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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Oct 24. 2018

학대보다 더 무서운 것

고립이야말로 최악이다

#마음을상품화하는사회
#다르게봐야한다
#individual의_이데올로기
#인본주의심리상담기법
#칼로저스의맨얼굴
1.
이승욱의 칼럼(아래 링크 참조)에 동의한다. 수박의 껍질이 줄무늬라는 묘사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껍질 안쪽 빨간 속살을 언급하지 않는다면(아예 수박을 쪼개지도 않는다면) 수박에 대한 연구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특히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가 대표적인 거짓말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고 결론이 "자식은 부모의 증상이다!"로 끝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866745.html
2.
2012년 이맘 때 나카지마 히로카즈 선생을 초대해서 TED와 리빙라이브러리를 결합한 행사를 진행했다. 일본사회심리학회 이사이자 탈학교 청소년의 대안학교 도쿄 카와이塾 교사인 나카지마 선생은 당시 국내 소개된 적이 없었다.(현재는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의 저자 오자와 마키코와 공저로 『마음을 상품화하는 사회』가 번역돼 있다) 
내가 기획한 행사 전날 민들레출판사의 요청으로 일본 사회심리학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신청정원 30명이 일찍 마감됐다. 좁은 공간을 꽉 채운 청중은 나카지마 선생의 강연이 끝나자 질문 형식을 빌어 거세게 항의했다. 칼 로저스에 대한 "불경스런" 설명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으며, 로저스 선생은 "그따위로" 폄훼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생각과 주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분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류의 반발은 종교적 신념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았다.

3.
민들레출판사 간담회 직후 이메일로 나카지마 선생의 말씀에 항의하는 내용이 왔다. 다섯 가지를 지적했는데, 칼 로저스에 대한 옹호적 내용은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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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나카지마 선생님은 "등교거부하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은 하지만 아이의 실제 행동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로저스라면 등교거부하는 아이의 마음을 판단하지 않듯이 아이의 행동에도 판단하지 않습니다.
②일본의 심리주의는 심리상담을 하나의 전략적 목표를 가진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적어도 제가 하고 있고 또 제가 생각하는 심리상담은 전적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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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카지마 선생은 로저스가 집단삼담 과정에서 흑인 소녀에 대해 직접적인 인종차별 발언과 행동을 했다는 목격담과 함께 인본주의 심리상담이 결국 개인의 특성을 부각함으로써 "마음을 상품화 하는 사회"의 원인이자 결과임을 해명했다. 

5.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부모의 신경질적 반응(카프카 시대에는 아버지가, 현재 한국에서는 엄마의 경우가 대세; 그럼 한국의 아빠는? 아빠는 존재감 없기에 연구 대상도 아님-물론 현상의 강조를 위한 농담~)이 자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승욱의 의도와는 다르게 부모-자녀의 세트는 시야를 가족으로 제한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일반적으로 칼럼을 읽고서 나와 내 자식, 나와 내 부모, 걔와 걔 자식이나 부모, PC방 살인 피의자의 부모에 대해 생각하고 과거의 기억을 복기하게 마련이다. 마치 가상현실 고글을 쓰면 보이는 세계 모두가 가상세계인 것과 마찬가지로 칼럼의 독자는 가족이라는 세계(프레임)로 인식의 제한을 받게 된다.(이승욱의 의도와 무관하다)
우리 모두 가족이 매우 중요한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지만,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무수히 연결돼있다. 부모에게 상처 받지 않으면 좋겠지만,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더 많은 관계망에서 치유되거나 에너지로 승화된다. 카프카의 예에서 그가 고전으로 평가되는 작품을 남긴 건 아버지로부터 학대(harassment)을 받았음에도 고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 우려해야 하는 건 가족 이외에 존재로서 관계망이 다 끊어져 버린 현실이다. 아무리 자애로운 부모 밑에서 자란다고 해도 집 밖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자녀라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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