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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Aug 21. 2018

어쩌다 홋카이도여행

우연히 떠난 북해도

#새로운그룹홈
#준비로서캠프진행
#가평조종면운악리
1.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딸이 말했다.
"안희정 무죄라는데...."
"뭐? 오늘 안희정 선고일인가?"
"말이 되나요, 말이?"
"폭행이나 추행의 증거가 없다는 논리를 폈겠군"
"됐고.... 이민가고 싶어요"
"나도 그래...."  


2.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장애가 있다. '장애' 또는 '장애인'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장애 낱말에 오해와 부정적인 시그니피에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표를 바꾸지 않고 기의(시그니피에)의 구조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애 쓴 시간이었다. 즉 아이들의 언행이 기득권 어른의 마음에 드는 내용으로 바뀌지 않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언행이 타인과 관계맺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주변인이 아이들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 갈길이 멀지만 시행착오 속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3.
자폐스펙트럼이나 ADHD(로 오해 받는) 아이들과 직접적인 만남은 잠시 쉬기로 했다. 머지 않아 다시 함께 생활하는 구조를 만들겠지만 당장은 휴지기에 들어간다.
나는 하는 일을 접지만 (심리적)장애를 가졌거나 장애를 가졌다고 오해 받는 아이들은 우리 곁에 있으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


4.
당장 사회적 관계 맺기가 어려운 어린이청소년들이 생활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경기도 가평에 마련됐다. 나성금 교장선생님의 헌신 덕분이다. 8.20~22 함께 생활하던 아이들과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시즌1을 마감한다.
아이와 부모가 동의하면 가평에서 생활할 수 있다. 생활비와 교육비를 지불해야 한다. 돌봄 교사가 5명 계시고, 양질의 식사와 교육 프로그램이 돌아가니까 적절한 비용으로 책정될 것이다. 내가 진행하는 캠프 비용은 무료이니 관심이 있다면 아이를 참가시키라고 광고하는 거다.


5.
정말 이민가고 싶은, 한반도에 살고 싶지 않은 일이 너무 많다. 아무리 그래도 다음 세대 아이들을 버릴 수는 없잖은가. 아이들에게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6.
현재 여행 중이다. 두 아이와 마무리 의미의 여행이다. 아이들 부모님의 요청도 있고, 검정고시 공부한답시고 한 달 반을 집에만 있던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고 싶어서 9일 동안 여행을 기획했다. 더위 피한다는 핑계로 홋카이도에 왔다.


7.
개인적인 관심이 홋카이도의 아이누 민족에게 있었다. 광활한 홋카이도 땅에서 수 천 년 이상 자연과 지혜롭게 공존하던 아이누 민족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아이누박물관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여행이 짧으니까.  


8.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아이누 민족의 운명과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아이누는 일본 본토, 한반도, 러시아, 중국과 교류하면서 홋카이도의 주인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제국주의 길을 걷는 일본에 의해 강점되고 민족 자체가 사실상 소멸됐다. 과거 일제강점기 조선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강점자는 피강점자를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무능력자로 만든다. 원래 잘 살고 있는 존재를 말이다.
"니들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 없었걸랑!!!"


9.
장애는 장애라고 부르는 존재가 있을 때 장애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다.


10.
아이누민족박물관은 올 봄에 폐관했단다. 2020년에 재개관하겠다고 하는데, 취지는 모르겠다. 제대로 살려보려는 것인지, 슬그머니 사라지게 하려고 하는지....


11.
덕분에 우연히 잘 알려지지 않은(한국 사람에게는) 소도시의 멋진 제과점을 만났다. 도야호수 근처 다테몬베츠역에서 시라오이역까지 열차로 왕복했다.
홋카이도 열차 노선도를 보고 놀랐다. 거미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차만 타고 홋카이도 일대를 돌아다니는 여행도 재밌겠다. 하지만 열차삯이 상당하다. 기간 내 자유패쓰권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알아보지 않았다.


12.
시라오이역 옆 건물에 "북대학력증진회(北大學力增進會)" 간판이 보이더라. 홋카이도대학이 일본의 3대 국립대학 중 하나다. 도쿄대, 교토대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하더라. 평판이나 명성이나.
홋카이도 대학을 북대라고 부른다. 그러니 북대학력증진회는 북대를 들여보내는 학원이다.
"You've got the power"
건물 창문에 붙어있는 영문 슬로건을 보니 씁쓸하다.


13.
아이들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지들이 말하더라. 공기가 좋아서 그렇다고. 확실히 먼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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