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 환생부종합전형 최종 합격

돈으로 살 수 있는 인품

by 하루오

1학년 때는 남의 잘못을 이야기했다. 2학년 때는 이해력과 학습 참여도가 좋으나 끈기가 모자랐다. 5학년 때는 명랑하나 책임감이 적고, 참견이 많고, 주관이 없고, 나태하며, 인내력이 크게 모자랐다. 주산부에는 참여하나 기능이 낮았다. 또 다른 영역에서는 참견이 많고, 급우와 충돌이 있고, 소견이 좁고, 경솔하고, 나이에 맞는 행동을 못했다고 한다. 이 아이는 자라서 박명수(2006년 3월 18일 20회 특집)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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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의 결혼 발표는 충격이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캐릭터 쇼라고 하지만, [무한도전]에서 틈틈이 드러나는 박명수의 날 것은 생활기록부만큼의 이기적 ‘쭈구리’였다. 어느 날 신이 나타나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며 피조물을 처분할 때, 우선순위에 들어갈 등외 인간, 그것이 나의 박명수였다. 얼굴보다 인품이 더 못생긴 폐품이 결혼하다니, 그것도 상대가 연하의 어여쁜 의사라니, 2+2가 5가 된 것처럼 어이없었다.


내 억측이 시작되었다.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아니었다면, 그 결혼이 가능했을까 싶었다. 박명수의 연애와 결혼 시점의 [무한도전]은 [1박2일]과 더불어 주말버라이어티의 양강체제를 구축하던 때였다. 토요일 저녁 방송이라 시청률에서 밀렸을지 모르나 2049세대 영향력 우위로 [무한도전] 광고 판매액이 더 높았다. 모든 멤버들에게 [무한도전]은 세련된 고급 수트 같은 후광이었을 것이다. [해피투게더]의 박명수, [경제 비타민]의 박명수가 아니라 [무한도전]의 박명수는 박명수의 단점을 상쇄했다. 딱따구리(06년 10월 21일)로 진심을 전한 것도 [무한도전]의 문법 체계라서 가능했다.


박명수의 배우자 수준까지 의심했다. 의사라서 공부만 하느라 사람 볼 줄 모를 수도 있고, 아버지 사랑을 못 받고 자라 박명수의 지고지순함에 넘어가버렸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상대 측 부모님은 결혼에 극렬히 반대한 것이다. 결혼은 현실이므로 나는 박명수의 결혼 발표를 들으며 이혼 시기부터 쟀다. 이혼 토토 같은 게 있었다면, 3년 안에 이혼할 것에 30,000원쯤 걸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쭈구리는 정작 나였다. 나야말로 박명수를 내 마음대로 지적하고, 좁은 소견으로 경솔한 생각을 무책임하게 내뱉었다. 주변사람과 충돌하지 않았지만, 그건 내가 타인과 부딪치기 싫어 회피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런 소극적 태도가 아무런 변수를 만들지 못해 인생을 심심하게 갉아먹었다. 그런 주제에 마음속은 박명수의 악담보다 더한 수준의 악플 수 십, 수 백 개로 시끄러웠다. 5가 정답이라면, 박명수는 그런 아내를 맞이할 만한 괜찮은 사람이라고 결론 내려야 앞뒤가 맞았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2+3=4’ 속의 악플러였다.


신이 인간의 환생을 위해 ‘환생부종합전형’을 신설한다면, 박명수는 합격 가능성이 높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한 것은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인성이다. 이에 빗대보면 박명수의 개그 역량은, 개그 적합성은 1등급이다. 박명수는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끈기/책임감/인내/기능이 모자라고, 소견이 좁아서 급우와 충돌이 잦으면서 경솔하게 구는 행동으로 다양한 상황 변수와 독특한 관계성을 만들었다. 자신이 가장 빛날 자리를 알고, 그 자리를 찾아가서 실제로 자신을 빛낸 것이다. 발전 가능성도 1등급이다. 유재석을 떠나서도 나이 50이 넘도록 자기 영역을 지킬 만큼 유능하며 가수, DJ, 유튜브까지, 나이를 초월해 나보다 젊게 산다.


인성은 말할 것도 없다. 무심한 듯 보여도 잔정이 깊어 자기 사람을 챙겼다. 06년 7월 8일에 처음 언급된 시덕 코디가 지금까지 함께 한다고 한다. ‘경호야 커피 사와. 네 꺼 빼고.’의 매니저는 더 오래 됐다. 돈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돈으로도 설명된다면 그 자체가 자신의 부를 타인에게 베풀 줄 아는 관대함을 증명하는 시간이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라면 나는 마봉춘만큼 좋다. 내 생활기록부에도 그 시기의 아이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말들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말들이 담겨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은 졸업식 날 부모님께 ‘이 아이는 뭐가 되어도 될 거다’라고 장담하셨다. 선생님의 토토는 꽝이었다. 30여 년이 지나, 나는 고작 중년의 쭈구리가 되어 있었다. 지금의 나와 박명수는 서로 간의 생활기록부를 맞바꿔야 한다. 나는 끈기와 인내가 부족하고 나태하며 글은 쓰나 기능이 낮을 뿐만 아니라 나이에 맞는 행동(2022년 5월 20일 양념갈비 편)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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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일 짝꿍특집1회


우리의 처지가 뒤바뀐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다. 돈의 많고 적음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으로 인품을 살 수도 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명품이나 무슨 에디션 한정판이 아니라 인품 그 자체다. 스크루지와 놀부가 부자에 대한 편견을 심어놓았을 뿐, 돈은 사람을 여유롭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관용 가능성을 높인다. 돈으로 두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완충지대를 관용이라 불렀다. 돈은 1982년의 박명수를 2022년의 박명수를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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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8일 발리 특집에서 언급된 시덕 코디와 2009년 2월 28일에 언급된 경호 매니저


생활기록부가 공개될 당시 박명수는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지금의 박명수는 민서 앞에 당당해도 괜찮았다. 박명수는 공병 줍던 쭈구리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낸 훌륭한 연금술사다. 단순히 성공한 연예인이 아니라 타인을 아끼고 베풀 줄 아는 인품가로 성숙한 것이다. 누구나 돈으로 인품까지 구매하지는 않는다. 구매하더라도 명품처럼 지르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 수준으로 타협한다. 박명수가 구매한 인품의 값이 얼마인지 모르나 세금과 기부로 세상에 수액(sweg)을 꽂아주는 당신,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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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주운 지갑의 주인을 찾아준 적 있었다. 주울 당시는 누가 볼까봐 조마조마하되 재빨랐다. 머리털이 설 만큼 짜릿했다. 나는 지갑을 집으로 가져 와서 책상 앞에서 1~2분쯤 고민했다. 지갑 속의 각종 카드와 명함들은 나보다 팍팍한 가계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집에서 한 블록 거리에 살았다. 현금 몇 만 원으로 내 도덕성을 구매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서야 그에게 돌려줬다. 결심을 지연한 시간만큼이 내 인품이다.


100원짜리 하나 아쉬웠던 초등학생 시절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운 지갑의 주인을 찾아줬었다. 칭찬 한 마디면 세상 뿌듯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 내가 지갑을 돌려주러 주인을 찾아갔을 때, 주인은 어리둥절하며 고맙다고 했고, 나는 10,000원짜리 보상 하나 없는 처사에 내심 섭섭했다. 언젠가 생길지도 모를 나의 민서에게 부끄러움을 적립 중이다.


돈 때문인가? 글쎄다. 소득 대비 인품 구매력을 수량화 할 수 있다면, 나는 인품조차 가성비로 구매하는 듯하다. 내 엥겔지수만큼 보잘 것 없는 인품, 환생부종합전형에서 나는 탈락이다. 박명수 보기 부끄럽다. 한 때 내가 진심으로 경멸했던 사람, 당신보다 나은 사림이고 싶은데, 당신에게 닿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박명수 당신을 존, 존, 존겨.... 그냥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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