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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Oct 30. 2018

아빠학교협동조합

아빠는 한국사회의 증상이다

#아빠학교협동조합
#50플러스
#아빠아버지부친아버님

팩트 체크의 압박이 없는 상황이라면 반농반진으로 "총명함은 엄마의 유전이고 성격은 아빠로부터 기인하지요"라고 말한다. (아이스브레이킹 성격으로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게 던지는 말일 뿐이다. 오해금물)
그런데 콜럼비아 대학의 저명한 유전학자 웬디 청(Wendy Chung)은 자폐아의 40%는 유전적 요인이며, 나머지는 아직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한때 공포감을 불러온 예방주사의 부작용은 명백한 오해이며, 오해를 자아낸 물질도 15년 전부터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그런데도 자폐 발병률이 계속 오르고 있다.
문제는 40%에 해당하는 유전적 원인은 부계유전이라는 게다. 아버지의 유전적 요인이 자식을 자폐로 만든다는 것이다. 좀 충격적인 보고다. 나로선 사실 여부를 알 길이 없다.
다만 내가 만나본 자폐 성향 아이들 중에 알콜릭 아버지, 지극히 말 없는 아버지, 우울로 인한 자살자 아버지가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자폐와 전혀 관련 없는 아이들 아버지 모집단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내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다.
"자식은 부모의 증상이다" 제목의 신문 칼럼을 비판한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부모의 증상으로서 자식을 인식하는 것이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인식틀이 어떤 유용함도 없다는 말을 한 것이다. 자식이 부모 닮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칼럼 쓴 이도 강조점은 다른 데 있다. 자신을 비롯해 상담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좋은 부모(특히 아버지) 경험이 없더라는 것. 그러니 적어도 자식에게 짜증과 화를 내뱉는 부모(특히 아버지, 하지만 엄마도 마찬가지)는 되지 말라는 당부가 전하고 싶은 말이다.
아빠, 아버지, 한국의 아버지는 단일한 이름표를 달 수 없다. 워낙 다양한 아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배경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원인의 모든 것도 아니다. 어쨌든 한국 남성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결혼과 사랑의 결과 만으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딱 3년 전 우리는 아빠학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법인등록증과 간판만 있다. 상근자가 없고, 단독 사무실도 없다. 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 공용 사무실이 있고, 김태영 이사장님 출판사 사무실의 전화와 팩스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학교협동조합」이 소중하다. 계몽의 지긋지긋함을 뚫고서라도 꼭 알려야 할 내용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빠의 문제는(엄마의 문제와 함께, 다만 디테일에서 좀 다른) 사회문화역사적이면서 동시에 노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wKlMcLTqRLs&t=1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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