다는 근거를 드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이 두 사람을 단순히 말하면  '교수'와 '교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종교적인 의미로 교주는 신도들의 무한한 믿음을 받고 그 믿음에 이유가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나는 정말 쉬운 이해를 위해 단순한 예로 그를 들었다.)

요즘은 중고등학교에서 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에게 발표, 토론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또 자신의 생각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여러 SNS와 블로그와 같은 글쓰기 플랫폼 등이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우리는 더 이상 남의 의견만 듣고 따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해야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 듣는이 등에 따라 우리는 전달과 설득 중 어떤 것에 더 무게를 둬야 할지 결정을 해야 만한다. 그것이 곧 자신의 표현을 성공적으로 바꿔주는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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